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보관 박스 통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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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 보관 박스 통일돼야 한다
  • 정병진 기자
  • 승인 2020.05.19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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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여수시개표소 투표지 보관박스 (사진=정병진 기자)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경기도선관위가 산하 구·시·군위원회에 4.15 총선 투표지 보관을 위해 손잡이용 구멍 뚫린 박스를 쓰도록 내려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봉인·봉함해 철저히 관리해야 할 투표지 박스 양쪽에 투표지가 훤히 보일 정도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어 선거부정 의혹의 빌미가 되기에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주현 변호사(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실 감찰담당관)는 17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남양주선관위가 보관 중인 투표지 박스(투표함) 옆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해당 사진과 영상을 “투표함 증거보전 절차 진행 과정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표지 박스는 원칙적으로 밀봉이 돼 있어야 하는데 남양주선관위가 ○○물류센터 창고에 보관하는 박스는 (위원장) 도장 위에 봉인 테이핑이 돼 있고, 구멍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외 사전투표용지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증거보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표지가 모서리 틈으로 빠져 나왔다. (그래서) 판사님도 당황했다. 그게 원칙적으로는 모서리를 전부 밀봉하게 돼 있다. 그런데 남양주(선관위) 보관 상자가 아랫부분이 다 개봉이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출처=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영상 캡처) 

기자는 18일 남양주선관위에 연락해 “투표지 보관 박스에 실제로 구멍이 있는 건지, 있다면 왜 구멍을 둔 것인지” 물어봤다. 남양주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지 보관 박스에 구멍이 나 있는 건, 상급 위원회인 경기도선관위에서 경기도 전체 42개 구·시·군위원회의 박스를 제작해 뿌린 거다. 옆에 구멍이 나 있는 게 뭐냐면 옮기기 쉽게 하려고 만든 손잡이”라고 답했다. 

경기도선관위 A 계장과 통화해 ‘구멍 난 투표지 박스 제작 경위’에 대해 알아보았다. 계장은 “손잡이용으로 만든 게 맞다”고 확인해 줬다. 그에게 “이처럼 손잡이용 구멍난 투표지 박스를 전국 선관위가 쓰는지” 묻자, 그는 “그거는 확인해 봐야 한다. 다른 시·도는 어떤 형태 박스를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에게 “투표지 박스에 난 구멍이 손잡이라 하더라도 그런 구멍이 있으면 ‘봉인’의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이에 A 계장은 “그 박스 안에 투표지가 들어 있고 그게 밖으로 유출되면 안 되는 거기 때문에 손잡이를 만들 때 그 (구멍) 크기 정도는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답했다. 

기자는 A 계장에게 “해당 투표지 박스는 사전투표지를 담은 박스였다. 선관위는 잔여투표용지(남은 투표용지)와 사전투표용지 발급기를 갖고 있다. 그러면 투표지 박스에 손잡이 정도의 작은 구멍만 있다고 해도 투표수를 얼마든지 증감할 위험이 있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A 계장은 “투표지 박스는 어차피 개표가 끝난 뒤에 보관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개표가 끝났지만, 남양주선관위의 경우 선거 소송이 걸려 있고 증거보존 신청이 된 상태다. 득표수가 안 맞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면 해당 선관위가 득표수를 조정할 위험도 있지 않느냐. 물론 (투표지 보관 박스 형태에 대한) 법령은 없는 걸로 안다.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소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령 규정도 없다. 하지만 선관위가 의혹을 없애고자 CCTV를 자진해서 설치했다. 근데 이처럼 증거보전 신청과 소송이 제기돼 그게 완료될 때까지 선관위가 투표지 박스를 보관해야 하는데 그 보관소에 CCTV도 없지 않느냐, 그런데 투표지 보관 박스에 구멍까지 있다. 이러면 심각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A계장은 “대부분의 투표지는 개별 청사가 있는 경우에는 개별 위원회에서 보관하는데 외부 창고를 별 수 없이 임차하는 위원회는 그 창고를 쓴다”며 “그런데 그럴 때는 거기에 그냥 방치하는 게 아니다. 저희가 아무도 못 들어가도록 다 잠금장치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선거를 제기했을 때는 보수 유튜버들도 많이 그러지만, 기본적으로 ‘선관위가 조작했다’는 전제 아래 시작한다”며 “그런데 저희 입장에서는 일단 조작이나 선거부정은 없다. 단지 ‘보관이나 이런 절차에 있어서 충분히 위험스런 부분이 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건 저희도 공감을 한다. 하지만 저희가 그걸 가지고 조작했다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투표지 보관 박스 구멍에 대해서는 얘기가 돼서 내부적으로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어떻든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전국 선관위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투표함·투표록·개표록·선거록 기타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그 당선인의 임기중 각각 보관하여야 한다’는 법령(공직선거법 제186조)에 따라 투표지를 박스에 넣어 보관한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편람에서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완료된 투표지를 선거별 또는 선거구별로 구분하여 투표지 관리상자 등 견고한 용기에 넣어 봉쇄·봉함·봉인하여 투표함창고 등에 적치하라’는 지침(<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2016년), 783)을 준다. 

한편 전남 여수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전남의 22개 구·시·군위원회 투표지 보관 박스에는 손잡이 형태의 구멍이 나 있지 않다. 도 선관위가 일반 택배 상자처럼 구멍이 없는 형태로 투표지 보관 박스를 제작해 지급하였다. 실제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기자가 촬영한 투표지 보관 박스에도 구멍은 없었다. 

다른 시·도선관위는 어떤 박스를 사용하였는지 추가로 더 알아보았다. 확인결과 서울시선관위, 강원도선관위, 대구시선관위, 부산시선관위도 ‘손잡이용 구멍이 없는 박스’를 제작해 사용하였다. 다만 충북도선관위는 “손잡이용 구멍이 있는 박스를 사용하였으나 그 박스에 담는 모든 투표지는 종이봉투에 먼저 담고 그 봉투를 봉인해 관리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경우 상자에 손잡이용 구멍이 있더라도 투표지가 봉인된 봉투에 담겨 있어 유출이나 증감의 우려는 크게 없다.

중앙선관위 선거과 관계자는 “현재 투표지 보관 박스에 대해서는 뚜렷한 법령 규정이 없다”며, “전국 시·도선관위마다 투표지 보관 박스를 다양하게 만들어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투명하고 공정하며 안전한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투표지 보관 박스에 대한 통일된 규정이나 지침을 고민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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