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씨가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br>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씨가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전광훈(사랑제일교회) 씨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의 격언을 인용하며 또다시 터무니없는 색깔론으로 현 정부를 비방했다.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게는 “우리나라 검찰이 박상학을 구속하기 위한 법률을 검토하는데 딱 맞는 법이 없어 고민 중”이라며 “박상학 대표님, 내 경험을 말하자면 검찰에서 오라고 해도 가지 말아라. 갈 필요가 없다”고 대놓고 검찰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6.25 알리는 영상 제작도 "내가 십자가 진 것"이라는 전광훈 

"김대중·노무현 때 6.25노래 가사 바뀌었다" 끊임없는 가짜 뉴스 유포 

전 씨는 5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6.25에 대해 알리는 방송을 제작했다고 알렸다. 

본래 공영방송인 KBS나 우파 유튜브가 해야 하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이라 모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25와 관련한 영상을 제작한 것을 두고, 십자가를 지는 마음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전 씨는 이날 “나도 6.25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모르는 것이 많았고, 이걸 안했으면 큰일날뻔 했다”며 아무말대잔치를 펼쳤다. 

전 씨는 “김대중, 노무현 때 이(6.25) 노래를 빨갱이 노래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 씨가 예배시간에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6.25 노래는 과거 시인 심재방 씨가 개사한 것으로 북한을 ‘조국의 원수’로 규정한 원곡과는 달리 남과 북이 본래 ‘하나의 겨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2007년 사이에도 6.25기념 행사에서는 원곡이 불렸다는 점을 당시 다수의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전 씨의 주장은 수년째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떠돈 가짜뉴스다. 이미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 역시 언론을 통해 가짜뉴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전 씨는 가짜뉴스를 되풀이하며, 예배시간에 교인들과 함께 6.25 노래를 제창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6.25를 모른다고 한탄하며, 전교조 때문이라고도 했다.

 

식상하기까지한 전광훈의 색깔론 공격 "청와대에 간첩" 대한민국 공산화 걱정하는 전광훈 "나는 남조선 수령님 목사님"

전광훈 사법정의 무시하면서 "나는 헌법수호자"

이뿐이 아니다. 전 씨는 청와대 안에 국가전복세력이 있다는 음모론을 꺼내들며 이제는 식상하기까지한 색깔론 공격과 가짜뉴스 유포를 되풀이했다. 

그는 “6.25는 북한이 일으켰지만, 사실은 남한이 완벽한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며 “그 이유는 이승만 정부에 남로당이 모두 들어가서 육군참모총장인 채병덕이 간첩이었다. 내무부장관과 참모, 사단장, 연대장들이 모두 간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군 침입에 대한 보고가 늦어졌고, 사건 당일 북한군이 남한에 내려오도록 우리나라 군인들을 모두 휴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또 6.25 발발 후 군인들에게 3일간 밥도 안 주고 실탄도 안 줬다고 주장했다. 

6.25전쟁 발발 당시 한국군에서 발생한 석연찮은 사건들을 지적하며 한국군 내부에 간첩 또는 북한 동조 세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건, 국군장병 출신인 이형근이다. 그는 한국전쟁 10대 미스테리를 제시했으나, 연구결과 대부분 이형근이 사건 자체를 잘못 인식했거나 정부와 한국군의 무능에 불운이 겹친 것이라는 게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이다. 

오히려 북한군의 공세로 국군이 퇴각하는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정보는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6월 25일-27일 라디오 등을 통해 중앙방송은 “국군이 잘 대응하고 있다. 서울은 안전하다”는 허위 방송만을 한 것. 

국회가 6월 27일 서울사수 결의안을 가지고 이승만 대통령을 찾았으나, 대통령은 이미 서울을 빠져나간 뒤였다. 이승만 대통령과 소수 인원만이 대피하고, 시민과 군수물자들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한강교는 조기에 폭파됐다. 이는 6.25 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 최악의 실책으로 기록된다. 

전 씨의 주장대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 내통하면서 전쟁을 미리 계획하고 있었다면 당시 국군통수권자로서 혼자만 서울을 빠져나간 이승만 대통령의 책임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그런데도 전 씨는 어설픈 역사 왜곡도 부족해 최근 인사를 거론하며 현 정부에 대한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전 씨는 최근 외교안보라인 개편에 대해 언급하며 “오늘날은 청와대가 의심스럽다. 이번에 국정원장 임명한 것 봤지 않니. 임종석은 전향한 적도 없는데 (외교)안보특보에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와서 겨우 반쪽짜리 나라라도 찾았고, 이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미군 없이도 자주 안보가 필요하다 해서 무기를 만들어 물리적으로 전쟁해도 이제 우리가 북한에게 안 밀린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물리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 전쟁없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북한통전부(통일전선부)에서 학생들을 넣고, 시민단체를 점령해 총 안 쏘고 북한에 나라를 갖다 바치게 되는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전 씨는 “대한민국 지도자 안에 들어가 있는 모든 간첩을 뽑아 내야 한다”며 “그래서 8.15대회를 선포했다. 작년에 한 8.15대회와 다르고, 광화문 집회와 다르다.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4.19와 5.16을 이어가는 혁명을 완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달 15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언급했다. 

전 씨는 “여의도 국회에서 미군철수를 전제한 종전협정에 국회의원 173명이 서명했다”며 “이번에 미군이 나가면 전쟁이 일어나느냐. 한국 안에 세뇌된 사람들이 자체 폭동을 일으켜 이제 우리는 나라를 하나로 만들자고 선포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저급한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가르친다. 이게 선악과”라며 “사람들이 이런 말에 넘어간다. 북한에 돈 가져다주고 서해5도를 넘겨줘도 전쟁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런 말에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춘근 박사의 말이 맞다. ‘평화를 원하느냐,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춘근 박사에게 와서 공부 좀 하라”고 대통령에게 훈계까지 했다. 

전 씨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향해 “오늘도 박상학 대표가 앞에 와있지만, 우리나라 검찰이 박상학을 구속하기 위한 법률을 검토하는데, 딱 맞는 법이 없어 고민중”이라며 “박상학 대표님, 내 경험을 말하자면 검찰에서 오라고 해도 가지 말아라.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예배 서두에 “아직까지 자유롭게 예배드리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라”며 “중국 지하예배에 우리 예배가 USB를 통해 들어가고 있다. (중국 교인들이) 날 보고 남조선 수령님 목사님이라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나한테 까불면 안 된다. 나는 남조선 수령님 목사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편지들이 오는데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북한은 반드시 복음 앞에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를 무시하고 국가의 통치조직을 부정하면서도 스스로 헌법 수호자인 양 터무니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는 “나는 감방에 다시는 안 간다. 안가면 그만”이라며 “나는 성경과 양심의 자유 앞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적도 없고, 선거법에 애매하게 걸리는 것이 있다 쳐도 상위법인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는 운동을 하고 있다. 더 큰 헌법을 지키는 운동을 하는데 밑바닥에 있는 적은 법을 가지고 까불면 되나, 안 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방에는 문재인을 넣어야 한다”며 “문재인은 헌법 위반자”라고 거짓선동과 막말을 그치지 않았다. 

한편 사랑제일교회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홍천 비발디에서 열기로 했던 ‘전광훈 목사의 전국 지도자 말씀 학교’ 장소를 서울 사랑제일교회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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