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유리지갑’ 노동자와 같아야

평화는, 모두에게 같은 규칙이 적용되고 차별 없이 공존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언컨대 목사 등 종교인의 납세 특혜는 평화를 깨는 것입니다.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소득세법 등에 따르면, 개신교회 목회자를 비롯한 종교인은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택일할 수 있습니다. 기타소득자의 경우, 종교활동을 위해 받은 금액 및 물품을 비과세 대상으로 지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인의 소득은 근로소득이 온당하고, 이는 박정희 정부가 1968년 종교인 과세를 최초 도입할 당시, 갑종 근로소득세로 분류하려던 기조에서도 확인됩니다. 기실 형식적으로도 종교인은 단체로부터 활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습니다. 물론 활동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특수성은 교인·비교인에게서 인정받는 영적 권위이지, 세제의 형평성을 깨며 법체계에서까지 강요할 세속적 특권일 수 없습니다. 종교인 세금을 근로소득세로 일원화해야 합니다.

게다가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면제해주는 것도 잘못됐습니다. 현행법(소득세법 170조, 소득세법시행령 222조 2항)은 종교인소득에 대해서는 세무조사할 수 있지만,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해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가능하나, 종교단체는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히 불법 방임 행위입니다. 무기 중개상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자신이 물적 기반을 대 창립한 교회에다 헌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돈세탁, 조세 포탈을 했습니다.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가 1천억에 못 미치는 비자금을 조성한 점은 또 다릅니까. 이를 보고도 변함없이 내버려 두겠다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 기만입니다. 조세 당국은 종교단체에도 세무조사 권한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5일에 처리될 종교인 과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1일 종교인 과세 이전 시점의 종교인 퇴직금에 대해서 과세하지 않기로 한 점 때문입니다. 이 또한 특혜입니다. 세수감소가 걱정할 수준이 아닌 데다 소급적용을 방지할 목적이라고 하지만, 세금은 특정 계층납세자가 아닌 전체 납세자의 관점에서 징수 원칙이 세워져야 합니다. 힘없는 노동자 서민에게는 추상같은 조세 정의가, 왜 종교인 앞에서는 속절없이 그 기강이 무너지는지 국민은 의아합니다. 분명히 못 박아둘 일은 종교인 과세가 50년 지나서야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입니다. 2017년 12월 31일 이전 퇴직금 수령 대상자도 면세 대상자가 아니라 미징수 대상자입니다. 그래서 소급적용이라는 표현 자체가 언어도단입니다. 여야는 이 법안을 철회해야 합니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을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국회 기획재정위원이 동의해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사회의 건강하고 평등한 일원이어야 할 종교는 이로써 한층 더 특권화됐습니다. 언제까지 ‘종교의 자유’이니 ‘정교분리’니 하는 해괴망측한 명분을 앞세워 압박하는 종교계에 휘둘려 평등 과세를 저지할 것입니까? ‘나라다운 나라’의 복원 즉 특권 없는 사회를 희망하는 대다수 국민의 여망은 언제까지 뭉갤 것입니까? 정치권은 답하십시오.

우리는 정치권에 더해 종교계에도 요구합니다. 뒤에 숨지 말고 앞으로 나와 스스로 부여받은 권리를 포기하십시오. 백 마디 전도보다 일말의 기득권 포기가 최선의 선교입니다. 집단 이기주의와 특권의식을 쥐고 있는 한, 예수 정신은 질식할 것입니다.

평화나무는 회원들과 함께 국민개세주의에 기반한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에 역행하는 정치권과 개신교계를 상대로 강력한 반대 선전 및 고발 활동을 벌일 것입니다. 아울러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법률의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예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소임을 포기하는 특권 유지는 그리스도의 정의에 반하는 것입니다.

2019. 4. 2
사단법인 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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