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인권여성연합, “차별금지법은 여성을 역차별하는 법”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문제와 공중시설로 논란 점화
IOC, 2003년에 이미 트랜스젠더 관련 규정 발표
화장실·탈의실 문제는 성중립 시설로 해결 가능

바른인권여성연합이 세미나를 개최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이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바른인권여성연합’(공동대표 김정희·김지연·박은희·송혜정·이기복·이봉화·이현영, 이하 바인연)이 “차별금지법은 여성을 역차별하는 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인연은 지난달 23일 여의도 국회의원실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별금지법에 숨겨진 여성 역차별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해 “차별금지법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여성을 역차별하는 법”이라고 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선포했다.

바인연은 역차별의 예로 △남성 트랜스젠더가 여성 운동경기에 참여해 여성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우승을 휩쓸었다 △성전환 수술 없이 스스로 여성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을 사용해 성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등을 이야기하며,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생물학적 여성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불이익당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정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여성들이 역차별을 받을까? 먼저 바인연이 근거로 제시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여성 경기서 우승 휩쓴다?

바인연은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받고 호르몬 투여를 받는다고 해도 남자로서의 체구와 육체적 힘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학물리학자인 조안나 하퍼는 2015년, <Race time for transgender athletes>이라는 논문을 통해, 성전환 선수의 기록은 여성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퍼는 “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의 경우, 같은 연령 등급의 여성 선수들보다 뛰어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여성의 경기력 범위 이내”라고 말하며 특별한 이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호르몬 투여로 줄어든 근육량과 유산소 능력으로 큰 체구를 움직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 역시 트랜스젠더 선수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IOC는 이미 지난 2003년 트랜스젠더 선수가 국제대회 참가 자격을 갖추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 최소 2년간 호르몬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2016년에 그 기준을 완화해 대회 출전 1년 전부터 남성호르몬 수치가 기준치 이하임을 입증하면 출전을 허용하도록 했다. 여성이 남성이 된 경우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다.

IOC는 “이는 규정이나 제한이 아니라 과학적인 합의로, 경기단체들이 트랜스젠더 출전 자격을 명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전환을 위해 호르몬을 투여하면 신체에 큰 변화가 생긴다. 바인연의 주장처럼 육체적 힘이나 근력, 유산소 능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시설 이용은?

바인연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남성이 여성 화장실에 들어와 성범죄를 일으킬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 속에는 ‘공용화장실’을 비롯해 여자와 남자가 함께 사용한 공공시설이 많이 있다.

물론 그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해, 2017년부터는 화장실을 건설할 때 여자와 남자로 분리된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이 입법됐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 성중립 시설을 설치하면 된다. 성중립 시설이라고 하면 마치 공용사용 시설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성중립 화장실은 화장실마다 독립된 잠금장치가 있고, 세면대와 양변기가 모두 한 칸에 있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일은 없다. 게다가 성중립 시설은 기존 시설을 모두 없앤 후 짓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 전용 시설을 사용하고 싶다면 여성 전용 시설을, 남성 전용 시설을 사용하고 싶다면 남성 전용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이미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영국,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오피니언코리아’ 통계자료

 

오피니언코리아 통계자료
오피니언코리아 통계자료 6번 문항

 

바인연이 발표한 자료만 보더라도 평등을 향한 사람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인연은 오피니언코리아에서 2020년 7월 16일에 조사한 설문 조사를 마치 여성들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것처럼 인용했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다수를 역차별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질문 자체도 문제다. 질문의 뉘앙스에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다)라는 질문에 응답자 58.3%가 “소수자나 다수자나 모두 평등해야 하므로 반대한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반대한다’가 아니라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수자라고 억압해선 안 되고 다수자라고 억압당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다 역차별까지 감수하자는 응답자는 21.7%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했던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 88.5%가 차법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별과 배제의 문화와 가치에 저항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생물학적 동질성’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동료 인간’에 대한 책임성과 연대성이라는 ‘정치적 입장’과 소신에 근거해야 한다.

여성이라고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다른 소수자들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놀라운 것은 바인연에 소속된 대부분이 여성인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여성인권이 강물처럼 흐르는 품격 있는 나라’의 개척자이자 감시자 역할을 자처한다. 그러나 성(性)평화를 위해 출범한 단체임에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다른 성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바인연이 말하는 성은 오직 여성과 남성뿐이다. 생물학적 여성들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철저히 외면하는 이들의 주장은 ‘순결주의’에 더 가까워 보인다.

페미니스트이자 성평등을 위해 싸우고 있는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의 강남순 교수는 <한국일보>에 연재 중인 칼럼에서 “‘순결주의’의 논리는 인종학살이나 나치의 유대인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말살정책을 가져왔다”라고 비판했다.
 
또 “현대의 페미니즘은 ‘여성’만이 아니라, 인종, 계층, 나이, 신체적 능력, 성적 성향 등에 근거한 차별에 반대하며 그 다양한 ‘소수자’들도 ‘인간’이라는 이해를 담고 있다”며 “차별과 배제의 문화와 가치에 저항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생물학적 동질성’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동료 인간’에 대한 책임성과 연대성이라는 ‘정치적 입장’과 소신에 근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인연은 여성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차별을 자행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이번 포럼은 미래통합당 서정숙 의원이 주최했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축사를 전했다. 그밖에도 미래통합당 정운천 의원(비례대표), 김은혜 의원(성남시 분당구 갑), 정경희 의원(비례대표), 이용 의원(비례대표) 등 미래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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