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도 정쟁으로 삼는 야권 인사들
태양광발전시설 때문에 산사태 발생했다? 야(野), 황당 주장
4대강 16개 보 덕분에 피해 정도로 그쳤다 주장하기도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이례적인 장마로 전국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반이 약한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폭우로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피해복구에 앞장서고 있는 이때, 정치권에서는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다 하는데, 태양광 난개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무리한 태양광 사업 때문에 환경도 훼손되고, 에너지 정책도 잘못됐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온 나라를 파헤쳐 만든 흉물스러운 태양광 시설은 자연적인 홍수 조절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한다”며 거들었다. 이번 산사태의 책임이 문 정부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와 범야권 차원의 특별 검사 또는 국정감사 조사까지 주장했다.

 

태양광발전시설에서 난 산사태 비율 0.09%

회의중인 산림청 (출처 산림청 홈페이지)
회의중인 산림청. (출처 산림청 홈페이지)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산림청의 발표에 따르면, 산사태는 8월 9일 기준 태양광발전시설 1만 2721개소 중 12개소에서만 발생했으며, 전국 산사태 피해 대비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342명을 ‘산지특별점검단’으로 구성해 5일부터 9일까지 2차 피해 우려 지역 2180개소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산사태의 원인으로 비로 인해 약해진 지반을 꼽았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많은 비가 왔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의 강수량은 401.5mm인데 반해 올해는 878.8mm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났다. 기상청은 북극과 인접한 동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얼음이 녹았고, 이때 형성된 찬 공기가 한반도에 내려왔다며 이상(異常) 강수량을 설명했다.

작년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강수량
작년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강수량. (출처 기상청 자료실)
올해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강수량
올해 6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강수량. (출처 기상청 자료실)

따라서 이번 산사태는 폭우로 약해진 지반이 문제지 태양광 패널 때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문창열 강원대 건설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벌목을 한다는 점에서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를 야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배수시설을 어떻게 갖추었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상황은 다른 것 같다”며 “보강공사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법률로 허가가 난 시설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이나 조례를 제정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태양광 패널 설치 허가 기준이 강화되기도 했다.

 

4대강 덕분에 홍수 예방했다?

야권의 황당한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폭우로 인한 이번 물난리가 이 정도로 끝난 건 4대강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지난 11일 JTBC 뉴스룸 긴급토론에 출연해 “4대강의 16개 보가 홍수 피해 예방기능을 충분히 했다”며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나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4대강 지역 어디에서 물난리가 났냐?”며 거들었다. 더 나아가 “4대강 사업에 섬진강이 포함됐다면 이번 재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JTBC에서 진행한 긴급토론회 (출처 JTBC 홈페이지)
JTBC에서 진행한 긴급토론회. (출처 JTBC 홈페이지)

이에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권태선·이철수·장재연)은 “어디 한군데 귀담아들을 구석이 없는 완벽한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애당초 4대강은 대운하 용도로 진행한 사업이기에 용수 확보나 홍수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함께 긴급토론에 출연한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역시 병목현상을 이야기하며, 보의 수문이 있다고 해도 보로 인해 물이 정체되고 수위가 올라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보가 물의 흐름을 막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홍수위가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를 통해 4대강이 홍수 대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 바 있다. 또 문재인 정부 때 실시된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 때문에 수해를 막았다고 주장하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야권 의원들은 정말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을까?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통합당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 배출 문제에 대해 “특정 에너지원을 축소·확대하는 건 각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또 ‘2050년 온실가스 배출제로’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총선 공약을 살펴봐도 ‘탈원전폐기’ 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당 역시 기후대책에 별다른 공약을 내걸지 않았다.

‘2020총선시민네트워크’로부터 의지박약이라는 평가를 듣기는 하지만 기후 문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2050년 탄소제로사회나 그린뉴딜, 탄소세 도입 등 언급하기를 꺼렸던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나 모범적이라고 평가받은 정의당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또 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반환경후보지도’의 대다수가 미래통합당 후보였다. 이 지도에는 “강원도 산불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한 이채익 후보나 4대강 복원 사업을 반대한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반환경 후보 37명 중 30명이 미래통합당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미래통합당이 기후를 생각해 태양광 패널이나 4대강 이야기를 한 것 같지 않다. 지난해 강원도 산불 화재 때도 미래통합당은 ”한국당 선전만 하고 있다“는 주민의 쓴소리를 들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태양광 패널과 4대강을 쟁점화하는 것일까? 그것은 태양광 패널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공약으로 원전을 폐쇄하고 탈핵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내걸었다. 민주당 역시 공약으로 그린뉴딜을 약속했다.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 반대하기 위해 원전의 위험성을 알면서도(몰랐다면 그것도 문제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산사태가 나자 탈원전 정책의 일환 중 하나인 태양광발전시설을 공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마찬가지로 이미 실패한 사업인 4대강을 끌고 오는 건 4대강 사업이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나온 정책이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대부분의 의원이 속했던 한나라당의 정책이 성공한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면 민심이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이미 박근혜와 문재인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실패한 사업이라고 결론 냈음에도 억지 부리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를 말을 인용해 비판에 동참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야권의 행태에 “홍수와 산사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왜 골프장과 아파트 건설에는 입을 닫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도가 뻔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 과잉해석으로 (정치적) 쟁점화하는 게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도 전했다. 산사태 문제만 보더라도 마치 태양광 패널만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난이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양광 패널과 4대강 이야기를 꺼낸다면 자연재해를 쟁점화시켜 국면을 전환하고자 한다는 의심만 불러올 뿐이다. 정말 기후를 생각한다면 재난을 수습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이나 안건을 상정해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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