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친미·반공 사상을 지닌 대표적 원로로 손꼽히는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가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극동방송은 19일 서울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800회 특별 생방송’을 송출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 김장환 목사가 직접 진행을 이끌어 온 프로그램이다. 주1회 방영된 방송이 800회를 맞았으니, 단순계산만으로 무려 16년간 지속돼 온 장수 프로그램임을 알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각계각층의 유명인들과 정치인 등이 출연했다.

김장환 목사가 공공재인 방송을 자신의 인맥쌓기용 사교의 장으로 활용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큼 김 목사가 정치적인 인물로 평가된다는 점을 차치하고, 이번 특별 생방송이 김장환 목사 예찬론으로 흘렀다는 점도 800회 프로그램을 이끈 진행자와 방송사 이사장에 대한 예우로 받아들이더라도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출연진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자연스럽게 드러난 김장환 목사의 사고체계다. 

 

김장환 목사, 남북관계 경색 정부탓 돌리고 싶었나 

이번 특별 생방송에는 무려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이란 타이틀이 달렸다. 

특별 초대 손님으로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서열 2인자였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2005년 MBC아나운서로 입사해 2011년 TV조선으로 이적해 활동하다 퇴사한 방송인 이하정 씨가 출연했다. 

김장환 목사는 방송 서두에서 임 전 부사령관에게 마치 북한의 도발이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어서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하는가 하면, “(북한의 도발에도) 우리는 왜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많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김장환 목사와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김장환 목사 
"임 장군님, 6.25 70주년을 맞이해서 지금 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폭파되고 다른 저의가 있지 않나 국민들이 궁금한데, 우리 국민을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해요. 이러한 때?”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여러 가지로 북한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서 국민이 불안해하실 것입니다. 나중에 한 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이왕 목사님께서 물으셨으니까, 국가의 안보란 안정보장의 준말입니다. 안전보장이란 말은 무엇이냐, 어떤 세력으로부터 국가가 위협을 받거나 침략을 받는 것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안전보장이거든요”

김장환 목사 
"아니, 그런데 (북한이) 도발을 또 할 것 같아요? 군사적으로 안 할 것 같아요?"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저는 앞으로도 많은 도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장환 목사 
"어떤 면에서요? 우리가 가만 있으니까...우리 정부가 가만 있으니까?
우리 군인들이 얻어 맞으니까 도발할 것 같아요?"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그런 것보다도 북한이란데를 40여년 동안 지켜보면 그들은 자기의 계획과 플랜에 의해 행동을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잘해주고 잘못해주고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계실 때 2002년 월드컵 했잖아요? 그때도 북한은 도발했지 않습니까?제2연평해전 있었고.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들(북한)은 자기들의 계획대로 가는데 지금 북한은 내부적으로 굉장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한 2-3년간 유엔제재를 받았고 코로나 정국에서 국경이 봉쇄됐고, 여기 목사님을 포함해 연로하신 분들은 기억하겠지만, 5월 6일은 보릿고개입니다. 보리는 먹을 게 끝났고 아직 벼는 나오지 않았고... 이러한 굉장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1994년에 이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이때처럼 남북한, 미국과의 위기의식을 고조시켜서 북한 주민들을 옥죄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장환 목사 
"임 대장님 말이에요. 우리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과연 저 사람들이 도발하면 우리 국군이나 공군이나 해군이 바로 저쪽에 어떠한 어려움을 가해줄 수 있나 (하는겁니다.) 이스라엘은요, 한번 폭탄이 떨어지면 비행기가 그냥 때리는데 하루도 안 기다리고.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많죠?"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도발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략적 도발이 있고 전술적 도발이 있는데..."

김장환 목사 
"그럼 이건 무슨 도발이에요. 이번에 한 건?"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이번에 한건 전략적 도발이라고 봐야되겠죠. 직접 미사일을 쏜다든가 핵실험을 한다든가 지금과 같이 개성이라는 게 우리나라의 재산을 파괴한 건 확실하지만 지역적으로 북한에서 일어난 도발이잖아요. 이런 도발에 지금 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육해공군이 즉각적으로 전술적 대응을 하기엔 제한이 있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김장환 목사
"(말을 끊으며) 그러면 만약 저 사람들이 장난으로 했든 뭘로 했든, 서울에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그러면 우리 비행기가 가다가 명령이 안 떨어지니까 못 간다. 나는 그게 답답한 거예요" 

김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김장환 목사
"아니, 대장을 하셨는데 (북한을) 응징을 해서 사표 쓰라고 하면 써야지"

임호영 목사 
"하하하. 여러분이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알지만, 우리 육해공군 장병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나약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응징할 것이고 국방부 장관도 얘기했습니다만 직접적인 도발이 있을 때는 그것은 보고하지 않고 바로 응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김장환 목사 
(임 전 부사령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됐어. 우리가 맘 놓고, 오늘 저녁에 다리 뻗고 잘 수 있죠?

