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2일 신앙 훈련 명목으로 인분을 먹으라고 요구하는 등 신도들에게 가혹행위를 강요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동대문구 소재 빛과진리교회 사무실과 숙소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2일 신앙 훈련 명목으로 인분을 먹으라고 요구하는 등 신도들에게 가혹행위를 강요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동대문구 소재 빛과진리교회 사무실과 숙소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빛과진리교회에서 발생한 사건 중 주요 쟁점 중 하나는 LTC(리더십트레이닝코스) 훈련 중에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 판정을 받고 재활 훈련 중인 J씨에 대한 책임론이다. 

2018년 10월 27일 LTC훈련 중 ‘잠 안자기 훈련’ 이틀째였던 J 씨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J씨의 남편 L 모 씨는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담임 목사와 최모 조교리더와 황모 리더를 업무상 과실상해 행위 등으로 고소했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빛과진리교회측은 “J 성도에게 응급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측의 주장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명진 목사는 평화나무의 첫 보도가 나오기 전인 4월 27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J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그 입원한 분이요? 그러니까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 도우려고 했는데 이분들이 우리 교회 과실로 몰아가려고 고소까지 했다”며 음해세력과 함께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날 “(음해세력이) 마치 우리 교회가 (J 자매를) 심하게 다뤄서 뇌출혈이 생긴 것처럼 거짓으로 블로그에 올린 것”이라며 “우리가 마치 은폐하고 마치 그들에게 무관심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할 수만 있으면 어떻게든지 심방도 하고 위로하고 이런 과정들이 쭉 있었는데 이분들이 이걸 전혀 쏙 빼고 우리가 전혀 관심도 안 준 것처럼 교묘하게 블로그에 써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블로그를 통해서 음해하는 세력들을 결집했다”라고 주장했다. 

본지 기자가 ‘왜 구급차를 일찍 부르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질의하자, 김 목사는 “내가 전문가에게 물어봤다”며 “그랬더니 만약 구급차를 일찍 부르나 안 부르나 그건 미묘한 차이라고 한다. 내가 신경외과 전문가에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약간 지체가 됐는데 그것을 마치 지체가 안 됐으면 괜찮을 것처럼 거짓으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4월 30일에는 교인들만 볼 수 있는 내부 홈페이지 망에서도 J 씨와 관련한 교회의 대응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했다. 

출처=빛과진리교회 내부 홈페이지 (제보자 제공)

J 씨의 상태를 사건 당일 12시 15분경까지는 인지할 수 없었으며 ▶ 12시 30분경 J 씨가 “쉬면 괜찮다”고 반복해서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또 12시 55분경 팀 리더가 우황청심환을 가져왔고 ▶ 오후 1시 18분경 “(J 씨가) 구토를 하는 바람에 119구급대에 연락해 빛과진리교회에 오도록 했다”며 구급 차량 출동 등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후 오후 1시 22분경 119구급대 도착 ▶ 1시 28분 성바오로병원 도착▶ 3시경 성바오로병원에서 가족측의 요구대로 한양대 병원으로 옮겨 수술까지 대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교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교회가 119구급차량을 일찍 부르지 않은 이유는 뇌와 관련해 전문의료진 구축이 안 되어있는 성바오로병원으로 보낼까 우려해서”라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공식화하고 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

그 지역에서 119구급차량을 부르면 묻지도 않고 성바오로병원으로 이송시키기 때문에 큰 병원으로 옮기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본지 기자가 지난달 10일 빛과진리교회가 소유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유촌리를 찾았을 당시 만난 빛과진리교회 50부장 L씨는 “그분(뇌출혈로 쓰러진 자매)이 아프셔서 (이전에도) 응급 상황이 있었고 그때마다 (교회는) 최선을 다 했다”며 “119를 부르면 (규모가 작은) 성바오로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큰 병원으로 가려고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상황을 목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L 씨는 내부적으로 공식화한 답변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빛과진리교회는 이후 5월 26일에는 “빛과진리교회 성도들은 성경공부 시간 도중 J성도의 이상 증세를 인지한 후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며 “J성도가 구토를 한 즉시 응급차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동원, 왜 교회 지키는데만 활용? 
앞서 사고겪고도 응급메뉴얼 조차 갖추지 않아 
J 씨 사고 이후에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정황 

빛과진리교회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지점은 수두룩하다. 

김명진 목사는 “최선을 다해 피해자를 돌보고자 했는데, 피해자들이 과실을 교회의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만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J 씨가 교회에서 훈련을 받던 중 쓰려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교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음해세력으로 몰아버리는 교회의 태도도 교회 측의 주장을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교인이 훈련 중에 사고를 당하자 "뇌와 관련해서는 구급차 출동시간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확인했다"는 김명진 목사의 전문가 동원력은 왜 사고를 막는 데는 발휘되지 못한 것일까. (물론 뇌출혈은 골든타임 안에 치료해야 하는 응급질환에 속한다) 

교회의 훈련 내용이 신앙훈련과는 관계 없는 것들이라는 점은 차치해 두고라도 위험천만해 보이는 훈련을 하면서 최소한의 응급 메뉴얼 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다. 

