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직무대행, 이우근 변호사 선임

전광훈 씨(왼쪽)가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26대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된 뒤 길자연 목사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있다. 2020.1.30 (사진=연합뉴스)<br>
전광훈 씨(왼쪽)가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26대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된 뒤 길자연 목사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있다. 2020.1.30 (사진=연합뉴스)<br>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전광훈 씨에 대한 재수감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치 행보에 나선 전 씨를 대신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직무대행과 사무총장을 맡아온 박중선 목사가 횡령과 자격모용, 사문서위조 혐의로 또다시 고발됐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는 15일 오전 11시 혜화경찰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중선 목사가 한기총 소속 교단 4-5곳의 회비와 한기총 공금 약 1억6천만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며 한기총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박 목사가 한기총 공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받아 횡령이 의심되는데다 더 놀라운 것은 박중선 목사가 한기총 사무총장으로 공식 임명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목사는 아무도 맡긴 적 없는 한기총 사무총장직을 행사하며 자격을 모용하고 동행사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한기총 조사위원회는 2018년 한기총 내부의 재정 비리를 조사한 결과, 네팔대지진성금, 울릉도태풍피해성금 등의 성금 등을 가로챈 혐의로 당시 사무총장을 지내던 박중선 목사를 고발한 바 있다. 또 박 목사는 지난 3월 6일에는 예장 A교단에서 한기총 회비 2050만원을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수령해 의심을 샀다. 2005년 침례교단 B 목사의 이단 해제를 돕는 대가로 1억7천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비대위는 한기총의 대표성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세를 확장하는데 이용해 온 전광훈 씨와 결탁해 금전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박 목사 역시 한기총을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평화나무가 14일 박 목사에게 연락해 입장을 청취하고자 했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기총 직무대행으로 서울행정법원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낸 이우근(72)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2007년-2009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이사를 지냈고, 서울장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내년 1월 한기총 대표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한기총 정상화 가능성 희박 

10년이 넘도록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한 개신교 시민단체들은 한기총 해체를 촉구해왔다. 내부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는 물 건너갔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한기총이 전광훈 씨를 몰아내고, 전 씨와 함께 결탁해 이득을 누려왔을 인물들까지 제거하더라도 지금의 상태로는 내년 1월 대표회장으로 선출할만한 인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전 씨의 대표회장직이 정지된 후, 한기총 내부에서나 비대위 측에서나 고심이 깊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1989년 군사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며 태동했던 한기총은 금권선거와 이단시비, 극우적 행보 등으로 분열을 거듭하다 그 세가 날로 축소했다. 전광훈 씨가 한기총을 사유화할 수 있었던 것부터가 한기총이 이미 껍데기만 남았음을 재차 인증한 셈이다. 최근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마저 한기총 탈퇴를 결의하면서 한기총 세는 더 위축되고 말았다.  

타 연합기구로의 통합 흡수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매우 낮아 보인다.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결의한 인물과 교단들을 무분별하게 끌어안은 한기총 내 이단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탓이다. 한기총에서 갈라져 나온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과 수년간 통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소용없었다. 여전히 통합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기총 몰락 수순 밟는 한교연? 
한교총의 부상...문체부 등록 

설령 한기총-한교연 통합이 성공을 거두었다 한들, 그 미래가 밝지는 않았을 터. 연합기구로서의 위상과 신뢰를 얻지 못하기는 한교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교연은 경찰이 전광훈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난해 12월 권태진 대표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광훈 목사의 일부 과격한 표현과 언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그의 소신과 애국 충정까지 함부로 매도하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애국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목회자를 구속하고 정치적으로 억압한다면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와 정의로운 나라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2월 24일 전 씨가 구속 수감된 다음 날 성명을 통해 ‘성직자의 구속수감은 명백한 종교 탄압’이라고 했다. 전 씨를 옹호하고 그의 시국관에 노골적으로 동조하고 나선 것. 

코로나19 국면에서 모이는 예배에 대한 우려가 속출하자, 지난 3월 19일에는 “무조건적인 공예배 포기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3월 17일 “교회에 대한 행정명령은 최선이 아니”라며 정부의 방역 협조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았다. 3월 25일에는 “한국교회에 대한 억압과 위협을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마치 한기총 몰락의 수순을 밟기라도 하듯, 극우 노선을 걷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2017년 발족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오는 19일 문화체육관광부 법인 이전 감사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지금까지 문체부에 등록된 개신교 연합기관은 한기총이 유일했다. 한기총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관심이 촉발되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구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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