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정 뉴스캐스터
심민정 뉴스캐스터

2021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30원 오른 시간당 8,720원으로 결정되었다. 인상률 1.5%는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 인상률이 2.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핵심 변수는 역시 코로나19였다. 코로나 때문에 생계위기를 겪는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노동자 쪽 입장과 '어려워진 기업을 생각해야 한다'는 기업의 입장이 어느 때보다 팽팽하게 맞섰다. 

노동자 위원 9명 중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임금동결과 삭감을 요구하는 사용자 측을 비판하며 마지막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한국노총 측 5명이 남아 마지막 협상이 진행됐다. 

10시간이 넘는 진통에도 1.52프로 인상안을 제시한 사용자측과 6.1프로 인상을 제시한 노동자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에게 단일안 제시를 요구했고 공익위원은 1.5% 인상안인 8,720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위원 5명 전원과 사용자측 위원 2명이 해당 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결국, 공익위원이 제시한 1.5% 인상안이 표결에 부쳐져 통과됐다. 공익위원은 이번 결정의 근거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1%와 소비자물가상승률 0.4%, 그리고 생계비 개선분 1.0%를 합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코로나 위기의 책임을 취약계층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일용직과 일부 특수고용직 같은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인 취약계층의 충격이 심각한데, 이 정도 인상으로는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8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복리후생비와 상여금 비율 계속 늘어나는 것을 따져보면 실제 인상 효과는 동결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19에도 대기업과 공무원, 공기업은 임금이 인상되었다고 말하면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참담하다”고 평가했다. 또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의 지적대로 코로나19 이후로 취약계층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광주시 비정규직센터의 조사 결과 노동자의 27.3%는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감소했다'고 대답했고, 60% 정도가 근무시간이 단축됐다고 대답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의 한 달 환산치가 기본 생계비에서도 40만원이나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광주시의 조사 결과 이 최저임금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았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 미화 분야의 경우는 4명 중 1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영계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유례없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일자리를 지키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이미 코로나19로 임금 지불 능력에 한계가 온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소기업 6백 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된다면 44%가 신규채용 축소하겠다고 대답했고, '감원' 등 고용 축소로 대응하겠다는 곳도 14.8%나 되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72%의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하면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답했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모두 다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에게만 부담이 전가되는 최저임금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최저임금제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상승을 통해 노동자들의 사정이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과연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체질 변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의 위기 속 최저임금 논의에서 보듯이 다른 제도적 뒷받침 없는 최저임금제도는 기업에 적당한 범위, 기업에 부정적이지 않은 범위 안에서 인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가 임금보조금, 장려금 같은 제도를 통해 함께 책임을 지고는 있지만 소득 불평등만큼 기울어진 노동자의 위치를 바로잡고 있지는 못하다.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어떨까? 노동 임금으로만 생계를 꾸려 가는 노동자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면 노동자는 적어도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질 나쁜 일자리는 거르고 더 나은 일자리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본소득이 노동자의 협상력을 강화해 노동의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권한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그동안 노동의 가치도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현금으로 교환될 수 없는 노동, 예를 들어 육아와 같은 무임금노동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고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임금은 적지만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얼마의 화폐로 교환이 되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정해졌던 노동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되는 기회도 얻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 받는 지금, 최저임금 논의와 함께 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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