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대북사업을 벌여온 한 선교사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다들 북한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접는다”며 “여전히 한국교회는 북한 선교에 대한 마음을 바꾸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선교사는 24일 평화나무를 통해 “정치적 상황이나 정권에 따라 북한 선교에 대한 마음을 바꾸지 말고, 오히려 북한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며 “인권을 말할 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말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고통스런 삶의 전쟁을 이르고 있다”며 “코로나로 더 차단돼 고통 속에서 부르짖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현재 정치적 상황의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표면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됐으나, 그 이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 

아울러 “과거부터 대북전단 문제는 계속돼 왔다”며 “한국에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북에서는 존엄을 흔드는 내용이기 때문에 늘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내용도 지나칠 정도로 도가 넘어섰고, 특히 탈북자들이 하는 행동이기에 북에서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하루빨리 차단시켜야 함은 당면한 과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인성 목사 “기독교의 베이스는 사랑과 평화, 생명”

대북 사역 단체 (사)하나누리 대표 방인성 목사는 현재 북한과의 긴장국면에서도 “북한이 2년간 이어온 평화 프로세스를 포기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의 발언과 행동에는 섭섭함이 크게 녹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 목사는 “그동안 남한 정부가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는 섭섭함이 북한 내부에 짙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섭섭함의 발로라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 목사는 남북 화해 협력을 흔드는 대북 전단에는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삐라살포를 막고, 강경 조치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문했다”며 “그런데도 요근래에 뿌려지는 대북 전단은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남한 정부가 겉으로는 평화선언도 하고 긴장 관계를 완화 시키면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이유로 사실상 대북전단 살포에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국제질서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으나, 전쟁 이후 북한이 겪은 고통에 대한 이해가 우리 쪽에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은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제재와 압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좀 더 이해하고 반응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남북관계를 남한 사회를 지키기 위한 ‘안보’의 개념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대결 구도를 유지하려는 시각에서 나오는 태도라는 것. 

방 목사는 “남북관계는 철저히 평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남한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분단의 비극을 끝내고 남과 북이 어떻게 평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6.25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보수교회가 안보 강화를 부르짖는 것과 관련해 “교회 이기주의”라고 일갈했다. 

방 목사는 “보수적 교회들이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반공 이데올로기 토대 위에 세워졌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해되나, 기독교의 베이스는 사랑과 평화와 생명”이라고 확언했다. 

 

나핵집 목사 “국제질서 격변기‥ 우리만의 기준으로 K평화 이룩할 때” 

지난해 강화에서 고성까지 ‘평화 인간 띠 잇기’ 행사의 최초 제안자로 평화통일운동가 나핵집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열림교회)는 새로운 시대로의 자주적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진단했다. 

나 목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반도에는 숨 가쁘게 변화를 겪었다”며 “남북정상회담도 세 번 하고, 북미정상회담도 했지만, 결국은 하노이회담이 결렬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그런 상황에서도 코로나라고 하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해 우리 정부도 방역에 붙잡혀 있었고 남북 사이에 함께 약속한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북한은 더 어려워져 갔다”고 했다. 

나 목사는 “지금 모든 상황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며 “남북문제도, 국제적 질서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제계를 예로 설명해 국제적 기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경제계입니다. 지난 3월 미국 재계 대표 ceo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동안 기업경영의 철학이 주주자본주의였습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 시키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느냐에 집중돼 있었죠. 그런데 지난번에 모여서 주주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했습니다. 주주는 물론이고 고객과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한 것이죠. 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하면서 매년 1월에 세계경제포럼,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있잖아요. 그게 1월에 열리는데, 내년 1월에 개최할 포럼 주제를 ‘위대한 재설정’이라고 정했어요”

나 목사는 코로나 이후 더더욱 다양한 계층이 함께 살아갈 방안을 마련하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 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에서 사고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국제사회 속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우리 남북문제나 민족문제를 본다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나 목사는 “우리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안보’라고 얘기하고, 그동안 군사안보 등에 집중해 왔다”며 “우리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요하고 무기가 필요했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안정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맺고, 신무기를 들여오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출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간의 생명을 무기로 지켜줄 수 없고 이념으로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세상이 왔다”며 “지금 우리 정부가 K방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만의 기준을 가지고 K평화, 에코 평화를 만들어내는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새로운 가치를 통해 국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국제적 연대를 만들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때”라고 했다. 세계질서의 격변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먹고 나아가느냐에 따라, 무척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 목사는 “우리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가 없다”며 “이념의 사슬을 뛰어넘어 국민도 설득하고 전 세계를 설득해나가면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메뉴얼을 만들면 우리가 전 세계를 이끄는 리더국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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