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개정안 통과에 연일 부정적 기사 쏟아 혼란 야기

30일 국회 본회의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185인,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이번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계약 1회 갱신(2+2= 4년), 임대료인상률 5%를 넘지 않는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인상률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함께 추진되던 전월세신고제는 후속 법안으로 처리 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지 40년, 1989년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된 지 31년 만에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한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로써 UN사회권규약위원회의 '계약갱신제도 도입과 임대료 구제' 권고도 이행할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그 의의를 짚거나, 이를 통해 얻는 세입자의 주거안정 효과를 예측한 언론은 보기 어렵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향후 보완책을 설명하는 기사도 거의 실종했다. 대신 임대차법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온갖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2법’ 시행 첫날인 31일, 일선 전·월세 시장인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패닉에 빠졌다” 

조선일보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한 이튿날인 31일 낸 기사의 첫 문장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임대차 3법 시행 첫날, 갈등 폭발] 기사에서 “새로운 제도 적용 문제를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곳곳에서 폭발했다”며 “공인중개사들도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들로부터도 갑작스레 시행된 법과 관련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텅 빈 공인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을 바라보는 한 시민의 사진을 게재한 후, 사진 설명란에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있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임대차법 도입에 수도권 매물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벌써부터 폭발했다는 등 온갖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임대차보호법 첫날임대인·임차인·중개인 '삼중패닉'(아시아경제)

임대차3법 세입자도 패닉"내가 집주인이라도 재계약 안한다" (머니투데이)

임대차보호법 부작용 우려 확산패닉에 빠진 국민들 (스카이데일리)

현장은 난리통인데..."임대차법은 대혁신· 만시지탄" 지도부 자화자찬(조선비즈)

임대차 3, 맹점이 5개나 있네반격 나서는 집주인들(국민일보)

집주인 이참에 들어가겠다임대차법 시행에 현장 혼란(SBS)

임대차 3우는 전세 뺨때린 격7월 서울 전세계약 반토막(헤럴드경제)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전세 매물 자취 감췄다?

기사만 보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하루 만에 전세물량이 모두 사라지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통과 하루 만에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는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A 공인중개소 대표는 “당분간 전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면서도 “전세는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잠실나루역 앞에 위치한 B 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가 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원래 전세 물량이 많지 않다. 전세 물량이 줄기 시작한 건 한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값이 더 오를 공산이 있는데, 보완책이 나온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 통계누리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는 2006년(전국 22.4%, 수도권 29.7%), 2008년 (전국 22.3%, 수도권 29.6%), 2010년 (전국 21.66% 29.44%), 2012년 (전국 21.79%, 29.32%), 2014년 (전국 19.6%. 수도권 28.07%), 2016년 (전국 15.5%, 수도권 22.1), 2017년 (전국 15.2%, 수도권 21.6%), 2018년 (전국 15.2%, 수도권 21.5%), 2019년 (전국 15.1%, 수도권 21.5%)로 계속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자가 소유는 2006년 전국 55.6%에서 2019년 58%로, 월세 2.1%에서 3.3%로 증가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고소득층의 자가 비율은 높아진 대신 저소득층의 월세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거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국토교통 통계누리 주거실태조사 

 

분명한 것은 전세물량이 줄어든 것이 이제 막 통과한 임대차법 도입 때문은 아니란 얘기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도 3일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주최로 열린 ‘임대차 3법 개정의 의의와 과제’ 토론회에서 “2014년-2016년 즈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전세시대는 이제 갔다’고 공공연히 얘기할 정도로 전세물량은 꾸준히 줄어들었고, 전세물량이 줄어든 것은 오히려 임대인의 금융상태나 시장금리 등과 밀접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하면서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거나 전·월세 값이 오르고, 임대임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는 임대차 3법 통과에 찬성해 온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미리 예견하고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달 31일 “일각에서는 전월세 임대물량 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택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보완 조치를 적기에 해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한 바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3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임대차 3법 개정의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필요한 보완 입법은?
"신규 세입자에게 인상률 상한 도입해야" 
"전월세전환율 낮추고 주택임대사업자 특별법 폐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권한 강화...임대차행정의 지방화 필요"

