평화나무

경기도 성평등 조례안이 교회 망치는 주범?

교회에도 성평등위원회의무 설치?” 주장 사실 아냐

박옥분 의원 성평등 문화 확산 위해 조례 개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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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나쁜 성평등 조례'로 규정한 보수 단체들이 오후 2시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출범식을 갖고 경기도의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반동성애진영의 극심한 반대를 뚫고 지난달 16일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성평등 조례안 철회 서명에 5만여 명이 참여하며 재의 요구가 빗발쳤으나 재검토 결과 문제가 없어 예정대로 지난 7일 공포됐다. 하지만 반동성애진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발의한 의원을 지속해서 압박하는 가운데 오는 25일과 26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반동성애진영은 성평등 조례안 철회와 폐기를 위해 지난달 29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라는 단체까지 출범시켰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등을 비롯해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와 경기도 31개 기독교연합회,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까지 참여해 세를 과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갔다.

 

성평등 조례안의 핵심은 신설된 조항인 18조의2(공공기관 등의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에 담겨 있다.

 

18조의2(공공기관 등의 성평등위원회의 설치·운영)

공공기관의 장 및 사용자는 양성평등기본법24조부터 제26조까지 및 제31조에 따른 양성평등 참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항에 따른 성평등위원회에서 심의할 사항은 제8조를 준용한다.

1항에 따라 사용자가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할 경우 도지사는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반동성애진영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성평등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에 대해서다. 이번 조례안도 차별금지법의 경우처럼 동성애 허용을 위해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조례안에 명시된 사용자의 범위에 종교기관(교회)도 포함돼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을 강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성평등위원회가 운영되면 성소수자 채용을 거부할 수 없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29일 열린 집회에서 만난 <평화나무> 취재진에게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이라고 명시하는 것은 동성애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며, 결국 동성애를 인정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학교 화장실도 남녀가 함께 써야 하는 등 사회가 문란해질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아울러 여성이 유리했던 직업도 남성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여성이 더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근거 없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취재진에게 "교회에 반드시 다녀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길원평 교수(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 운영위원장)는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출범식 이후 진행된 집회에서 교회에도 성평등위원회를 만들게 하는데, 이것을 만들게 되면 나중에 우리가 동성애자·트랜스젠더까지 취업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경기도의회가 앞장서 교회에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강제하고, 이로 인해 성소수자가 종교기관에 취업을 원할 시 거부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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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마다 의무적으로 성평등위원회설치해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박옥분 의원(경기도의회)은 반동성애진영의 우려는 기우이며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애초에 법안 취지 자체도 경기도 공공기관과 영세 사업장 내에서의 성평등 문화 확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 이행을 위해 조례 개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부분도 말 그대로 노력하라는 것이지 강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지자체 단체장이라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공약 이행을 위해선 근거조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례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동성애진영은 성평등이라는 용어 사용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0년 제정된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성평등에 대한 정의 자체는 현행 조문과 개정안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내에서의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책임을 보다 강조하고 명문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사용자에 대한 정의만 추가됐을 뿐이다.

 

[현행] 2(정의) “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개정안] 2(정의)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반동성진영의 주장처럼 사용자에 종교기관도 포함돼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을 강제한다는 것도 오해일 뿐이라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사용자의 범위에) 교회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모태신앙인데도 이번 일로 평소 출석하던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생활 양립이 어려운 환경인 사업장의 경우 경기도에 신청하면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위한 컨설팅도 해주고, 재정적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이번에 성평등 조례안이 개정됨으로써 교회마다 성평등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반동성애진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정 연구위원은 경기도의회는 민간 기업이나 사용자에게까지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운영하도록 강제할 권한 자체가 없다설사 경기도의회가 민간 부문의 사용자까지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더라도 그야말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 정도다. 노력하든지 안 하든지 관계는 없다. 하지만 경기도의 의회는 민간 부문의 사용자에게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성격의 기관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성평등 조례안에서 명시된 사용자의 의미도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종교기관(교회)의 대표자도 사용자가 될 수 있지만, 반동성애진영의 주장처럼 모든 종교기관의 대표자가 해당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교회의 대표자가 사용자 지위를 가질 때는 교회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맺었을 때다. 모든 교인의 사용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교회에서 임금을 받는 분들에게만 사용자가 된다교회가 경기도 산하의 공공기관은 아니지 않나. 조례에서 이야기하는 사용자는 민간 부문의 사용자가 아닌 공공기관의 사용자를 말한다고 했다.

 

성평등위원회설치되면 성소수자 채용 거부할 수 없다?

