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목사, 언론 보도 탓하기보다 신앙관 돌아봐야

빛과진리교회에서 개최한 농구대회에서 김명진 담임 목사가 MVP를 수상하는 모습 (출처=제보자 제공)
빛과진리교회에서 개최한 농구대회에서 김명진 담임 목사가 MVP를 수상하는 모습 (출처=제보자 제공)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내부에서 대형 이슈가 불거지면 해결에 이르는 데 수 년의 시간이 든다.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 전병욱 씨의 성범죄가 사회 법원에서 유죄 인정을 받기까지 7년의 시간이 걸렸다. 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의 성범죄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형이다.  

이렇게 교회 내부 문제를 바로잡는 데 오랜 시간이 드는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먼저 범죄의 당사자가 지지자를 규합해 물타기에 나선다. 그리고 노회·총회로 이어지는 교단 조직은 문제를 덮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내부 자정을 호소한 이들의 마음은 쉽게 상하고 다친다.

리더십 훈련을 빙자해 이뤄진 인분 먹이기, 공동묘지에서 기도하기 등 빛과진리교회의 가혹행위는 실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최근 사태 추이는 김명진 목사가 추종 신도들 뒤에 숨은 양상이다. 

빛과진리교회는 먼저 읍소전략을 쓰고 있다. 이 교회 공식 트위터 계정은 '#빛과진리교회를살려주세요'란 해시태그를 달고 교회 측 입장을 담은 게시물을 퍼뜨리는 중이다. 이 교회 신도로 추정되는 유투버 역시 김 목사 부부를 열렬히 옹호하는 영상을 잇달아 올리는 중이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그간 불거진 가혹행위 의혹을 소명하는 청원이 18일 올라왔다. 자신을 30대 여성도라고 밝힌 청원자는 빛과진리교회 문제를 처음 알린 <평화나무> 보도가 "자극적이고 근거 없는 억측과 과장으로 얼룩져 있다"고 폄하했다. 

또 인분먹이기 등 가혹행위에 대해선 "지금은 교회를 떠난 피해자라고 증언하는 제보자들 중 소수가 이 훈련을 하던 도중, 본인들이 인분섭취나 구타참기를 했던 것이지 아무도 그것을 억지로 시킨 적 없고,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대로 사태가 흐르면 본질은 희석되고, 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 위험성도 없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럴듯한 변명, 이면엔 ‘책임 떠넘기기

교회측 변명은 얼핏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행간을 뜯어보면 '가혹행위가 신도 본인의 선택'이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뉴앙스가 강하다. 

이 같은 뉴앙스는 피해 신도들이 예장합동 평양노회 조사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도 드러난다. 

자신을 50대라고 소개한 피해성도 ㄱ씨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내가 선택해서 거기를 갔고, 내가 선택해서 LTC를 자원했고, 심지어 인분까지도 제가 선택해서 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인분 먹는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고 속이 아픕니다"

피해신도들의 증언을 훑어보면, 가혹행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혹행위도 문제지만, 기저에는 빛과진리교회가 리더십 훈련을 빙자해 신도들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시도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말이다. 

가스라이팅 정황은 피해성도 ㄴ씨의 증언에서 잘 드러난다. 

"오티때부터 빛과진리의 목사와 리더들을 신뢰하게 만든 뒤 '너는 네 생각이 너무 강하다, 네 생각은 틀렸다, 리더의 말은 지혜자의 말이다, 리더는 하나님이 세우신 사람이다' 등등의 말로 저에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ᅠ 그리고 저의 말과 행동들을 꼬투리 잡아 야단치고 복종시키면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피해성도들의 진술은 이 교회의 문제점이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가혹행위가 아님을, 그보다 신도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김명진 목사에게 맹종하게 만들려 했다는 게 진짜 문제임을 드러낸다. 이쯤에서 과연 이 교회가 정통 교회인지, 김명진 목사가 제대로 신학교육을 받은 목회자인지 의구심이 인다. 

피해성도 ㄷ씨도 이 교회의 신앙적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구원의 확신이 있었고 하나님을 더 알고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에 훈련을 시작하고자 했던 것인데 빛과진리교회에서는 이전에 제가 믿고 경험한 하나님은 터부시하고 오로지 빛과진리교회에서 들은 복음을 듣고 영접해야 진짜 복음을 들은 것이라 여겼습니다"

김명진 목사에게 바란다. 언론보도가 왜곡됐다고 폄하하고, 지지신도들 동원해 여론전에 열을 올리기 전에 본인 스스로 신도들을 도구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기 바란다. 

예장합동 평양노회에도 바란다. 제식구 감싸려 솜방망이 처분으로 덮으려 해선 안 된다. 특히 이 교회 리더십 훈련은 신도들에게 올바른 신앙관을 심어주어야 하는 목회자가 도리어 심리적 기법을 이용해 신도를 맹종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실로 심각하다. 이 같은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바란다. 단지 문제가 '인분먹이기'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엄정한 처분을 내리기 바란다. 

만약 이 문제를 덮으면, 사태는 전병욱씨 성범죄처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평양노회도 공범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평양노회가 엄정히 치리할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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