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자료로 언론과 이단 연구가 음해도

박종찬 평화나무 기자
박종찬 평화나무 기자

구조 및 체계, 단체 수장의 문제가 일반에 공개되었을 때, 문제 단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펼치는 작업 중 하나는 자신들을 폭로하거나 연구하는 기관 및 개인을 압박하거나 음해하는 것이다. 특히 사이비 종교처럼 외부 정보를 불신하고 내부 정보만 신뢰하며 단체에 충성하는 집단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사이비 종교는 대개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둘로 나눠 자신들은 선, 그밖에는 악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신천지는 기독교를 ‘멸망할 바벨론’으로 상정해 교회를 ‘멸망’시키기 위해 교회에 침투하여 분열을 일으키거나 교인들을 속여 신천지로 넘겼다. 신천지의 속임수 포교는 올 1월 법원에서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해친다며 위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신천지는 한국 교회에서 대표성을 상실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적으로 규정하여 한기총의 부패한 점을 광고하기도 했다.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기획한 방송국 CBS에는 건물 앞에 대규모 인파가 모여 연일 시위를 감행했고, 한기총과 CBS를 묶어 비방해왔다.

신천지에 빠진 사람을 회심시키는 이단 상담소에는 ‘강제 개종’이란 프레임을 씌우며,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단 상담소를 폭행과 감금, 협박이 자행되는 곳으로 묘사해왔다.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신천지를 언급하거나 신천지에 강경 대응을 한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故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신천지 정보통신부에서는 댓글 부대를 몰고 다니며 뉴스 사이트나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댓글을 달기도 한다.

신천지뿐일까. 최근 MBC ‘실화탐사대’에서 다룬 천상지천 역시 대응 방식이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MBC 방송이 허위 사실이며 왜곡이고,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화탐사대에서는 4일 유튜브를 이용한 천상지천의 음모론 포교에 빠진 딸이 가출한 가정을 집중 조명했다.

천상지천은 그동안 코로나19-신천지 국면에 신천지를 비방하며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천상지천의 수장 키에리 세븐(kiery7) 역시 박태선(천부교)·조희성(영생교)·최태민·이만희(신천지)처럼 ‘격암유록’에 나온 말세의 구원자 정도령이 자신이며, 성경을 제멋대로 끌어다 쓰며 자신이 “하늘 서열 3위”이며 “창조주께서 천지를 창조할 때 내가 옆에 있었다”, “하늘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주장하는 신흥 교주였다. 실화탐사대에서는 천상지천 집단이 부산의 한 고급 아파트에 모여 살며 신도들이 월세로 월 40만원씩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상지천 측은 신천지를 욕하는 댓글과 함께 키에리 세븐의 강의 동영상 링크를, 신천지를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다니며 댓글을 달아왔다. 하지만 천상지천을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에는 이단 상담소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진용식 협회장)가 천상지천을 주의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에서 천상지천 피해자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박형택 소장)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역시 천상지천을 비판했다.

그런데 천상지천이 이단 상담소를 비판하며 근거로 제시한 영상 링크를 살펴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신천지 안드레 지파의 유튜브 영상과 신천지 단체인 강피연의 유튜브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신천지를 비판하며 구독자를 모아온 천상지천이 신천지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는 한편 키에리 세븐은 영상과 실화탐사대에서 피해 가정의 부모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허술한 주장으로 자신의 단체에 위협이 되는 기관을 비방하는 건 사이비 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통 교단 내에 있지만, 빛과진리교회 역시 문제를 폭로한 평화나무 등 언론들을 허위 사실, 왜곡, 악의적 편집 등으로 주장하고 있다. ‘PD 수첩’을 방영한 MBC에는 사옥 앞 시위도 예고했다. 심지어 문제를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에서 빛과진리교회의 교리적 문제점을 다루는 세미나를 개최하자, 빛과진리교회 측은 세미나를 홍보한 유튜브 채널에 박형택 소장과 이인규 평신도이단대책협의회 대표가 예장해외합동총회(현 예장합동해외총회)에서 이단 결의가 됐다는 주장과 함께 인터넷 주소를 올렸다.

엉터리였다. 예장해외합동총회란 곳은 은혜로교회를 영입하여 이단성이 없다고 한 교단이다. 박형택 소장과 이인규 대표는 은혜로교회를 연구했고, 박 소장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에서 2014년 은혜로교회를 이단으로 결의했다. 이에 은혜로교회의 소속 교단인 예장해외합동총회에서 박형택·이인규 두 사람을 이단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두 이단 연구가가 은혜로교회를 연구하고 비판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은혜로교회가 어떤 곳인가? 은혜로교회는 폭행을 가하는 이른바 ‘타작마당’을 자발적이고 성경적인 것이라 주장하며, 가족이 서로를 폭행하게 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러 결국 사망 사고까지 나온 집단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타작마당으로 아버지가 사망했지만 자신은 행복하다는 아들이 등장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은혜로교회에서 성령이라 일컫는 교주 신옥주와 간부들은 공동상해, 특수폭행, 폭행, 중감금, 특수감금, 사기, 상법위반, 아동법지법위반(아동유기, 방임, 아동학대), 폭행교사 등의 죄목으로 2018년부터 수감 중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의 은혜로교회 이단 결의 이후 은혜로교회는 빛과진리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을 비롯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등 주요 교단들에서 이단이나 이단성·참여 금지·집회 참여 금지 등의 결의를 받았다.

은혜로교회는 그간 신천지처럼 기존 교회를 비판하며 세를 불려왔고, 방송에서 은혜로교회를 다루자 ‘그것이 알고 싶다’가 편파적이고 악의적으로 편집되었으며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혜로교회를 고발한 피해자들을 ‘자칭 피해자’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은혜로교회는 예장해외합동총회를 탈퇴해 201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신이라는 교단에 가입했으나, 예장해외합동총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신은 서로 이중교적을 허락하는 교단들로, 사실상 한 몸통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신 역시 박형택·이인규 두 이단 연구가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빛과진리교회 측에서는 이러한 은혜로교회-예장해외합동총회 등의 주장을 근거라고 제시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이단성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들을 연구하는 기관과 사람을 이단이라고 음해한 것이다.

이단·사이비 종교 전문 매체 바른미디어의 지적대로, 빛과진리교회의 대응은 뻔해서 아쉬울 정도다. 신천지·은혜로교회·천상지천 등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과 이단 연구가에 대한 음해와 비방, 내부 주장 강화와 전파, 댓글 공작은 그들이 선전하는 목적과 달리 그들 스스로를 더욱 고립되게 만든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언저.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