더구나 교회에서 발생한 사고는 J 씨가 처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2016년 말 고린도후서 6장을 근거로 한 LTC 훈련의 일환으로 불가마에서 견딤훈련을 하던 중 전신화상을 입고 장애를 얻은 교인이 발생했고, 심지어 앞서 뇌출혈로 사망에 이른 교인도 있었다. 

교회측이 거듭되는 사건을 덮거나 교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집중한 정황은 J 씨의 사고 이후에도 드러났다. 

당시 교회에서는 J 씨의 소식이 확산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입단속을 시키려 했다. 평화나무는 관련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채팅방 메시지를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출처=제보자 제공)
(출처=제보자 제공)

 

 또 J 씨의 사고 이후 자천서에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은 훈련생 본인이 진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평화나무가 입수한 LTC채킹방에서 J씨의 조교리더이기도 했던 최모 씨는 ‘LTC 자천시(자천서 작성 시) 훈련 중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있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LTC와 관련된 모든 내용은 카톡이 아닌, 보안 강도가 높은 텔레그렘으로 이용하도록 한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위험을 인지하고도 그 사실을 감추고 은닉하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 제공한 사고일지 작성자도 교회측인데...
목격자 한목소리 “J 상태 촌각 다툴만큼 위급해 보였다”

이미 교회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제보자 측이 제공한 사건 개요를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2018/10/27(토)  사고당일
 전날 거의 잠을 못자고 (잠 안자기 교육 중 ) 새벽 6부터 모임 시작
 11시 안 된 시간 피해자, 팔에 힘이 빠진다고 호소
 A 리더 한의사 B 에게 전화
11시 B 와서 진맥
B가 침을 놓음, 피로해서 그런 거 같다. 쉬면 될 것 같다고 진단함
 11시 40분 팀 모임 마무리, A리더 조교리더인 C를 부름
 ---- 이때까지는 팀원들 12명이 함께 있었고, 
   이후 A, C, 같은 LTC 훈련중이었던 D가 사고 장소에 있음.
C가 한의원 원장 부름. 침을 놓으려고 했고 공진단을 먹으면 좋겠다고 했음
   D는 “의식이 희미해지는 고소인에게 ‘병원에 가야겠느냐고 물음’ 
   J가 ”그래야 될 것 같다“고 대답, 

   D는 ”J가 병원에 가고 싶어한다“고 말함. 
   그때부터 병원에 갈 준비를 함. 
 13시 22분 구급차 도착한 사이
이 사이 교회 내에서 한의사가 해결하려고 하며 귀중한 시간을 소모함 

중요한 지점은 제보자들이 제공한 사건 당일 경위서 역시 고소인 측의 요구로 2018년 12월 12일 교회 관계자가 작성한 내용을 받은 것이란 점이다. 

또 평화나무가 접촉한 당시 상황을 목격한 복수의 증언자들은 한 목소리로 “당시 J 씨의 상태는 촌각을 다툴 만큼 위급해 보였다”라고 했다. 한의사 직업을 가진 교인이 “뇌경색인 것 같다”라는 진단을 내놓았음에도 구급차를 부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J씨가 쉬면 될 것 같다”라는 말을 하는 것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오히려 당시 목격자 중 한 명은 J씨가 병원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J 성도가 구토를 한 즉시 응급차를 불렀다’는 교회측의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확인된다. 그러나 앞서 "구급차를 교회로 불렀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당시 목격자와 제보자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교회 측은 애초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고, 교회 신도중 한 명의 차량으로 J 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그런데 J씨가 구토를 하자, 그제야 구급차를 한 가게 앞으로 불렀다고 한다. 

환자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성바오로 병원으로 이송시킬까봐 119구급차량을 일찍 부르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떨까. 

환자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만큼 위급한 상황으로 인지했는데도 구급차를 일찍 부르지 않고 방치한 이유를 오히려 되묻게 된다. 

또 성바오로병원은 2010년 '뇌졸중센터'를 개소해 운영했다. 성바오로병원 뇌졸중센터는 '뇌혈관질환 집중치료존'도 운영해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 진단과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었다. 2019년 3월 폐원이후 서울특별시 은평구로 이전해 카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됐으나, J씨가 사고를 당한 2018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A등급을 받았다.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 응급 의료기관으로 평가받았다. 

빛과진리교회가 소재한 지역의 119안전센터는 ‘이 지역에서 119구급차를 부르면 무조건 성바오로 병원으로 이송시키느냐’는 질의에 황당해하며 “그렇지 않다”며 “환자나 보호자의 의견을 반영한다. 단, 응급 처치가 급박할 경우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안내한다”라고 했다. 

늘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주장하는 빛과진리교회와 김명진 목사다. 그런데 왜 위급한 상황에서 전문가인 119 안전요원은 믿지 못하고, 빨리 구급차를 호출하지 않은 것일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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