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준구 목사 성범죄 집중 조명한 MBC ‘PD수첩’

(출처= MBC PD수첩)

 

목회자의 성범죄는 불행하지만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목회자 성범죄는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온다. 왜 그럴까?

12일 오후 전파를 탄 MBC 간판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 - 목사님 진실을 묻습니다'편은 이 의문에 답을 준다. 'PD수첩'은 2011년 9월 불거져 나온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전준구 목사의 성범죄를 집중 조명했다. 

전 목사의 성범죄는 공식 지면에 옮기기 민망할 정도로 경악스럽다. 더구나 피해자는 복수였고, 심지어 25년 전 미국 LA 한인교회에서 목회사역을 할 당시엔 미성년자를 추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승승장구했다. 대전에서 목회하다 서울 강남구 방배동에 위치한 신도 4500명 규모의 로고스 교회 담임목사로 청빙 받는가하면, 2018년엔 서울남연회 감독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전 목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교회, 교단의 비호 때문이었다. 피해자들은 전 목사를 고소하려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 그래서 교회법에 의지하려 했다. 

하지만 교회 사법기구는 피해자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취재에 응한 당시 심사위원회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진실이 사실임을 인식했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처벌을 피해갔다. 심사위원회는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 아래 인용할 심사위원들의 말은 실로 끔찍하다.

‘관계를 가진 상황에서 왜 고소를 한 것인지 이런 행동에 피해자도 책임이 있다’ 
‘(목사님의) 사모님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못 가졌나요?’ 
‘(목사님의) 성적인 기술이 좋았나요?’
‘혹시 동거한 사람이 있는가?’

전 목사가 속한 기감 교단은 2010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3년 가까이 재판을 끌어오다 무죄로 결론지었다. 교회도 전 목사를 감싸기 바빴다. 장로들은 전 목사의 범죄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전 목사를 비호했다. '교회에 혼란이 와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전 목사의 성범죄 발생 시점은 10년 전이다. 10년 전 일이 왜 지금 문제될까? 바로 이렇게 적절한 처벌이 가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목회 사역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더구나 성범죄는 재발가능성이 높다. 로고스교회 전 교인은 'PD수첩' 취재진에게 전 목사가 2년 전에도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이 성도의 증언을 그대로 옮긴다.

"(전준구 목사가) 뒤로 손을 흔들더래요. 걔한테 옆으로 오라고. 옆에 앉았더니 찬양 중에 허벅지 가운데로 손이 들어가는데 그러니까 얘가 너무 놀란 거야. 옆에 친구 딸이 그렇게 당한 걸 아니까 제가 힘들었죠."

그럼에도 전 목사는 당당하다. 로고스교회 측은 'PD수첩'에 보낸 답변서에서 "성폭력 의혹 경우 모두 불기소 또는 무죄 판결이 났으며 누군가의 사주로 조작된 허위일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교회내 팽배한 남성 중심 권위의식, 성범죄 부른다

목회자 성범죄가 빈발함에도 근절되지 않는 근본 이유는 이렇게 교회, 교단이 피해자를 감싸기 보다 목회자를 보호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전준구 목사의 사례는 10년 전 불거졌던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 전병욱 씨 사례와 판박이다. 전 씨도 복수의 피해자에게 수위 높은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사태 초기 삼일교회는 전 씨의 성범죄를 축소, 은폐하기 급급했고 관할 노회인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교회·교단이 비호해주니 목회자 성범죄는 더욱 대담해질 수밖엔 없다. 

목회자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ㅂ성교육상담센터장 정혜민 목사는 'PD수첩'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것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총회가 노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 될 겁니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교회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다. 성범죄가 불거지면 '남자가 그럴 수 있지'라며 오히려 피해자 탓을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남성중심적 문화가 원인이다. 

성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교회·노회 등 조직이 목회자를 비호하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목회자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교회의 위상 추락 역시 불가피할 것이다.

"종교는 성역이라고 하면서 더 이상 피해갈 순 없는 일입니다. 몇몇 교단은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논의하거나 성폭력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늦게 시작했지만 이런 움직임이 기독교뿐만 아니라 종교계 전체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건 때론 아픔을 동반합니다. 한국 교회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권위를 회복하고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 한학수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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