 

성평등위원회는 말 그대로 공공기관이나 사업장 내에서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애초에 채용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성격의 기관이 아니다. 설사 성평등위원회가 설치·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교회가 성소수자 채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반동성애진영의 주장은 성립조차 될 수 없는 것이다.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를 살펴봐도 성평등위원회의 기능은 명확하다. 7(성평등위원회)에 따르면, 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정책에 관한 주요사항의 심의·조정·자문·협의하기 위하여 경기도 성평등위원회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8(기능)에서는 성평등위원회가 심의·조정·자문·협의할 수 있는 사안도 자세히 명시돼있다. 양성평등정책 시행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양성평등정책 시행계획의 연도별 추진실적 점검 및 평가에 관한 사항 양성평등정책 관련 사업의 조정 및 협력에 관한 사항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제도개선 및 협의에 관한 사항 성별영향평가 및 성인지 예산에 관한 사항 경기도성평등기금 운용·관리에 관한 사항 그 밖에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이다. 조례안을 자세히 살펴봐도 성평등위원회가 인사나 채용에 관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박 의원은 성평등위원회와 성소수자 채용은 전혀 관계없는 사항이라며 입사지원서에 성소수자 여부를 표기하라고 요구하거나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지도 않지 않나. 성평등위원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깐 성소수자 프레임을 씌워서 나쁜 제도라는 식으로 오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평등위원회의 역할은 이미 채용된 이후에 보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채용 단계부터 성평등위원회가 관여하지 않는다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인사위원회같이 채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이미 있다. 성평등위원회는 채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혐오·배제 앞장서는 한국교회

약자와 인권 먼저 생각해달라

 

반동성애진영이 조직적으로 성평등·인권조례안 저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사례만 살펴봐도 지난해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시작으로 증평군 인권조례 폐지(18.04.20) 계룡시 인권조례 폐지(18.04.30) 도봉구 인권조례 개정 중단 기자회견(19.04.24) 경남 학생인권조례안 폐지(19.06.25) 부천시 문화 다양성 보호 조례안 철회(19.06.25)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왔다.

 

반동성애진영과 해당 지역 기독교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수천 명의 교인들을 동원해 기자회견, 기도회, 반대 시위 등을 개최하며 여론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지차제장과 의원들을 압박했다. 박옥분 의원도 경기도 성평등 개정조례안 발의 이후 반동성애진영의 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항의 전화와 문자 폭탄이 끊이질 않았다. 조례안이 공포된 이후에도 박 의원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수시로 내걸며 사퇴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반동성애진영으로 대표되는 한국교회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동성애 반대라는 프레임에 갇혀 배제에 앞장서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성경을 근거로 내세우며 교인 수천명을 동원해 온갖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정녕 기대해볼 수 없을까. 그런 의미에서 아산시 인권조례 제정에 참여했던 우삼열 목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충남인권조례는 2018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도의회에서 두 차례나 폐지안이 가결됐다. 2월에 과반수 찬성으로 1차 가결된 이후에 재투표 요구에도 불구하고 3분의 2 찬성으로 43일에 폐지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대법원에 제소해 폐지안 가결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지방선거의 결과 40여명의 도의회 의원 중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섰던 자유한국당 의원은 8명만이 당선됐다. 이후 인권조례를 다시 제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9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됐다.

 

우 목사는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되는 과정에서도 충남기독교총연합회는 충남 전역에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이슬람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면서 수차례 교인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대중 집회를 개최했다이러한 활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면서 동시에 인권의 가치를 짓밟고 훼손하는 반시대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그들과 함께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섰던 기독교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우 목사는 인권조례가 폐지되었다가 인권기본조례로 다시 부활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심각하게 추락했다. 비이성적이고 광기어린 혐오의 표현이 교회에서 나왔고,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상식과 가치를 교회 지도자들이 부정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회가 변화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우 목사는 이미 한국 교회의 보수화는 심각하게 진행되었고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공식화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총선에선 기독자유당이 국회에 진출할 뻔하지 않았나.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나서서 증오와 혐오를 조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교회 내에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가 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어려운 것 같다선거를 통해 시대착오적인 주장들이 심판받을 때, 교회도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교회 지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박옥분 의원도 소회를 밝혔다.

 

박 의원은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 의식의 부재가 심각하다. 이번 일로 오히려 성평등, 성인지감수성, 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기독교인들도)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함께 약자와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열려 있는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변화는 요원해보이기만 한다. 길원평 교수는 12<긴급히 두 가지 사실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내며 수원시 인권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반대 서명 경기도 성평등 조례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 소식을 알리며 기독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길 교수가 보낸 공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뉴스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순식간에 공유·전파됐다. 아마도 25일 경기도청 앞에서는 수천여명의 기독교인이 순교할 각오로 운집해 성평등 조례안 반대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혐오와 배제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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