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지난 5일 ‘교회 건축이 사회악이라도 되나?’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일보>가 지난 3월 20일 보도한 ‘경쟁하듯 더 크고 호화스럽게 하늘로만 치솟는 교회들’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인들의 필요에 의해서 진행한 건축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고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새문안교회가 800억원을 들여 새 예배당을 완공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교회 건물의 대형화 현상을 비판했다. 새문안교회를 비롯해 사랑의교회, 아현성결교회, 만리현교회를 사례로 들었다. 아울러 “교회 건축 관련 세제 특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목”점도 짚었다.?

<한국일보>는 “대형 교회들의 경쟁적 건물 증축은 종교의 본령과는 어긋나는 행태로, 교세 과시 용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며 이정구 교수(성공회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회가 초호화 건물을 지을 게 아니라 지역 내 다문화가정, 빈곤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본연의 역할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김집중 사무총장(종교투명성센터)의 말을 인용해 “기업에 기부금을 내면 기업은 이에 따른 법인세를 내지만, 헌금에는 세금을 전혀 매기지 않는다”며 “세금을 면제해주는 대신 외부 회계감사나 공시 제도를 갖춰야 하지만, 이마저도 종교단체는 예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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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언론회는 “제목만 보면, 마치 교회들이 오직 크고 호화스럽고 사치스럽게 교회 건물을 짓는 데만 혈안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며 “한국교회가 교회 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하여, 예배당을 짓는 것을 누구도 비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가진 <종교의 자유>에 따라, 자신들의 신앙 활동을 위하여, 자신들이 건축비를 헌금하여 건축을 하는 것을 누구라서 비난한다는 말인가”라고 한국일보의 보도 행태를 나무랐다. 

대형교회의 예배당 신축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신앙생활을 위한 공간이 필요할뿐더러 공공을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회는 “대형교회 같은 경우는, 예배와 신앙 활동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배당과 교육 시설을 포함한 공간 마련이 필수”라며 “마치 한국교회는 사회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으면서, 자신들의 교회만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경쟁적으로 짓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러 교회들이 별도로 사회를 돌보고 이웃을 사랑하는 활동들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이웃 사랑을 많이 실천하는 곳이 기독교가 아니겠는가”라며 “그런데도 교회들이 예배당과 교육시설과 지역민을 위한 문화 공간 구성을 위한 건축을 비난하는 것은, 뭔가 뒤틀린 시각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훈계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한국교회 언론회 “교회 건축, 문제시하는 것은 지나쳐”

교회 건축을 사랑(?)하는 언론회외 논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언론회는 사랑의교회가 교회 건축 계획을 발표할 당시 ‘교회 건축 비난에 대하여(09.12.26)’라는 논평을 내고 “교회 건축을 선악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옳은 주장이 아니다. 대형교회라서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교회가 건물을 지으려는 것은 교인들의 절대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며,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인데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고 본다”면서 건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계속되어야 한다(12.06.05)’ 논평에서도 도로점용 논란에 둘러싸인 사랑의 교회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언론회는 “사랑의교회는 서초구로부터 합당한 절차를 따라 신축공사를 진행해왔고, 서초구는 인·허가 당시 서울시·국토해양부·행정안전부 등에 유권해석을 받은 후,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해 준 것”이며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시비의 발단은 지역민들의 반발이라기보다, 기독교를 집요하게 수년 간 공격하고, 종교간 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세력의 의도된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법원의 판결은 교회를 허물라는 것인가?(18.01.15)’라는 논평에서는 법원의 사랑의교회 공공도로점용 취소 판결을 두고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가 정당한 건축 허가 절차를 거쳐 건축해 사용하는 시설물을, 뒤늦게 법원에서 도로점용을 취소하여 혼란을 주는 판결을 내리면, 이는 기독교를 핍박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또 “만약 우리나라 법원이 사랑의교회에 대한 판결의 결과로 교회를 허무는 경우가 발생하면, 종교를 탄압하는 공산 국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며 “법원에서는 ‘종교의자유’를 보장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건축된 종교 시설물에 피해가 없도록 마지막 판결을 솔로몬의 지혜로 하기 바란다”고 충고하기까지 했다.

공공도로 점유 떳떳한가?

앞서 사랑의교회는 2010년 당시 신축 중이던 교회 건물 및 교회 소유 도로 일부를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서초구청으로부터 서초역 일대 도로 지하 공간 1077㎡건축 허가를 받아 예배당을 지었다. 그러나 공공도로 지하에 특정 종교시설물이 들어서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황일근 서초구의원은 2011년 12월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고, 서울시는 서초구에 도로점용허가 처분 시정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공사는 강행됐다. 결국 공공도로 점용 허가 취소 소송이 제기돼 1심과 2심은 “주민 소송대상이 아니”라며 각하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도로점용 허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주민소송의 대상으로 판단해 서울행정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언론회의 주장을 뜯어보면, 교회 내부의 찬성 인원이 많으므로 공공도로를 점용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교회가 사회적으로 이웃 섬김에 앞장서는 모습이 많은데도 부동산 규모를 가지고 탓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그러나 교회의 부동산집착 현상은 개신교 정신과 무관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한국교회의 갱신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간 한국개신교의 폐해로 지적되는 물량주의의 근본에 교회건축이라는 부동산 집착 현상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서에도 부동산을 부당 취득한 권력자의 범죄는 용인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열왕기서 상 21장에 있는 나봇의 포도원야이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왕궁 확장을 위해 사마리아의 왕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얻기 위해 나봇에게 솔깃한 조건을 제시하며 포도원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봇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포도원을 줄 수 없다고 거부했고, 이를 지켜본 이세벨 여왕은 아합 왕이 포도원을 차지할 수 있도록 ‘나봇이 하나님을 저주했다’는 루머를 퍼뜨린다. 아합왕은 부당한 방법으로 포도원을 차지하나 예언자 엘리야에게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게 된다는 예언을 듣게 된다. 