우선 이번 임대차법 개정안에 포함된 인상률 상한제가 기존 세입자에게는 적용되나, 신규세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빠르면 2년, 4년 후 임대인들이 그간 올려받지 못한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임대료가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세 또는 반전세가 늘어나는 반면, 전세 매물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인상률 상한을 기존 계약 갱신에만 적용하면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할 때 그동안 못 올린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는 한계가 발생한다”며 “21대 총선 공약대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도 인상률 상한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원옥 의원의 개정안이 반영되지 못하고 장기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신규 세입자에게도 전월세인상률 상한제를 적용하면, 우려되는 많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소장은 또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의2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하고 있다. 또 시행령에 구체적인 내용을 위임하고 있다.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로 월세로 전환할 때 전환율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연10%)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0.5%)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연3.5%)을 더한 비율 중 낮은 비율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올해 7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연4%다. 이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이자율이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보다 크게 높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을 낮춰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증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 유인을 낮추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밖에 지역과 주택의 위치, 종류, 면적 등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들을 반영한 표준임대료 도입과, 주택임대사업자등록 제도의 전면적 검토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택임대사업자등록 제도는 다주택자를 법적인 사업자로 전환해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이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마련한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손질한 것으로, 임대사업자에 대해 최소 4년에서 8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지키도록 하고,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제한했다. 

대신 초창기 임대사업자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세제 전반에서 인센티브를 제공받았다.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에서도 절세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정부의 애초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의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고, 이후로 정부도 임대사업자 관련 혜택을 줄여갔으나 역부족이었다. 현재 등록임대사업자는 2020년 1분기까지 51만여 명으로 늘었다. 

또 지난 7월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창업기업 중 부동산업종은 약 25만9천821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7% 늘어난 수치다. 

최배근 교수는 “내년부터는 대선 국면에 진입하게 되고, 정치인들은 부동산 완화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더 강력한 정책 추진과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은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용이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바닥을 친 상황에서 인상률 5% 상한을 둔 것은 오히려 과도해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교수는 “예를들어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5년간 임대료를 동결시키기도 했는데 임대료인상을 잠정적으로 동결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개정법률에 따르면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감정원에 의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는 의무화 했으나, 시도 설치는 임의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의 주거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뒷받침하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1년만에 개정된 임대차법, 시장 교란 악법?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30일 평화나무와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전문가들도 공통된 생각인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제도가 맞다”며 “세입자의 주거안정 측면에서는 분명히 실효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 원장은 "당분간 전세가격 급등, 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이 제도가 독일 될 수 있다"며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이날 “임대인들의 재산권 보호 측면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와 임차인의 주거권 보호의 균형점이 중요한데, 그동안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들을 우위에 둔 기울어진 체계를 갖고 있었다. 현행 개정안 자체가 임대인 위에 세입자가 있도록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균형점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임대차 3법 개정안 통과를 반겼다. 

이 연구원은 이어 “개정된 체계에서도 임대인들의 재산권이 완전히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며 “임대인과의 주거권에 균형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를 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배근 교수도 “시장에 맡기라고들 하지만, 수요와 공급 원리는 공정한 경쟁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집을 소유한 사람이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가 형성될 수 없다. 그래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3일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에 정부 여당이 신속하게 주택임대차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집값 상승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임대차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세입자와 임대인이 모두 주택이라는 사적 재산권 개념을 주거안정을 위해 제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계기”라며 “세입자의 자기 표현이 법률적으로 보호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돼, 세입자와 임대인이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은영 소장은 언론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우리사회에 좋은 집주인들도 많다”며 “언론이 보도할 때 부정적인 사례만을 핀셋 보도하도 있다. 언론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라는 것을 생각하는 기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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