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부여 개표소 모습 (사진=정병진 기자)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중앙일보가 지난 14일 "부여개표소 분류기 이상했다"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4.15 총선 개표조작 의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부여 선관위는 ‘개표절차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쓴 무책임한 기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표 과정에서 "투표지분류기의 ‘오분류’(‘혼표’: 분류기의 자동 분류 과정에서 후보자 간 표가 섞이는 현상)는 발생한 적도 없으며 개표 초반 개표사무원의 투표지 밴딩 작업 실수를 발견해 바로 잡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이다.

중앙일보에 제보한 미통당 참관인도 정작 오분류 현상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사진 등 의혹을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못해 이번 논란이 단순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일보는 지난 4.15 총선 충남 부여 개표소에서 "1번 후보 표가 지나치게 많이 나와 재검표를 하면 역전되기도 했다. 2번 후보 표는 유독 많이 재확인용(미분류표)으로 분류됐다. 주로 사전투표용지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분류기 이상했다. 1번 투표용지 묶음에 2번 용지가 섞이기도 했다"는 등의 개표참관인들 증언 내용을 보도하였다. 최근 민경욱 의원과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사전투표 개표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주로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측) 참관인 A씨와 D씨의 증언을 근거로 내보낸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참관인 A씨와 D씨는 “(투표지분류기의 오작동으로) 1번 후보의 득표함에 2번 표가 들어간 장면을 보았다”고 증언한다. 

A씨는 개표 초반에 “옥산면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415장)”을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할 때, 제어용PC “노트북 화면에 1번 후보가 2번 후보를 100매 가까이 앞섰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한다. 이어 이의제기를 하고 재검표를 했더니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 159표,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 170표였다. 정 후보가 11표 차이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한다. 

D씨도 "1번 후보의 득표함에 2번 표가 쌓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고, “그때마다 항의해서 분류기를 재가동해 2번 후보의 표를 읍·면 단위별로 많게는 30~60장씩 되찾아 왔다"는 말을 한다.

요컨대 두 참관인의 주장은 투표지분류기의 이상으로 2번 후보의 표가 1번 후보 표에 섞이는 ‘혼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이게 사실이라면 ‘투표지분류기 프로그램 조작에 의한 개표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 어디에도 두 참관인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영상이나 사진 따위의 증거는 없었다. A씨의 이의제기로 참관인들이 모여든 장면이라는 다소 멀찍이서 찍은 사진과 전체 개표장을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촬영한 사진이 첨부돼 있는 거 말고는 두 참관인의 증언 밖에 없다.

투표지분류기 프로그램 조작에 의한 ‘개표조작’을 의심할만한 엄청난 주장을 하면서도 정작 그런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내놓지 못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참관인이 개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하도록 보장한다. 그럼에도 오분류(혼표) 현상을 수차례 목격했다는 참관인들이 해당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4.15 총선 개표 당시 박수현 후보(더민주) 측 참관인을 한 A씨와 16일 통화해 관련 사실을 확인해 보았다. 

그는 “개표 과정을 쭉 지켜봤지만 저희는 (투표지분류기 분류 과정에서) 표가 섞인 거는 본 적 없다. 투표지가 구겨져 있거나 그래서 개표기(투표지분류기)에서 에러가 발생한 일은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투표지분류기 담당자) 참관인들 몇 분을 불러서 ‘처음부터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투표지를) 다 빼서 다시 분류한 경우는 있었다. 똑같은 지역구 것 중에 그런 사례가 반복되자 (참관인 중에) 짜증이 나서 언성을 높이는 사람은 있었으나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참관인으로 들어간 두세 명에게 연락해 알아봤다. 그분들도 (1번 후보 표 다발에 2번 후보 표가 섞여 있었다는 미통당 참관인들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가뜩이나 저희가 이쪽에서 이긴 상황이었으면 분명히 받아들여야 할 건 받아들여야겠지만, 어차피 여기선 상대측 후보가 당선된 상황에서 저희가 오히려 반발하면 반발해야지 왜 그쪽에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14일 부여군선관위 관계자와도 통화해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부여선관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개표 초반에 옥산면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415매)부터 투표지분류기를 돌려 개표를 진행했다. 그때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의 투표지 밴딩 작업을 담당한 개표사무원이 정연상 후보 투표지와 재확인대상 투표지를 함께 밴딩하는 실수를 했다. 

<4.15 총선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의 지역구 출마 후보는 모두 6명(박수현, 정진석, 전홍기, 이홍식, 김근태, 정연상 등)이었다. 투표지분류기의 12개 포켓 중에 각 후보별로 2개씩 포켓을 배정하고 맨 마지막 정연상 후보는 1개 포켓만을 두었다. 나머지 1개는 재확인대상 투표지(미분류표) 포켓으로 썼다. 

그런데 100매 묶음으로 밴딩 작업을 담당한 개표사무원이 정연상 후보 표 3매와 ‘재확인대상 투표지’를 한데 묶는 실수를 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책임사무원이 참관인들에게 설명을 하고 옥산면 관내 사전선거 투표구를 제어용PC에서 삭제한 뒤 처음부터 다시 분류해 실수를 곧  바로잡았다. 참관인들의 주장과 달리 ‘오분류’(혼표) 사례는 개표 과정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선거계장은 "이 같은 내용을 중앙일보 기자와 또 다른 신문사 기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 해명을 듣고 중앙일보 기자와 같이 온 다른 기자는 별 문제가 없음을 알고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중앙일보 기자는 주로 참관인들의 일방적 주장에 의존해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쓴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의혹을 제기하는 참관인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가령 “밴딩 작업을 한 사람은 여성 개표사무원인데 남자로 기억하더라”는 것이다. 이어 “(그 개표참관인은 1.2위 간) ‘100표 차이가 났다’고 하는데 400여 표인 곳에서 100표 차이가 나려면 어떻게 포켓이 지정돼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며, 그런 의혹제기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또 선거계장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개표 절차를 잘 모르고 있어서 투표지분류기의 ‘재확인대상 투표지’를 설명해 줬고, 심사집계부에서 전부 수작업으로 검표한다는 사실도 알려줘야 했다”며 “개표 절차를 잘 이해하지 못한 기자가 무책임한 기사를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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