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S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긴급대담에서 발언 중인 전용태 장로. (사진=CTS 영상 갈무리)
CTS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긴급대담에서 발언 중인 전용태 장로. (사진=CTS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법무법인 로고스 설립자 전용태 장로(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대표회장)는 지난달 2일 CTS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긴급대담에 출연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마약 소수자와 음주 소수자도 반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장로는 최근 출범한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의 상임대표를 맡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가장 앞장서는 교계 인사 중에 하나다.

전 장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차별금지 사유는 지금 발의된 것은 25가지로 돼 있지만, 마지막에 보면 ‘-등’이라고 해서 어떤 제한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도 있지만, 그 조문 때문에 앞으로 마약 소수자나 음주 소수자도 우리도 보호해달라고 하면 막을 근거가 없다. 그런 실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전 장로의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인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김지학 소장(한국다양성연구소)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기독교 법률가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마약중독자나 음주 운전자를 누가 소수자라고 하나?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자로 분류된 사례가 없다.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고 나라 중에서 마약과 음주가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애초에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서로 간의 동의의 기반을 둔 관계이자 사랑’인 동성애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했다. 특히 마약과 음주라는 범죄와 동성애를 연결시켜 마치 동성애도 범죄이고 도덕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보통 동성애를 범죄로 인식하게끔 하려는 저의가 깔려있다. 음주운전과 마약은 본인의 삶에도 파괴적이지만, 남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쌍방의 동의에 기반을 두고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사랑한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범죄와 동일시하게 만들려는 그들의 전략”이라고 했다.

소수자에 대한 개념도 일반적인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마약사범이나 음주 운전자와 같이 단순히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보통 사회적 소수자라는 개념은 수가 적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권력 관계에서 힘을 갖지 못해 차별받거나 억압을 받아 폭력적인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며 “마약사범이나 음주 운전자가 수가 적기 때문에 소수자가 될 수 있다거나 편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의 개념 자체를 모르거나 왜곡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마약이나 음주운전이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 ‘마약사범이나 음주 운전자도 소수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식의 전 장로의 주장은 무리한 해석이자 차별금지법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전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이나 최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는 외부에서나 스스로 바꾸기 어려운 개인의 속성과 특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취향에 속하는 영역까지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개인의 일상의 모든 행위를 차별금지법이 규율하고 있지 않다. (마약이나 음주가) 성별, 장애, 인종처럼 개인의 특성에 준한 속성이 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조문에 ‘-등’이 있으니깐 그냥 무제한으로 아무거나 다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법체계에도 맞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더라도 그런 식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 장로의 주장이 ‘법조인으로서도 무책임한 것은 아닌지’라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마약이나 음주가) 차별금지 사유로 해석되기에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이 가지고 있는 원칙에 맞지 않는 해석”이라며 “실제로 그렇게 될 리가 없다는 걸 법 전공자라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악의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이지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걸 허용하게 될 거다’라는 식의 주장은 지나치게 나아간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제도적으로 특별한 것을 하자는 게 아니다. 다수에 맞지 않는 행위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직장에서 해고하고, 교육을 시키지 않고, 물건을 팔지 않고, 관공서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 차별이라고 말하는 무척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이 생긴다고 해서 기존에 범죄로 취급되는 사안들이 갑자기 범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갑자기 세상이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돼도 기존의 법들이 즉시 무력화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보수개신교와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에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소아 성애, 시체 성애, 수간 등도 반대할 수 없다 또는 합법화된다’도 있다. 수간 등도 성적지향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성적지향의 개념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간 등은 서로에 대한 끌림, 쌍방의 신뢰가 전제된 관계인 이성애나 동성애와 달리 상대방의 의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폭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뉴스앤조이는 2018년 10월 19일자 <동성 결혼 합법화 후 수간 합법화한 나라는 없다>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자세히 반박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동성애’와 ‘수간’은 같은 선상에서 논의할 주제가 아니다. 쌍방의 동의가 있는 성행위와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강제하는 소아 성애, 수간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이해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소아 성애는 형법으로, 수간은 동물보호법으로 처벌 가능하다”며 “생각해 보면, ‘수간’이나 ‘소아 성애’, ‘시체 성애’ 같은 말들이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현실이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YMCA간사회젠더정의분과가 지난 2018년 발간한 <성소수자 인권이해: 차별과 혐오를 넘어>에서도 “동성애라는 성적지향을 성행위로만 구분지어 비하하기 위한 의도”라며 “동성애를 인간의 관계나 정서적 교류, 친밀감 등으로 설명하지 않고 단지 이상 성행동을 하는 집단으로 규정지어 비정상적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특히 인간의 항문성교를 동물의 성교 즉, 수간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성애자의 생활자체를 비하하기 위한 의도”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다양성 존중ㆍ차별 없는 세상 만드는데 앞장서야”

전문가들은 왜곡된 정보로 가짜뉴스를 생산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인권옹호자 예수>의 저자이기도 한 김지학 소장은 “이런 상황이 너무 슬프다. 기독교 인구는 줄어가고 교회에 대한 신뢰 역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회가 이런 때일수록 예수님의 사랑을 앞세워서 ‘누구든지 교회로 오라’고 초대해야 되지 않나? 교회가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전파하고 예수의 정신을 전하는데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서면서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소장은 “교회가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편 가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교회의 세력화에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별금지법, 동성애라는 외부의 적이 있어야 자신들의 테두리가 공고해진다고 생각하고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데, 정말 실효성도 없고, 잘못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앞장서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차별금지법이야말로 항상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예수님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소장은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의 정체성만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너무나도 기독교 정신과 딱 들어맞는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예수님도 이방인과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하시지 않았나?”라며 “어떤 정체성에 상관없이 차별하지 말자는 말은, 모든 사람이 예수님의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차별금지법은 예수님의 정신을 우리 사회에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이라고 했다.

박한희 변호사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다원화되는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에게도 다름에 대한 열린 마음과 경청의 자세를 당부했다.

박 변호사는 “다원화된 세상 속에서 서로가 같이 살기 위해서 지켜야 될 공통의 영역이 있는 것인데, 교회가 (차별금지법을) 자신들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손해라고 생각한다”며 “교회는 마치 옛날부터 존재했던 한 가지 특성, 한 가지 사상을 가진 사람만이 공동체에 속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교회가 교리를 검토하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할 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신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무차별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박 변호사는 “가짜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며 “사실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내용도 모든 교인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봐도 교회 내부에서도 생각이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걸 마치 기독교 전체의 주장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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