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국회 본관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대북전단 관련 단체 면담에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대북전단을 건내며 대화를 하고 있다. 2020.7.1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대북전단 살포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탈북자 단체 대표를 만나 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단체 해산 추진에 반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파괴자”라고 성토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유엔에 고소하겠다”고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주 원내대표를 만나 “문재인 정권이 국민에게 재갈을 물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박탈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대북전단 실물을 보여주면서 "육군 사관학교 교재로 쓰는 대한민국 발전사를 담은 소책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북 전단에 담긴 내용이 정보전달이나 북한 인권과는 무관한,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내용이 담겼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한 것. 

이에 주 원내대표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따라 북한 인권 실상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하는 북한 전단 살포가 최근 여러 가지 위협을 받고 있다"며 박 대표를 두둔했다. 

아울러 “불과 얼마 전까지 처벌 근거가 없다던 통일부가 견강부회하는 법해석으로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처벌하고, 해산하려 한다”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 표현의 자유?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일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일까?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제2항에서도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또 헌법 제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4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통일연구원 현안분석팀은 지난달 24일 ‘대북전단 살포의 대응과 과제’라는 현안분석 리포트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는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북전단 살포는 우리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일상생활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시 낙하IC 인근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운데)가 국민행동본부 회원들과 함께 대북전단 살포를 준비하고 있다. 2016.3.28 (사진=연합뉴스)

 

보수정권 시절에도 제지했던 대북 전단살포 

지난달 1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탈북민 단체 대북전단 살포 현황’ 자료에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대북 전단 살포는 총 116회에 걸쳐 1923만9천장이 살포됐다.

또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경찰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및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제동을 건 횟수는 총 12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11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8년 12월 1건, 2012년 10월 2건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제지 조치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2013년 5-6월 2건, 2014년 10월 1건, 2015년 4건, 2016년 1건 총 여덟 차례 전단살포에 대한 제지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1건뿐이다. 지난 2018년 5월 5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전단살포를 시도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제지를 받은 단체별로 살펴보면 박상학 대표의 자유북한운동연합이 9건으로 가장 많은 제지를 받았다. 이밖에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과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등이 각각 한차례씩 제지를 받았다.

대북 전단살포에 반대하던 하태경 의원, 지금은?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전단살포 금지법은 곧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거센 비판을 하고 나섰다. 이뿐아니라 대북전단 살포에 엄정 대응을 천명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 전단살포용 고압가스 설비에 대해 첫 사용 금지명령을 집행한 경기도의 조치와 관련, “이재명 지사가 상황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요란한 쇼를 연출했다”면서 “경기도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엔 찍소리도 못하고 힘없는 탈북자만 때려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하 의원은 과거 박상학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의 실효성과 의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 비판했던 인물이다. 

하 의원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대북 전단살포가 쟁점으로 떠올랐던 2014년 19대 국회에선, "대북 전단살포는 후원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며 실제 북한으로 가는 전단은 거의 없다"며, "2014년 7차례의 대북 전단살포 중 국내에서 전단이 수거된 것은 모두 네 차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월 경기도 파주에서 살포한 전단은 당일 용인에서, 지난 10월에 뿌린 전단은 이튿날 평택에서 발견됐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살포된 전단들도 의정부와 여주에서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하 의원은 대북 전단이 북으로 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 살포하는 것은 후원금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거 박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의 실효성과 의도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제는 이재명 지사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 

하 의원은 2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나는 북한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대북전단 살포에는 찬성하는 쪽"이라며 "2014년 당시 문제 삼았던 것은 대북전단이 북한에 갈 수 있도록 성능을 향상시킬 것과, 북한 도발에 빌미를 주니,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사전 예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상학 대표가 나와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에 조금 전에 한 말을 뒤집기도 했다. 

조금 전까지도 대북전단 살포 사전 예고는 목적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던 그는 본지 기자가 '대북전단 살포 예고를 하는 이유가 후원금 모금을 하기 위해서라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라고 묻자, "그런데 그건 단체 운영상, 모든 단체가 그렇기는 하다"라며 수요집회를 언급했다. 

하 의원은 또 박상학 씨도 이 시기에는 자제해야 하지만, 이 지사가 박상학 대표를 마치 범죄자처럼 몰며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양비론적 입장이라고 했다. 박상학 대표를 대화로 충분히 제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하 의원과 2014년 대북전단 살포의 실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예고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박상학 대표의 행동은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2008년부터 본격 시작한 박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는 여전히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박상학 씨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듯한 통합당의 행보가 적절한지에 대해 질의하려 하자, 하 의원은 "나는 당 지도부도 아니고, 평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말 많고 탈 많은 박상학은 누구?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대북전단지가 북핵·미사일보다 위험하다는 문재인 끌어내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는 “문재인이 ‘대북 전단은 백해무익한 안보 위해 행위’라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며 “단호히 대응해야 할 대상은 대북 전단지 날리는 탈북동포들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김정은이다. 문재인은 북한 미사일·핵보다 탈북자 풍선 전단이 더 위험하니 국민은 기가 막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역시 선후 관계를 왜곡한 말장난에 불과해 보인다. 

박 대표가 대북전단 살포에 적극가담하기 시작한 건 2008년경부터다. 

박상학 대표는 2007년 북한민주화운동본부라는 탈북자 단체의 대표를 맡았으나, 공금유용 문제로 퇴출됐다. 이후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따로 차리고 나오면서 대북 전단살포에 적극나섰다. 

대북전단 살포로 제지를 받은 단체 중 박상학 대표의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유독 많은 제지를 받은 것도, 그만큼 많은 대북 전단을 살포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전체 대북 전단 살포의 70%가량을 수행했다. 

박상학 대표의 무리한 대북 전단 살포가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고 논란이 된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만류에도 계속된 전단살포에 지역주민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박상학 대표는 2014년 10월 북한의 경고를 무시한 채, 대북 전단 설포를 강행했다. 2014년 10월 10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전단 20만장을 북으로 띄웠다. 

이에 북측은 전단을 담은 기구를 향해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방면으로 14.5㎜ 고사포를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 대표는 보름 후인 10월 25일 또다시 대북전단 5만여장을 날리겠다며 긴장상태를 극대화 했다. 이에 당시 파주 시민들이 트랙터나 차량 등을 동원해 임진각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철벽을 쳤다. 몇 시간동안 대치 끝에 결국, 박상학 대표를 포함한 탈북단체 활동가들은 김포로 옮겨 대북전단 2만 장을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대표는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유저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인증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금란교회(김정민 담임목사, 김홍도 원로목사)에 출석하는 교인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교회의 간증 자리에 나설 때마다 2015년 김홍도 목사의 연락을 받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식사를하면서 전도를 받았다는 일화를 여러번 소개했다. 

박 대표는 전광훈 씨가 주도하는 광화문 반정부 시위 단상에도 여러 번 올라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에 앞장섰고, 최근에도 전광훈 씨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전광훈 씨는 지난달 14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박상학 대표를 강대상 앞으로 불러내 “촛대가 전광훈에서 박상학으로 넘어갔다”며 친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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