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이유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지지 기도회…“감리회 새롭게 하는 작은 불씨 될 것”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에서 발언 중인 이동환 목사. (사진=평화나무)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에서 발언 중인 이동환 목사.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사랑이 이긴다’, ‘세상에 아무리 강한 혐오도 사랑이 이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랫말이 기독교회관 조에홀을 가득 채웠다.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은 6일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를 응원하며 마음을 다해 축복했다.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는 이날 “처음에 고발당했을 때 정말 어떻게 해야 되나 막막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두렵기도 했다”며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재판에 회부되긴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감리회 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목회적, 신학적인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또 엄혹한 독재 시대의 사상검증을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서도 연대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 목사는 “이미 우리는 결코 작지 않은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저는 여기에서 감리회의 희망을 본다.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감리회의 척박한 땅을 개간하며 우리는 이만큼 진전해왔다”고 했다.

교단 안과 밖에서 가해지는 부당한 압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밝했다. 오히려 감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 목사는 ‘축복이 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아무도 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지금 이 일이 사랑하는 감리회를 새롭게 하는 작은 불씨,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누구도 자신의 목회적 신념 때문에 재판받지 않아도 되는 교회, 다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교회,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과 배제를 용납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늘(무지개신학교) 씨는 “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목회자 후보생으로, 이 사회에서 명백히 약자로 살아가는 퀴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목사고시 합격이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며 “몇 달 전,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당한다는 이동환 목사님의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며, 제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성소수자 축복을 N번방 사건에 빗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감리회 동성애대책위원회의 성명서도 비판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맞는 말이 하나도 없는 성명서를 읽어보며, 자기중심성에 갇힌 채, 무지할 수 있는 특권, 무지해도 되는 특권이 교계와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늘 씨는 “예수의 사역은 누군가에게는 사탄 마귀의 짓으로 여겨졌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기적이자 구원이었다”며 “두려움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주님이신 예수의 정신을 따라 살며, 그 발자취를 따라 기쁜 소식과 구원이자 기적을 목격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늘(성소수자부모모임) 씨는 상처 입은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위로한 이동환 목사를 재판하려는 감리회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성소수자의 곁에 선 이 목사의 용기와 우정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2018년 9월 1회 인천퀴어축제에 마구 침입한 혐오 세력은 폭력을 가하고, 거침없는 언어폭력과 성추행 등의 난동을 저는 똑똑히 보고 겪었다. 그날의 비극은 우리 모두에게 슬픈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며 “이듬해 2회 인천퀴어축제에서 이동환 목사는 상처받은 성소수자들에게 축복식을 해주셨다. 목사님의 축복은 조건 없는 사랑과 환대, 이웃 사랑의 실천”이라고 했다.

교회가 지켜야할 가장 큰 덕목으로 ‘사랑’과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 하늘 활동가는 재판위원들에게 성소수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재판위원들이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자신도 아들이 성소수자임을 고백한 이후에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늘 씨는 “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 부모모임은 성소수자를 알아가고 소통하는데 함께하고 도움을 드리겠다”며 “하나님께서는 편견으로 가득했던 저를 세상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셨고, 제 영혼을 구원해주셨다.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제 인생에 감사할 일이라는 깨달음을 재판위원회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기도회의 마무리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사회, 성소수자일지라도 안전하게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공동축도였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한국교회가 낯선 이들에 대한 혐오가 아닌 환대가 넘치는 곳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빛나는 다양함과 더불어 하나 된 이들을 위한 예수님의 자비하심과 거친 비를 함께 맞으며 굳세게 나아갈 이들에게 있을 성령님의 연대하심이 여기에 모인 모든 이들과, 지금도 차별과 혐오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언제까지나 함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 참석자들이 이동환 목사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 참석자들이 이동환 목사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이번 기도회는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무지개감신,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이룸, 광야에서, 광주성소수자성경읽기모임, 로뎀나무그늘교회, 무지개신학교, 섬돌향린교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영광제일교회, 예수더하기, 정의평화를위한 기독인연대, 크레파스프로젝트, 한신대학교 신대원 성정의위원회, 향린교회, 혁명기도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이 공동주관 단체로 함께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9명과 감리회 소속 목회자, 교인 등 43명으로 구성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대책위는 이동환 목사 재판을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해줄 것과 심사기록 검토와 변론 준비를 위해 재판연기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황인근 목사(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는 “성소수자 문제로 교회가 목회자를 고소하고 출교, 면직을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어쩌면 시대의 분기점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연회, 총회 재판이 이어질 텐데 계속 기도와 관심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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