시민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공공도로를 점용한 사랑의교회 사례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교회의 물적토대가 어떻게 마련돼 왔는지를 살펴보면 마냥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한국교회는 해방이후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떠나면서 남긴 재산을 분배하는 적산처리 과정에서 미군정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후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협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수많은 특혜를 누리며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

공들여 지은 교회감당 못할 부채로 이단에 매각
 

무리한 건축을 시도하면서 발생하는 폐해도 적지 않다. 수지새소망교회는 교인들의 집과 교회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교회를 지었다가 형편에 맞지 않은 건축으로 인해 파탄이 난 경우다. 2010년 8월 교회가 완공됐지만,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가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 가까스로 파산을 면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5개 교회를 합병해 지교회 형태로 운영한 처음교회는 2014년, 떠안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다. 파주 운정 신도시에 있는 큰기적교회,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성령교회 등도 비슷한 시기에 경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부채에 허덕여 경매라는 상황까지 떠밀리게 되면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물론, 애써 건축한 교회가 이단에 매각되기 십상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인 충성교회는 지하 5층과 지상 7층, 연건평 7859평의 건물을 2010년 4월에 완공했다. 하지만 입당 3년 만에 감정평가액 526억 원의 종교 시설 역대 최고 감정가라는 불명예를 기록하며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이하 하나님의교회)에 단독 낙찰됐다. 

당시 충성교회 윤여풍 담임목사는 “상가에서 불편하게 예배드리는 상황에서 새 성전 건축은 기도 응답이었다”며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우친 잘못된 결과로만 보지 말고, 이 역시 하나님의 연단이며 성숙을 위한 과정으로 봐 달라”고 교회를 찾아간 취재진에게 변명하듯 말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교회에 매각된 교회는 이뿐이 아니다. <뉴스앤조이>는 ‘이단 하나님의교회, 2010년 이후 교회 건물 적극 매입(14.12.25)’ 기사에서 하나님의교회 주소록에 있는 교회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해 400여 개 지교회 중에서 60여 곳이 기존 교회였다고 보도했다. 

서산순복음교회는 지난 2012년 건축 과정에서 생긴 50억 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님의교회에 교회 부지와 건물을 하나님의교회에 매각했다. 80억 원의 빚이 있던 비전교회도 2011년에 하나님의교회의 손에 떨어졌다.

최근에도 주요 교단에 속한 교회가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돼 충격을 주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하늘나루교회는 보유한 현금 자산 30억 원과 헌금 5억 원, 은행 대출 30여억 원을 들여 교회를 건축했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2017년 하나님의교회에 교회를 매각하고 말았다. 거액의 은행 빚을 들여 지은 교회를 이단에 갖다 바친 셈이다.

특히 기감 유지재단의 이사장(전명구 감독회장)과 이사들이 매수자가 이단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매각을 결의해 교단 안팎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모든 재산이 유지재단에 등기돼 있는 기감 소속 교회들은 자체적으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당시 이사회 녹취록을 살펴보면 “교회가 10년 동안 18억 원을 이자로 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만큼 15억 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자”, “어차피 지금 매각 결정을 하지 않으면 경매로 넘어가 이단이 헐값에 낙찰 받게 된다”, “이단 교회라도 이사들이 승인해줘서 정상적으로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매각을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 이단에 교회를 매각하는 일도 큰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감 교단지 <기독교타임즈>는 ‘物神에 고개 숙인 유지재단(18.01.10)’ 기사에서 당시 매각을 반대했던 한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을 우려한 유지재단이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 이사는 “매각 결의 후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심지어 회의 자료를 찢어서 폐기하도록 했고, 혹시 새어나갈 경우 실무자들의 실수로 이단인 줄 모르고 결의한 것으로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탁지일 교수(현대종교 이사장)도 <기독교타임즈>에 기고한 ‘기감유감(基監遺憾)’에서 “재산 처분 권한이 있는 유지재단의 금번 결정이, 실정법상으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모르지만, 신학적·신앙적으로는 분명히 위법하다”며 “감리회 유지재단의 결정은 이단과의 영적 싸움 전선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을 지낸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는 2013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대형화 현상에 대해 “한국교회의 타락성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손 교수는 “교회를 크게 짓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이 복을 줘서 교회가 성장했다는 식”이라며 “돈, 출세, 건강, 복을 주는 게 교회라고 가르쳐선 안 된다. 기독교는 원래 십자가의 종교다. 옳은 일을 위해 희생하고, 낮게, 겸손하게, 힘들고 어려운 자들을 위해 고난을 겪는 그런 종교”라고 강조했다.

이름값 못하는 한국교회언론회

한국교회언론회는 설립 초기부터 한국교회의 대변자와 파수꾼임을 자처하면서 꾸준히 대형교회를 옹호하는 가운데 반동성애 진영과 보조를 맞춰 논평과 성명서를 발표해왔다.

지금까지 교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비난한다거나 사립학교 개정법 반대, 한일 위안부 합의 환영,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환영,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환영, 종교인과세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애·이슬람·난민 혐오 등에 적극 나서며 정권에 따라 편향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교회의 권익을 보호하고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으로서의 역할 수행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교회는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기관, 사회단체들이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예언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한국교회언론회는 교회 건물의 대형화를 비판하는 언론사의 기사를 나무라고 꾸짖을 때가 아니다. 대형교회가 비판 받거나 특정 이슈가 생길 때마다 논평과 성명서를 남발하며 대변자 노릇이나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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