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이사장 증인 출석 "질문다운 질문 해달라"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7.13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평화나무 때문에 표적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전광훈 씨 측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사단법인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 씨는 평소 집회를 이끌 때는 볼 수 없었던 깁스를 목에 착용하고 재판에 임했다. 

전 씨측 변호인은 이날 경찰이 평화나무에 의해 고발된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신속하게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시종일관 평화나무가 정권 실세라서 전 씨에 대한 수사 과정이 공정치 않았다는 취지로 질문을 이어간 것. 이에 김 이사장은 평화나무 활동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전광훈 씨의 구속 결정은) 전 씨 자신의 위법한 행동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 다음은 2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증인 심문 중 일부 

변호인 “고발장 접수 뒤 사무총장이 경찰서 출석해서 고발인 진술까지 보통 며칠이나 걸립니까?

김용민 이사장 ”모르겠습니다”

변호인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김용민 이사장  “모릅니다”

변호인 “빨리합니까, 느리게 합니까?”

김용민 이사장  :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뭐라고 합니까. 뭐가 빠른지 느린지”

변호인 “저희가 듣기로 경찰에서는 평화나무 고발사건이라 하면 특별히 신속하게 해줬다는데 맞습니까?

김용민 이사장  “그건 전광훈 쪽에서 하는 말로 압니다. 실소를 금치 못하겠습니다.”

변호인 “경찰에서 평화나무가 고발장을 접수하면 신속하게 접수했다는데요?”

김용민 “금시초문입니다. 전광훈 목사 쪽에서 하는 말입니다” 

변호인 “답을 하세요”

김용민 “얘기를 하는 유일한 주체가 전광훈 피고인 측이라니까요”

변호인 “답을 하시라니까요! 예스입니까 노입니까?”

김용민 “(수사기관이) 통상적인 절차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인의 주장처럼 생각할) 아무런 근거와 이유가 없습니다”

변호인 “사무총장이 출석해서 혐의내용 설명하고 증거자료 제출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한거죠?”

김용민 “그렇지 않겠습니까. (실무자가 아니라서) 저는 모르겠습니다. 질문다운 질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씨 측은  “평화나무의 공명선거감시단 활동을 통해 고발된 경우,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며 공명선거감시단의 활동이 성과를 내는 이유를 따져 묻기도 했다. 또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질의했다. 평화나무가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어떤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듯 질문을 이어간 것. 

이에 김 이사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기소될만해서 기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김 이사장의 단호한 답변에도 변호인은 몇 번씩 거듭 같은 질문을 하거나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본 사건과는 거리가 먼 질의가 이어지자, 김 이사장은 “좋은 변호사를 쓰세요,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말했고, 이에 전 씨는 “함부로 말하지 마”라며 발끈했다. 재판장은 전 씨에게 “증인이나 기타 관계인에게 지금처럼 법정에서 반말을 하거나 고함을 치면 퇴정 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증인심문 말미에 전 씨에게 직접 질문할 시간을 허락하자, 전 씨는 “내가 한기총 대표회장 나갔을 때 ‘전광훈 사탄이야’ 그런 발언은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사탄이라 한 적은 없다”며 “또 당선 이후 (한기총 해산 촉구) 캠페인을 펼쳤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평화나무가 한기총 해산 촉구 청원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사실이나, 전 씨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했을 당시 시위를 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전 씨가 처음 대표회장이 됐던 2019년 1월은 평화나무 설립 이전이고, 전 씨가 2020년 재선에 성공했을 당시에는 평화나무 기자 한 명이 취재차 현장을 방문했으나, 출입부터 봉쇄당했다. 

전 씨의 주장처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국회의원 선거에 비견할만한 수준으로 바라본다면, 전 씨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할 자격요건을 갖췄는지, 출마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도 더 면밀히 따져 사회법의 심판을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으로 저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전 씨는 “한기총을 해산하려고 시도한 것은 본인의 뜻이냐, 박원순이 시켜서 한거냐”고 묻기도 했다. 또 "주사파를 인정하느냐", "예수님의 재림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으로 본질을 한참 비껴가기도 했다. 

전 씨는 또 “제가 선배로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며 ”저는 전도사 때 목사님들 눈도 못 마주쳐봤다. 교회에도 질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님은 재판 받을 분 아니"라며 울먹인 지지자

김 이사장에 대한 증인 심문을 마친 후에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관계자인 김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 씨 측 변호인은 대국본이 2004년 설립 당시부터 역사를 읊는가 하면, 김 씨가 1990년경 경산 양산의 한 기도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광훈 씨의 설교를 접하고 감동 받아 30년간 함께해 온 점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씨측 변호인과 증인은 전 씨가 줄곧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자유시장경제, 기독교입국론에 기초해 기독교신앙을 지키고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애국 운동을 해 온 것이라는 취지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전 씨는 우파 지도자들, 특히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행보가 선거운동이 아닌 나라를 살리기 위한 애국운동으로 볼 수 있는 증거라는 취지로 주장을 펼쳤다. 

공수처법·검경수사권·연동형비례제를 3대 악법으로 규정한 전 씨의 발언을 고스란히 되풀이하며 전 씨의 행보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북한으로 나라를 갖다 바치려는 정권에 맞선 애국 운동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자신에게도 “국회의원 한 번 하라”고 했으나, 그건 덕담이라는 듯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전광훈 씨는) 민주당에서도 주사파만 제거하면 지지하겠다고 했고 전광훈 목사는 성령의 능력이 있어서 황교안은 대통령감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또 “4월 총선은 주사파와 자유우파의 싸움이었다. 주사파가 나라를 전복해 공산화 될까 두렵다”며 “전광훈 목사는 고등학교시절부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신한 분이다. 여기서 재판을 받으실 분이 아니”라며 울먹였다. 

검사측이 김 씨에게 "지지자들 사이에서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질의하자, 김 씨는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선거운동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자는 의미의 발언"이라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한편 평화나무는 지난해 가을까지 자유한국당과 전광훈 씨가 주도해온 기독교 정당이 서로 연대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보수 표심을 두고 경쟁 관계로 돌아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또 전 씨가 교인들의 신앙심과 보수 교회에 오랜 시간 뿌리 깊게 박힌 반공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세를 결집해 온 점 등을 지적해 왔다. 

 

재판부, 문재인 대통령 증인 신청 '기각' 

재판부는 이날 전 씨 측의 문재인 대통령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전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고 한 발언을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해 왔고, 대통령이 공산화를 시도해 나라를 북한에 흡수통일 시키려 한다고 발언해 왔다. 이 때문에 전 씨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라며 "증인 신문을 통해 피고인이 입증하려는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 "'간첩'이나 '공산화 시도' 등의 전제는 피고인이 말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문재인 대통령)를 신문해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공판을 마치고 재판정을 빠져나오는 전 씨는 ‘8월 15일 집회에 참석할 것이냐’는 평화나무 취재진의 질의에 “기도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또 재판에 앞서 '계속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인정하느냐'고 질의하자 불쾌하다는 듯,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