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정부가 SNS를 통제하려 한다는 소문이 SNS상에서 검증없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일 신년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구글, 넷플리스 등 해외 사업자가 ‘불법행위’로 시정명령을 3회 이상 받으면 서비스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여기에 올 초 무분별한 성문화를 막겠다는 이유로 거론된 ‘Https’차단 논란이 한차례 불거졌던 터였다.

방통위의 발표가 나오자, 노라조 출신 가수 이혁씨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진짜 공산으로 가고 있다니. 어디까지 언론 장악을 해야 만족을 하시렵니까. 넷플릭스도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둬야 하나”라는 글을 올리며 날을 세웠고, 앞서 8일에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의원이 자신의 SNS에 “인터넷 분야에서 만리장성 방화벽과 중국몽을 꾸기 시작했다”는 비판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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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구글과 유튜브를 차단한다는 내용의 유튜브 게시물 조회수는 많게는 26만을 넘어섰고 해당 게시물에는 입에 올리기 버거운 매우 과격한 댓글도 달렸다. 또 관련 내용은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무차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 카카오톡 공유 사례1) 긴급펌글6월 부터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봉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방통위 문서에 적혀있네요 진짜 미쳤습니다. 널리 알려주셔서 저들 헛짓거리 못하게 막아야합니다. 최근 자한당 제외 4당 합동 패스트트랙 시행하려는 공수처 설치로 삼권 분립을 작살내는 종지부 찍고 개헌에 직행 그리고 재앙공화국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진짜 베네주엘라 직행입니다. 정보차단 독재의 완성 심각합니다. 널리널리 이 영상을 퍼트려주시고 꼭꼭 한 번만이라도 봐주십시오. 정말 중요한 내용입니다. 우리 널리 알려서 ㄱㄷㅈ들도 많이 알고 있어야 여론을 형성하고 저항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많이 알립시다. 할 수 있는 하나하나의 일이 나중에는 큰 일이 됩니다. 개인 카카오톡 메시지 트위터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 전파할 수 있는 대로 올립시다. 제목만 올려도 인지가 쉽기 때문에 안봐도 홍보가 됩니다. 그리고 설마 설마가 현실이 됩니다. 설마를 만들지 않게 주위에 널리 홍보합시다.

#카카오톡 공유?사례2) 문재인 설마 차단 시작됐나? 차단의왕국? 문죄인이 내영상 보고있는것 다알아 ㅋㅋㅋ 문죄인연구소에서 벌써 유튜브검열과 탄압이 시작된것 아닌가 검색이 안되는것도 있다 (중략) 필승.멸공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77qo0s1I7DI

 

이러한 논란에는 과장·왜곡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는 한국인 개인정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 강화가 마치 문재인 정부가 정부 비판 콘텐츠 유통을 막으려 하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 임시 중지 도입’이 마치 사이트가 완전 차단될 것처럼 선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칼 빼든 이유

해외 IT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87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곤혹을 치뤘다, 당시에도 한국가입자의 개인정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이스북은 당시 한국에서 12만1000명의 개인 정보가 무단 유출됐다고 시인했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심각했던 건 단순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과 관련된 정보 뿐 아니라 개인과 그 주변 지인들의 정보가 함께 유출되고 동의 없이 판매됐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최근에도 사용자 계정 패스워드가 암호화 장치 없이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사용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구글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0만명에 달하는 구글플러스 이용자 계정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구글이 지난 3월 자체 보안감사를 통해 구글플러스에서 소프트웨어 결함(버그)을 발견했으며 이를 알고도 그동안 사실을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사용자들의 분노가 극대화되는 이유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IT공룡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취약점을 알고도 방치하는데 있다.

한국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수집한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금지한다. 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와는 다르다.

구글은 개인 이메일까지도 자사가 수집할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고, 유튜브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유튜브가 소유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개인정보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평화나무>를 통해 “개인정보보호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지 표현물 규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지원하는 안”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는 발의된 법안 2건(변재일, 김경진)도 살펴보았다. 변재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2월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개인정보 유출 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상향하고, 서비스 임시중지 조치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임시중지명령’ 을 취하는 범위를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 조치 위반으로 3회 이상 시정조치를 받고도 개선하지 않는 경우 △휴?폐업 등의 사유로 사업자에게 연락이 불가능할 때로 명시돼 있다.

현재 개인정보 유출 시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 이하’ 수준에서 과징금이 부과돼 법적 제재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도 보완했다.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 시 부과하는 과징금을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매출액의 3% 이하 또는 정액 과징금 10억원 중 높은 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택해 제재하도록 상향하고 해외 사업자에게도 ‘임시중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김경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민주평화당)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해외사업자가 국내 이용자에게 중대한 피해를 입히고 회복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차단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도 표현물에 대한 임시중지명령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방통위가 발표한 업무추계진획의 전체적인 맥락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통위는 ‘이용자 권익’을 늘리고 ‘공정경쟁 생태계’조성을 2019년 업무계획 발표 주제로 선정해 여러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인터넷 게시물 임시조치에 대한 정보게시자의 이의 제기권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게시물 임시조치'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의거해 불로그 게시판 등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당했다고 여겨질 경우 해당 정보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면 망 사업자는 지체없이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정부 비판물을 통제하고자 했다면 정보게시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 제기권을 신설할 이유가 없다.

또 방통위가 무분별한 온라인 공간의 표현물 처벌 문제를 개선해 정보통신망법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도 신설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므로 정부가 유튜브를 검열해 공산화로 가고 있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전혀 없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대명제에도 법안 개정에는 늘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시각과 충분한 논의·검토는 필요하겠으나 검증되지 않는 정보를 사실인 양 퍼뜨리고 무분별하게 퍼나르는 행위는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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