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아베 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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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아베 지도력
  • 심민정
  • 승인 2020.08.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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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정 뉴스캐스터
심민정 뉴스캐스터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7월 말부터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뒤로 8월 첫 주에는 하루 1,500명까지 치솟았다. 누적 확진자는 일주일 만에 1만 명이 늘어 5만 명을 넘어섰다.

주말을 지나며 세 자리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오봉(お盆)절'이라는 일본의 큰 명절 앞두고 실제 수요보다 검사가 적게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는 아닌 듯하다.

많은 일본인은 양력 8월 15일 오봉절 앞뒤로 며칠씩 쉬면서 여름휴가를 보내는데, 연휴 이후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오히려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GoTo) 트래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여행 비용의 50% 상당을 보조해주는 ‘고투(GoTo) 트래블 캠페인’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여행업계를 지원하고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1조 700억 엔(약 19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 소비장려정책이다. 

사실상, 코로나19 통제가 힘든 상황에서 ‘경제라도 잡겠다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요미우리신문의 조사 결과 일본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여행 지원 정책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라고 대답했고, 아베 총리가 국민 생명을 담보로 경제를 지키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감염 방지 규칙을 철저히 이행하면 된다’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정착시키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중앙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는 소극적이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자, 지방정부는 독자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중앙정부와 다른 대응 정책을 펴고 있다.

오키나와현과 기후현이 독자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했고, 도쿄와 오사카도 독자 대책 발표했다. 도쿄와 오사카는 음식점·노래방 등에 대해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했고, 도쿄의 경우 상황이 더 악화하면 긴급사태 선언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긴급사태 선언은 힘들다고 선을 그은 상태에서 수도인 도쿄가 단독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국민 열 명 중 7명은 긴급사태 선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와 아베 내각의 정책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8월 7일과 8일 일본 국민 1,083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4%가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아베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33%)는 것으로 꼽혔다. 일주일 전 조사 때보다 부정적인 응답이 2% 포인트 올랐고, 지난 2012년 말 아베 총리 재집권 후 가장 부정적인 반응이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78%는 아베 총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평가했고,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던 때도 있었다. 아베의 경제 성장전략으로 일본이 장기호황을 누린다며 ‘아베노믹스’라는 말까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베노믹스’가 ‘아베노리스크’로 바뀌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려던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바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 없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 총리에게 국민은 등을 돌리고 있다. 일본 현지에 있는 우리나라 교민들을 통해 들어보면 가족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어도 나머지 가족은 똑같이 출근해야 하고,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38도 이상의 체온이 3일간 유지되지 않으면 검사도 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양성반응 비율은 30%가 넘는다. 양성반응 비율이 1%대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칭송받던 ‘아베노믹스’가 ‘아베노리스크’로 변하게 된 것이다.

지난 6일과 9일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원폭 피해 추모식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연설이 끝나자, “아직 질문이 있다”는 기자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고, 여당 의원까지 “국민이 불안을 느끼고 총리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할 때는 제대로 (회견을) 여는 것이 좋다”고 쓴소리를 했다. 

추모식 이후 논란이 된 것은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 추모식 연설문의 내용은 복사해서 붙인 것처럼 똑같았다. 열 문장 중 아홉 문장이 히로시마에서 나가사키로 명칭만 바꾼 문장들이었다. 피폭자 단체는 "이럴 거면 뭐 하러 왔나"라며 분노했고, 이해할 수 없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아베 내각이 들고나온 카드는 혐한카드였다. 아베 총리의 지지층인 우익세력의 결속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평창에 있는 민간 식물원인 한국자생식물원에 ‘영원한 속죄’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소녀상 앞에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의 동상이었다. 식물원 원장은 "아베 총리를 특정해서 만든 게 아니며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가 발끈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앞서 2015년, 중국의 한 로봇회사가 상하이 국제 로봇 전시회에 '사죄하는 아베 로봇'을 출품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 정부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영원한 속죄’는 민간 식물원에 있는 작품이고, 아베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 데도, 이렇게까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일본은 우리 법원의 일본 강제징용기업 자산압류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는 관세 인상, 금융제재, 비자 요건 강화 등의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은 WTO 협정 위반이고, 금융제재의 경우 일본도 타격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게다가 비자 요건은 코로나19로 이미 강화된 상태여서 실질적인 보복 조치로서는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정치적 제스쳐라도 취해서 혐한지지 세력의 지지라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혐한으로 시선을 잠시 돌린다고 한들 밑천이 드러난 지도력마저 덮을 수 있을까? 위기 앞에서 일본과 아베의 허상이 무너지고 있다. 혐한카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큰 위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아베 총리가 늦기 전에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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