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서 발휘되는 개신교 하나됨

(왼쪽부터)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김종준 꽃동산교회 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법무부가 처음으로 정부 입법 형식으로 발의했고, 지난 14년간 총 6차례에 걸쳐 발의했으나, 번번이 입법에 실패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한 가운데,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지금껏 사회 문제에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 있던 목사들까지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차별금지법에 제정되면 대한민국은 폐쇄국가가 될 것이란 무시무시한 주장에서부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국회에서 1인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한 목사들은 마치 투사라도 된 듯한 모습이다.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김양재 “나라의 수가 없어질 지경”
이영훈 “국가 존립 완전히 절망”
김종준 “대한민국 폐쇄국가 돼” 

이밖에도 강단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듯, 극단적인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는 ‘6.25 70주년 한국교회 구국기도대성회’ 둘째 날인 6월 26일 설교에서 “지금 인구절벽 시대에 동성애를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과 낙태 허용법의 통과가 코앞에 와 있다”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혼이 허용되고 입양도 허용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이혼도 재혼도 마음대로 할 것인데 그들의 권리만 중요하고 남자를 엄마라 부르고 여자를 아빠라 불러야 되는 그 아이들의 권리는 어떻게 되겠나”라고 성토했다.

이어 “인간의 죄성으로 (부모와 자식을) 혈연으로 맺어준 것인데 친부모도 (자기 자식을) 버리는 판국에 이 아이를 버리기가 얼마나 더 쉽겠나”라며 “이야말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동성혼은 생명을 잉태할 수가 없다. 이 나라의 수가 완전히 없어질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회장)는 지난달 28일 주일설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면서 “저출산을 고민하는 우리 대한민국에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라는 것은 국가 존립을 완전히 절망으로 이끌어가는 큰 문제를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인 김종준 꽃동산교회 목사는 지난 6월 2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총연합 주관으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한국교회 기도회에서 “교회와 사회를 위협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악법을 반대하며 비상한 각오로 기도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이런 괴물 같은 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자유대한민국은 종교와 사상의 자유는 물론이고, 마음의 생각을 주장할 수 없는 폐쇄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훈 “차별금지법 상정되면 국회 앞 1인 시위 나설 것” 
이찬수 “나 동성애 지지자 아니라고” 


 그간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말을 아껴온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와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사활을 걸었다는 듯, 작정 발언을 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지난 7월 5일 온누리교회 서빙고예배당에서 “만일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이재훈 목사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이재훈 목사는 이날 주일예배에서 “차별금지법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도 올바른 분별력으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사회적 여론에 우리가 흔들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가 지켜지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지난달 28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목사는 이날 “제가 몇 주 전에, 동성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라고 저는 동성애는 후천적이라고 믿는 사람이라고 신앙고백을 했지 않느냐”며 “왜 그런가, 동성애가 타고나는 게 아닌 것이어야만 그들은 주님 앞으로 부를 수가 있는 거 아닌가, 타락한 인간이라고 목 쳐 버리는 것에 쓰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이라는 걸 교회가 나서서, 지금 저도 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인데, 세상 사람들이 자꾸 오해를 한다”며 “교회가 그동안 너무나 많은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보였다. 항상 교회 다니는 자기들만 의롭다고 (하니까) 그들이 오해하는 게 뭔가, 보수적인 교회들 피도 눈물도 없이 동성애자들을 사랑하지 않고, 내쳐버리고 정죄하고 이 오해를 풀지 않고는 교회가 교회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죄가 죄로 선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리새인과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형태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신교에서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꾸짖으면서도 차별금지법만은 막아야 할 법으로 상정하는 모순을 보였다. 또 자신이 동성애를 죄로 여기고,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하는 모습이다. 

앞서 분당우리교회는 지난달 25일에는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 안내’를 교회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이 목사의 이러한 발언과 태도는 지난해 6월 반동성애 진영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탓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당우리교회 정 아무개 부목사는 지난해 6월 5일 '지적질인가 거룩한 분노인가'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규정하면서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퀴어 축제 앞에서 그 앞에서 드러누워서 기도하고, 악을 쓰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성애 문제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성경에서 더 많이 언급한 정의의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꼰대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설교의 취지가 동성애 옹호가 아니었음에도 반동성애 진영의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결국 부목사는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모두 다 저의 지혜 없음과 표현력 부족 때문”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이런 가운데 이찬수 목사가 주일예배에서 "'동성애연구소'를 만들고 싶다"고 밝히자, 반동성애 진영은 또다시 이찬수 목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후 이찬수 목사가 반동성애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그릇된 정보를 지적하기 보다는 반동성애 진영과 활동가들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나는 동성애 옹호자가 아니”라는 그들과 화해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진심 있는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았던 이찬수 목사의 알 수 없는 행보는 반동성애 진영의 지나친 여론전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많은 젊은 목회자들에게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한 작은 교회 젊은 목회자는 당시 평화나무를 통해 “이찬수 목사님 정도의 교계 인사가 반동성애 진영의 여론몰이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는데 이제 교계에서 누가 반동성애 진영에 쓴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한탄했다. 

