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대한 취재 거부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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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대한 취재 거부운동이 필요할 수 있다
  • 허재현 기자
  • 승인 2020.05.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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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팩트체크 법조기사의 팩트가 틀렸다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최근 '정경심 재판 팩트체크'를 한 <경향신문> 법조기사가 틀려서 제가 다시 팩트체크해, <허재현TV> 유튜브 방송 시청자분들께 설명드린 적 있습니다. 오늘은 <경향신문> 법조기사의 팩트체크 기사가 왜 문제인지 설명드리면서, 이제 민주·진보 지식인들이 <경향신문> 칼럼기고 및 인터뷰 거절 선언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정경심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을까?" 라는 제목의 팩트체크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SBS>가 지난해 9월7일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제출한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었는데, 정작 재판 과정에서 "해당 보도는 오보였다"고 공판검사가 설명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논란에 개입하며 팩트체크를 했지만, 정작 <경향신문>의 팩트체크가 틀려 더 큰 혼란을 야기하고 말았습니다.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정 교수 연구실 PC 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은 총장 직인 파일은 정 교수가 임의 제출한 PC가 아니라, 보도 이후 동양대에서 임의제출 받은 PC에서 나온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틀렸습니다. 검찰 공소장과 재판 기록 등을 검토해보면,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 가 아니라,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서 뭔가가 나온 겁니다. 다만 이역시 총장 직인 파일이 아니라, '동양대 총장이 수여한 상장의 하단부 사진 캡처 파일'이 나왔다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현재 동양대 강사휴게실 검찰이 가져온 PC는 정확히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변호인단은 해당 PC가 동양대 소유인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동양대가 임의제출한 것의 증거 적법성 또한 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사진 캡처는 위조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행해질 수 있습니다. 정경심 사건 재판부의 판사는 아마 이 부분을 판단하고 있을 것입니다.

'상장 캡처 파일'이 나온 PC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장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온 것은 맞다'고 보도하는 것은 단순 오보를 넘어, 마치 <SBS>의 해당 보도가 정당했던 것처럼 읽히게 해 해악적입니다.

<SBS>는 검찰이 당시로서는 확보하지도 않았던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에 대해 2019년 11월7일 보도를 했습니다. <SBS> 기자가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2019년 9월3일) 검찰이 확보한 정경심 교수 PC에서 총장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보도는 오보가 맞습니다. 검찰은 2019년 11월10일께 문제의 '강사 휴게실 PC'를 확보해 '상장 캡처 이미지'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은 왜 <SBS>의 오보를 바로잡기는 커녕, '틀린 팩트체크' 기사를 써 독자의 혼란을 더 가중시켰을까요. 단순 실수인지, 악의적 의도인지는 기자가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잘 훈련된 법조기자라면 '교수 연구실 PC'와 '강사휴게실 PC' 정도는 구분하면서 취재를 했었을텐데 너무 간단한 부분에서 오류를 범했으니, '정경심 교수 가족을 표창장이나 위조하는 기생충 가족처럼 만들려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강사휴게실 PC' 를 '정경심 교수의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검찰의 주장일 뿐입니다.

<경향신문> 법조팀은 그간 유죄추정의 원칙을 갖고 기사를 써온 것은 아닌지 내부 반성이 필요합니다. 법조기자는 무릇 취재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갖고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건을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독 조국 가족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경향신문>은 지나치게 검찰 쪽 시각에 젖어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제가 '조국 가족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형사사건 판결문들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재판 때 여러 유죄 정황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판사는 "검사가 제기한 혐의가 의심의 여지없이 합리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쓰곤 합니다. 형사사건 취재에 임하는 법조기자는 검사의 태도가 아니라, 이러한 판사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무조건 기자가 중립의 태도를 취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중립을 포기하려면 기자의 '기울어진 판단'을 취재로 입증해내어야 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많은 법조기자들이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피고인들의 비위 고발에 집중했었던건, 탄탄한 취재로 이미 입증된 증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국 가족들이 받고 있는 재판에서는 검찰이 언론에 흘린 정보 외에 기자들이 스스로 취재한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경우가 다릅니다.

