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여수 개표소 (사진=정병진 기자)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지난 4.15 21대 총선의 전남지역 개표 마감 시간이 2016년 4월 13일 치른 20대 총선 개표 마감 시간보다 더 빠른 5곳(22.7%)이 나왔다.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선거 개표를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했음에도 기기를 사용한 종전보다 개표 마감시간을 더 앞당긴 결과여서 주목할 만하다. 

21대 총선은 개표 시간이 이전에 비해 크게 지체되리라는 우려가 많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으로 무려 35개 정당이 난립해 투표지 길이가 48.1cm로 길어졌다. 개표에 사용하는 투표지분류기가 최대 소화할 수 있는 투표용지 길이는 24개 정당 후보자에 34.9cm이다. 그런데 민생당을 비롯한 35개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내다보니 개표에 투표지분류기를 사용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해 개표를 하였으나 비례대표 선거는 모두 수작업으로 하였다. 20대 총선 때만 해도 비례대표 선거에 후보자를 낸 정당은 21개 정당이었고 투표지 길이는 33.5cm라 개표에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21대 총선 개표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투표지분류기 없이 수작업 개표를 하게 돼 개표 시간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리라는 예측이 많았다. 개표 환경이 사뭇 달라진 거다. 

기자는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의 ‘개표마감 시간’을 선관위에서 정보공개 자료로 받아 대조해 보았다. 그 결과 예상대로 21대 총선의 개표 시간이 20대 총선에 비해 전반적으로 더 길어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20대 총선 개표 시간보다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일찍 개표가 끝난 개표소들도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사례는 ‘수작업 개표는 느리다’는 통념을 깨는 결과에 해당한다. 

특히 전남지역에서는 20대 보다 21대 총선 개표 마감시간이 오히려 빠른 곳이 다섯 군데나 나왔다. 선관위는 전남지역에 모두 22개 개표소를 운영했다. 이들 개표소의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개표 마감시각을 대조한 결과 여수, 순천, 나주, 고흥, 신안 등 다섯 곳 개표소가 21대 개표에서 많게는 2시간 30분에서 5분까지 더 빠른 결과를 보였다. 보성군 개표소의 경우는 20대 총선 개표마감 시각에 비해 불과 5분 늦게 끝났을 뿐이었다. 

전남 6곳 개표소의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개표마감 시각 비교

 

표지분류기운영부 (사진=정병진 기자)

이처럼 종전에 비해 개표 마감시간이 앞당겨진 현상의 원인이 뭔지 전남도 선거과 관계자에게 문의해 보았다. 그는 “도선관위 차원에서 파악해 보진 않았으나 수작업 개표 때문에 각 선관위마다 개표사무원 인력을 더 많이 투입했고, 개표가 매끄럽게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해 개표를 하더라도 개표 도중 고장이 나서 재분류를 하는 일이 발생하면 개표 시간이 1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있기에 수작업에 비해 반드시 빨리 끝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이 사항 없이 개표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개표사무 인력이 충분하다면 수작업 개표를 하여도 개표 마감시간을 앞당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관위는 21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개표에서 ‘투표지분류기 운영부’ 대신 ‘개함·점검부’를 두어 투표지 분류 작업을 진행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 받은 전남지역 20대와 21대 총선 개표마감시각 자료 (출처=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청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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