 

차별은 ‘죄’라더니 “차별금지법 막아달라”는 김승욱 목사 

 김승욱 할렐루야 교회 목사는 한 달 만에 차별에 대한 다른 견해를 밝혔다. 김 목사는 7월 5일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는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 교계 여러 단체와 교단 차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자는 운동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며 “나름대로 연구해 본 결과, 이 법안은 반대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 설교에서는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예로 들며 차별의 심각성을 이야기 하며, “미국에서 들려오는 차별의 아픔과 탄식은 성령님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안에는 차별하는 마음이 없는지 돌아보자”는 취지로 권면했다. 

성령의 능력으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죄악을 무너뜨리는 하나님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라고 강조했던 발언을 금 새 뒤집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가 반드시 이들의 신앙관이거나 뚜렷한 신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성애보다 목회자 성범죄 더 중한 죄”라는 합동교단 반기독대응위원장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 4.15총선에서 현명하게 투표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교단 산하 전국 교회에 배포하면서 평화나무로부터 고발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이성화 반기독세력대응위원회(반기독대응위) 위원장마저도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어떻게 볼지, 제대로 정립이 안 돼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월 24일 평화나무 취재진과 만남에서 ‘성적 지향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톤을 높이며 “절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차별금지법 자체가 그런 차별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재차 질의하자,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동성혼이 합법화하고 대한민국이 이슬람화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차별금지법이 통화되어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또다시 ’만약 목사님이 담임하는 교회에 성소수자가 출석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교인으로 받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을 막는 것이 전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동성애와 이슬람은 전도하기 쉽지 않다”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성경에서 죄라고 말하는 수많은 정의의 문제는 제쳐두고, 왜 동성애 문제에만 매달리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동성애에 대해서는 동성애 안하는 게 목적”이라며 “(동성애를) 죄로 생각하는 것도 그렇다. 죄는 예수를 안 믿는 것 자체가 죄”라고 말했다. 또 ‘동성애와 목회자 성범죄 중 어떤 것이 더 중한 죄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목회자 성범죄가 더 중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목사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 목사는 동성애보다는 목회자 성범죄가 더 중한 죄이며, 동성애를 죄로 간주하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하지 않는 것이 죄라고 말하고 있다.

또 성소수자가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에 온다면 기꺼이 받아줄 것이고, 사회에서 차별받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톤을 높이면서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차별금지법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위해 제정되어선 안 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박성철 교수(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는 “차별금지법 자체를 동성애 합법을 위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목사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이나 인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존 자신들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보수 정권과 유착해 성장한 대형교회가 자신들의 보호막이 없어지고, 더는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말도 안 되는 연대를 만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시민사회단체들이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차별금지법 반대 개신교 전체 목소리 아니다 

한국교회에서 나름 이름있는 목사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이 같은 의견이 마치 개신교계 전체 목소리인 것처럼 비춰지는 모습이지만, 사실상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이는 평화나무가 지난 4월 기독교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독교인의 공명선거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을 진행할 당시 설문 문항에 포함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과 ‘주요 이슈들에 대한 기독교 정신 부합도’에 대한 결과를 봐도 유추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성애 차별금지가 포함돼 교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54.1%는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차별금지를 포함하고 있어 교리에 위배된다”고 답했고, 45.1는 “차별금지법은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물론 수치적으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부정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개신교계 강단에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각종 부정적 발언을 고려하면 긍정 인식이 적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또 16가지 주요 이슈를 제시하며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지를 물은 결과, ‘동성애 반대’와 ‘이슬람 반대’가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하다는 응답은 각각 60.7%, 54.0%로 나왔다. ‘약자 보호’가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하다는 응답은 86.9%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이 교계 내에서 활발히 이뤄진다면 개신교인들의 인식 개선은 훨씬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두가 “예스”할 때 “아니오” 외친 기장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워원회는 지난 1일 “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하여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지으시고 사람에게 고귀한 형상을 부여해주신 성경적 가치에 부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사람이 각기 존엄한 존재로서 그 어떤 조건에 의해서든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세계의 모든 사람이 따르는 보편적 요구라며 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장 교회와사회위원장인 최형묵 목사는 평화나무를 통해 “차별금지법을 반대해야 한다는 개신교계 목소리가 과대표되어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개신교인도 많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성명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위원회 차원에서 공식 성명을 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더라도 동성애 문제는 한국 개신교에는 숙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교회 내에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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