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20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반동성애 진영 난입에 고성 오가기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평화나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성소수자를 향한 저주의 말이나 일부 과격한 반동성애진영의 난입도 벌어지지 않았다. 토론회 막바지에 이르러 약간의 고성이 오가긴 했지만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발의가 되기 전부터 보수 개신교와 반동성애진영으로부터 극심한 반대와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넘어야할 장애물이 적지 않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주요 쟁점들을 다각도로 짚어보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는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는 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에 이름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이동주 의원이 축사를 전하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기조연설을 발표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올해 안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권위 차원에서도 국회의원들에게 지지 요청, 관계기관 협의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종교계와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장애, 성별, 연령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규제하는 개별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이런 개별법만으로는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차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평등의 원칙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핵심 원리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이념 실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라며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고 판단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평등의 원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지게 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안아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과)는 ‘차별금지법, 쟁점과 과제’ 발제에서 평등권 보장 및 증진을 위한 기본법의 필요성, 차별구제의 실효성 강화, 개별 차별금지 사유ㆍ영역 통합 차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비정규직차별금지법, 성차별금지법안, 학력차별금지법안 등 장애, 성별, 학력, 고용영역 등 특정 차별금지사유를 법으로 규율하는 법(안)들이 제정되거나 발의됐다. 하지만 모든 개별 사유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제정이 되더라도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사유와 영역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또 차별시정기구의 단일화라는 측면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별 차별금지사유마다 차별시정기구를 조직하게 되면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피할 수 없고, 두 가지 이상의 차별금지사유가 합쳐져서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되는 복합차별의 문제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별에 관한 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도 설명했다. 홍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법률적 차원에서 구체화하면서 “한국의 헌정질서가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평등과 차별금지가 헌법의 중요 이념이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평등권 조항만으로는 이 중요한 이념을 규범화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사항, 기본용어의 정의, 정책 추진 원칙과 방향, 추진체계,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입법의 한 유형이 기본법이다. 보통 비슷한 목적으로 제정된 여려 법률들의 우산 역할을 한다”며 “차별금지법도 국가, 지자체, 공무원, 기업, 시민의 평등실현의무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일반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차별금지법 역시 기본법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등 증진을 위한 정책들의 체계적인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2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차별시정 의무’를 확대 개편해 국가와 지자체의 평등실현의무, 공무원ㆍ기업ㆍ시민의 평등의무, 평등실태조사, 평등영향평가, 평등 정책개선권고, 평등교육, 대통령 직속 평등위원회 등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또 차별금지사유에 경제적 상황ㆍ지위, 사회적 지위, 노조활동, 유전정보 등도 추가할지 여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최근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새로운 차별의 유형으로 명시된 ‘괴롭힘’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나 인권위법에서는 차별금지사유 중 성별 등을 이유로 적대적, 모욕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혐오적 표현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광고나 방송, 출판, 인터넷 등 영향력이 큰 매체들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홍 교수는 “광고를 통한 차별 공표의 금지를 검토해볼 수 있다. 광고의 경우 특별히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지 규정을 두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방송심의규정’과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심의기준’에 차별금지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방송, 언론, 인터넷 등에서의 혐오표현을 금지한다면, 이들 규정에 대한 상위 근거 법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별시정기구에 구제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경우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불이익조치는 차별금지법이 차별시정기구에 의한 비사법적 구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해야 할 만큼 행위의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2011년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불이익 조치를 상당히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에도 반영할 여지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회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견을 가진 일부 방청객들로 인해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여부를 두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하면서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주최 측과 발제자, 토론자들을 몰아세웠다. 이들은 주최 측의 차분한 대응에도 찬성과 반대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의 뜻을 알고 있냐며 계속해서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번 토론회는 명칭 그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목적으로 개최됐다.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여부가 주제도 아니었을 뿐더러 토론회 성격을 충분히 인지하거나 염두에 두지도 않은 채 반대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무작정 몰아세운 셈이다. 무례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태도로 토론회 분위기를 흐린 이들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방청객들은 ‘그래서 지금!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적힌 피켓을 펼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시민행동’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다. 국민동의청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