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이는 일부 목회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란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종교인 퇴직금에 세금을 적용하는 시점을 지난해 이후 생긴 소득분부터 물리자는 내용이다.
 
지난해 청소년 성그루밍 문제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천 모교회의 김 아무개 목사의 경우로 예를들어보자. 김 목사는 지난해 봄께 아버지 교회를 퇴직하면서 퇴직금 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대로라면 1천만원에 대해 모두 세금을 물려야 하나,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세금 규모는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퇴직해 이미 세금을 낸 경우엔 더 낸 세금을 돌려준다는 조항도 있다.
 
기재위원들은 기존 법대로라면 2017년 12월 퇴직한 종교인은 퇴직금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으므로 2018년 1월 이후 퇴직자에게 그간 누적된 퇴직금 전부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형평성을 생각한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뒤늦은 종교인 과세를 시작하면서 일부 목회자들에게 특혜를 주려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퇴직금 없는 부교역자, 소득세법개정안 영향 안받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목사들은 퇴직적립금을 지급 받는 것 외에도? 전별금을 수십억씩 챙겨받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진다. 이 전별금은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다.
 
성 문제로 교계 안팎을 발칵 뒤집히게 만들었던 전 모 목사는 2011년 교회를 떠나면서 퇴직금 1억1500만원을 포함한 전별금 13억을 받은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적으면 적었지 많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심각한 도덕성 결여를 드러냈고, 분당의 모 교회는 불미스런 문제로 사임하는 목사의 전별금을 20억원으로 책정했다 파문이 일자 없던 일로 하기도 했다.
 
김지철 목사가 2018년 17년간 담임한 소망교회를 떠나면서 전별금을 사양해 착한 은퇴라는 칭송을 받았으나, 소망교회 당회는 김 목사에게 지급한 마지막 사례비의 60%를 10년, 사무실을 5년간 지원하고 10년 후 전별금 지급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목사의 무리한 전별금 문제는 비단 대형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담임목사가 교회를 은퇴하거나 사임하면서 무리한 전별금을 챙겨가는 바람에 휘청이는 교회도 적지 않다.
 
전도사닷컴 박종현 목사는 “편법과 탈법은 연 교회 예산이 3억에서 10억 규모의 성도가 200-500명 정도 되는 교회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중형교회들도 그동안 숱한 편법을 자연스럽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전별금' 예우나 퇴직금 지급은 담임목사에게 해당하는 일종의‘특권'처럼 여겨질 정도로 한국 개신교 내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교회 부목사 또는 전도사들은 퇴직금은커녕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이번 소득세법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제도권의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 목사는 “부교역자들에게 4대보험을 적용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사회적 안전 장치를 만드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개신교의 70%이상이 미자립교회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통계청이 지난2일 발표한 '2017년 전국사업체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신교 사업체수(교회,선교단체,기도원 등)는 5만5104개, 종사자 수는 10만7천676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뉴스앤조이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리한 기독교 단체를 살펴보면 직원이 10명 미만인 교회가 5만4000여개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중에서도 직원이 4명 이하인 곳은 5만2000개로 파악됐다. 담임목사의 퇴직적립금을 부을 수 없을 정도로 재정 뒷받침이 안되는 영세한 곳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개신교 내에서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아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재정 자립에 성공한 일정규모 이상 교회 담임목사로 귀결된다. 일부 종교인에게 혜택을 준 정치인들 역시 이득을 볼 수 있는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인에게 있어 표심을 잡기에 담임목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교회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후퇴한 종교인 과세 개정안을 내놓은 국회의원 10명 중 6명이 개신교인으로 파악된다.
종교인 과세가 1968년(박정희 정권) 처음 제기된 후 시행되기까지는 반세기가 흘렀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어렵사리 통과된 종교인 과세를 살펴보면 징세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만큼 매우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일부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는 국회 기재위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심마저 들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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