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사 설교 "0"…"목사 신분임에도 '자매님' 호칭 요구"
극동방송, "성차별 없어…여성 목사도 신청하면 편성 검토"

(극동방송 홍보영상 캡처 갈무리)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극동방송(김장환 이사장)이 여성 목사의 설교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극동방송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극동방송이 설교방송 편성 시, 고의로 여성을 배제한다는 지적은 사실일까. 실제로 극동방송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본 설교 컨텐츠 중 여성의 설교가 송출되는 경우는 서울본사와 12개 지사를 모두 살펴봐도 전무했다. 이는 김장환 목사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복수 증언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2년여 전부터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가 큐티 나눔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극동방송은 지난 2018년 10월 22일부터 ‘김양재 목사의 큐티 노트’를 월요일-금요일, 아침 8시부터 약 10분간 편성했다. 

한기붕 극동방송 사장은 ‘극동방송에서 여성 목사의 설교는 왜 한 명도 안 나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양재 목사의 설교가 나가지 않나, 설교나 큐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여성목사라도 신청이 들어오면, (편성을) 할 것”이라며 “문자메시지로 질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설교와 큐티는 엄연히 다르다. 설교가 교인들에게 성도로서 살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큐티는 삶의 묵상을 나누는 것이다. 극동방송 설교 콘텐츠에도 김양재 목사의 큐티 노트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앞서 김양재 목사도 여전히 설교는 할 수 없어 아쉬워했다.

김양재 목사는 지난 25일 평화나무와의 전화통화에서 ‘극동방송이 여성 목사의 설교는 안 받아준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냐’고 묻자 “그래서 큐티형식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장환 목사님께서 크게 마음을 비우셨다”고 덧붙였다. 

김양재 목사는 “내가 (여성 목사로서) 잘 저기를(자리를 잡아야) 해야겠죠”라며, 여성 목사의 지위 향상을 위해 애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본지 기자가 ‘극동방송에 설교를 낼 생각이 있나, 혹 타진해본 적은 없느냐’고 묻자, 김 목사는 “그건 아직 안 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CBS와 CTS등 타 개신교계 방송사에 활발히 설교를 내고 있는 또 다른 여성 목사는 ‘극동방송에만 설교방송을 일부러 안 내는 것이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아니, (극동방송에서 설교방송을) 하고 싶은데 거기는 (설교비용을) 많이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극동방송에서는 여성 목사 설교를 못 낸다는 얘기가 있는데, 혹시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묻자, 조심스럽다는 듯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극동방송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했다는 주장은 전직 직원을 통해서도 나왔다. 

극동방송 전직 직원 A씨는 “설교에 여성 목사가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DJ프로그램에 섭외한 여성 목사까지 ‘목사’란 명칭을 빼거나 ‘자매’로 하라는 지시를 윗선으로부터 받았다. 나도 반감이 컸다”고 털어 놓았다. A씨는 “당시 그 여성 목사가 완강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목사’라고 나갔고, 내리지는 못했다”고 했다. 

극동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사’ 호칭을 빼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사례는 불과 지난해에도 있었다. 

B목사는 “극동방송에 출연할 당시 방송 전에 제작진들이 난처해 하며 목사 말고 다른 호칭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결국 ‘목사’란 호칭 없이 방송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극동방송에 여성 목사의 설교를 낼 수 없다거나, 여성은 ‘목사’란 호칭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내규가 있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극동방송 내에 ‘여성 목사’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흐르는 것만은 확인되는 부분이다. 

 

타 방송사와 비교해보니...

물론 여성 목사의 설교 비중이 적기는 개신교계 타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극동방송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CBS라디오에서 설교 또는 메시지를 전하는 37명 중 단 2명만이 여성이다. TV의 경우 홈페이지에 등록된 설교자 명단 80여명 중 여성은 3명(3.7%)이다. 이밖에 현재 설교 방송에 출연하는 여성 목사는 CGNTV 93명 중 1명(1%), C채널 105명 중 5명(4.7%), CTS 96명 중 6명(6.2%), GOODTV는 131명 중 11명(8.3%) 이다. (홈페이지 표기 기준) 

대부분 방송사의 설교프로그램이 ‘설교방송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매되는 형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 목사가 설 자리가 별로 없는 교계 현실에서 방송사에 자신의 설교를 돈을 내고 듣게 할 만한 여성 목사는 적을 수밖에 없다. 여성 목사 설교 편성 비중이 적은 타 방송사와 아예 배제하는 극동방송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교 방송 헌금’이라는 오랜 관행으로 인한 부작용은 논외로 치더라도, 교계의 성차별 문제를 선도해 나가야 할 지상파 방송이 오히려 성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건,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출신 여성 신학자 강호숙 박사(기독교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선교라는 것은 안 믿는 사람에게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인데 여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의 평등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교 방송이 상식선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안 믿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나무는 ‘극동방송의 요청에 따라 '극동방송에서 여성 목사의 설교는 금지되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여성 목사 배제가 김장환 목사님의 뜻인지’, ‘여성목사의 설교가 편성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극동방송 설교 편성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검증절차를 거치는지’ 등을 질의했다. 

이에 극동방송은 "극동방송은 여성 목회자와 관련한 별도의 지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또한 여성 목회자의 프로그램도 현재 방송되고 있다"고 논의를 거친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설교에서 여성은 왜 배제되는지, 어떤 편성 기준을 갖고 있는 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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