 

김 목사의 질문 내용에서 느껴지는 점을 요약하자면 강한 반공 의식, 또 북한과 화해 모드로 가려 애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잔뜩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한 정부와 국방을 매우 무능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태영호 의원은 한술 더 떴다. 그는 ‘현재 남북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공동진행자, 최혜심 아나운서의 질문에 “지금 현재 남북 상황이 긴박하나,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6.25 전쟁 이후에 전쟁이 일어날 듯 말듯하면서도 평화가 유지됐다. 그것은 우리에게는 든든한 군대가 있고, 든든한 한미동맹이 있다. 미국이 우리와 함께 있는 한 절대 북한은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며 노골적인 미국 찬가로 화답했다. 

 

'자주국방ㆍ민주주의' 위해 김장환 목사가 한 일 무엇? 

김 목사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선제적 공격이라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인가. 공익을 대변해야 할 언론사를 운영하는 사주이자 개신교의 원로 목사가 북한은 때려 부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선동하는 것도 놀랍지만, 북한의 도발에도 한국 정부와 군이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김 목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찬성했는지, 김장환 목사는 이 질문에 답변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전시작전통제관(전작권)이란 말 그대로 전쟁이 발생했을 때 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을 말한다. 1950년 6.25발발 이후 한 달도 못 돼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우리 군의 작전 지휘권을 넘겼다. 이후로 우리정부는 전작권를 되찾지 못했다. 물론 전작권을 되찾아 오자는 논의는 수차례 계속 됐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12월 21일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에서 한 자주국방에 관한 발언은 여전히 명연설로 기억된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작전통제권,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 그렇게 별들 달고 있단 얘기냐”며 “그러면서 작전통제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모여서 성명내고, 직무유기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또 “작통권 돌려받으면 우리 한국군들 잘한다”며 “경제도 잘하고, 문화도 잘하고, 영화도 잘하고, 한국 사람들이 외국 나가 보니깐 못 하는 게 없는데, 전화기도 잘 만들고, 차도 잘 만들고, 배도 잘 만들고 못 하는 게 없는데! 왜, 작전통제권만 왜 못 한다는 얘기냐”고 역설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심리적 의존 관계, 의존 상태를 벗어나야 된다”며 “국민들이,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라고 하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국방이 되는 것이지, 미국한테 매달려가지고 바지가랭이 매달려서 미국 뒤에서 숨어 ‘형님,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고 하면 이게 자주 국가의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초강대국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거역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자루 국가, 독립 국가로서의 체면은 유지해야 될 거 아니냐”고 외쳤다. 

2007년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2012년 4월 미군은 전작권을 한국군에 이양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 정치권의 중심으로 전환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지금에 이르렀다. 

김장환 목사는 전작권 환수에 반대해 온 보수 대통령들의 멘토였다. 그는 자타공인 친미인사다. 
‘빌리킴’. 김장환 목사의 미국명이다. 그는 197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전도대회에서 통역을 맡았고, ‘빌리 킴’이란 그의 미국명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북방선교’의 기치를 내건 극동방송에 녹아 있는 뿌리 깊은 반공 정서는 김장환 목사의 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활동의 배경이 친미였다면, 밑천은 ‘반공’이었다. 

반공을 앞세워 유신체제를 공고히 했던 박정희 정권 당시 김 목사는 미주 전역을 다니며 박정희 옹호를 위해 분주히 애썼다. 독재에 반기를 들며 민초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때 김 목사는 대통령의 특사를 자처하며 권력에 기생한 것. 전두환 신군부가 폭력을 자행할 때도 김 목사는 전두환 당시 국보위 위원장을 만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12.12 40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12일에도 그는 전두환을 만나 오찬을 즐겼다. 김 목사는 군사정권 권력자들과 미국 정계와 연결고리를 자처하며, 한국 정치권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번번이 걸림돌이 되어 온 김장환 목사는 최근 타인의 희생으로 이룬 언론의 자유를 한껏 누리며 역사에 길이 남을 발언을 하고 말았다. 

김 목사는 지난 16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기독인회 (신임회장 이채익 의원) ‘21대 국회 개원 감사예배 및 정기총회’에 설교자로 나서 “현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식물인간이 됐다”고 발언했다. 

김 목사는 이날 “지금 국회의원들이 나라를 사랑하고 몸을 던질 때”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미래통합당, 이웃, 나라를 사랑할 때가 지금이다”이라고 했다. 또 “경제, 교육, 외교, 국방,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설교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800회 특별 생방송’ 방송에서 김장환 목사가 밝혔듯, 그는 미군 부대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소년, 이른바 하우스 보이 출신이다. 전쟁의 화마 속에서 아무런 배경없는 보잘것 없던 소년이 국내로 돌아와 교계와 정계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 됐다는 스토리는 성공을 꿈꾸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통받는 민중과 약자를 외면한 그의 족적에서 예수그리스도의 흔적은 찾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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