저는 <한겨레>에서 법조팀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동료 법조기자들의 높은 사명감과 땀냄새 나는 취재들을 여러번 지켜보았습니다. 이때문에 <경향신문>을 비롯 많은 법조기자들을 무조건 폄훼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자들 스스로도 모르게 검찰의 시각에 젖어들어가는 그 법조보도 시장의 구조를 우리가 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경향신문의 반복되는 물의, 따져보니 올해에만 6건

<경향신문> 보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제기되고 있지만 단 한번도 <경향신문> 편집국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없어 유감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경향신문> 관련 논란은 이번 '정경심 재판 팩트체크' 기사 외에도 다섯건이 더 있습니다.

△진중권 평론가가 문재인 지지자들을 향해 '좀비'라고 막말한 것을 그대로 칼럼에 게재했고(2020.1.5)  △김웅 검사가 '문재인 정부가 정보경찰 폐지 약속을 안지킨다'고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문재인 대통령은 정보경찰 개혁을 주장, 폐지를 약속한 게 아님)을 한것을 그대로 칼럼에 게재했고(2020.1.8)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민주당만 빼고 찍으라'고 한 말을 그대로 칼럼에 게재해 언론중재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지적을 받았고(2020.1.28) △유희곤 법조기자가 진혜원 검사를 겁박(※검사의 질문에 기자가 대답 대신 한숨을 쉬거나, '상부에 보고하세요. 그러시면 알거예요'라고 말하는 부적절한 행동)한 의혹이 제기됐고(2020.4.1), △윤석열 장모 의혹 최초 제보가 <주간경향>에 이뤄졌고, 기자가 두번이나 제보자 인터뷰했지만 보도가 안되다가, 결국 <MBC>가 보도해 파장이 커진 사건 등입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경향신문> 편집국에서는 어떠한 내부 비판조차 없습니다. 임미리 교수가 2월17일 <SBS>에 출연해 "나도 좀 걱정은 했었지만, 경향신문 편집국 오피니언 담당자는 나에게 아무런 문제제기 하지 않고 쿨하게 (문제의) 칼럼을 게재해주었다"고 밝힌 게 제가 기억하는 <경향신문> 편집국 반응의 전부입니다. 

저는 <한겨레> 재직시 '권양숙씨' 호칭 논란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벌어지자 <한겨레>가 급히 태스크포스를 꾸려 여론을 수렴하고, '권양숙씨 대신 권양숙 여사'로 호칭을 바꾸는 결정을 한 것을 지켜본 적 있습니다. '권양숙씨'와 '권양숙 여사' 호칭중 어느 것이 맞는 지를 논하려는 게 아니라, 당시 <한겨레>가 여론을 무겁게 수렴하고 숙의했던 과정 자체를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지금 <경향신문>의 태도를 보면, 그저 '진영주의자들의 문제제기' 정도로 여론을 폄훼하는 듯 해 안타깝습니다.

지금 민주당은 '탈세 혐의' 양정숙 당선자를 형사 고발 하려 하고 있습니다. '성추행 혐의' 오거돈 부산 시장은 제명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행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역시 옹호여론이 없습니다. 조국·최강욱 등에 대한 옹호여론은 있으나 이것은 진영주의라기보다는 검찰수사의 순수성이 의심되기에 여론이 둘을 갈라치기하여 판단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경향신문>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진영주의자들의 공격이라는 간편한 탈출구를 찾아서는 안됩니다. 진영주의는 표피일 뿐 본질이 아닙니다.

과거 김재철씨가 문화방송(MBC) 사장 때 벌인 패악질들에 대해 시민사회가 경고를 여러차례 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자 민주진보진영 시민사회에서 출연 및 인터뷰 거부 선언 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내부에서 바뀔 기미가 없자 시민사회가 함께 압박을 가한 것입니다. 저는 <경향신문>에도 어쩌면 이런 압박이 필요한 때가 다가오지 않나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좀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압박보다는 격려가 더 최선의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향이야! 이거보다 더 잘할 수 있잖아!" 저의 이러한 격려에, 이제 <경향신문> 기자들이 답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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