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득표한 대통령이 120% 권한 행사한다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 김황식 전 국무총리 초청 강연 개최

황식.jpg

?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상임집행위원장 김춘규 장로)15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그레이스홀에서 바람직한 한국의 정치인상 제1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는 독일 정치, 독일 정치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이사장(호암재단)이 연사로 나섰다.

?

대통령 직선제 이후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총리인 김 이사장은 약 25개월 동안 총리를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으로 예전과 같은 단합된 힘은 사라져가고 대립과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을 언급하며 사회 발전과 국민 통합의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에 갔던 경험을 풀어냈다.

?

김 이사장은 독일이 숱한 전쟁과 나치의 만행, 국토의 분단 등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면서도 역사상 최고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한 나라로 평가했다. 또 독일이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모범국가라며 연립정부로 대표되는 정치 시스템 총리들의 훌륭한 리더십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정치 풍토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했다. 독일은 보수·진보할 것 없이 정부가 바뀌더라도 좋은 정책이 이어지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말한 정책이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던 녹색성장이었다.

?

김 이사장이 평가하듯 녹색성장 정책은 좋은 정책이었을까. 성과가 없진 않았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하거나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국제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기도 했다.

?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기조 아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열을 올리고, 아랍에미리트연합과 핵발전소 수주를 협상하면서 비밀 군사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22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환경 파괴와 특혜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

녹색성장 정책은 같은 당이 정권을 잡았던 박근혜 정부 때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20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P4G(녹색성장과 2030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한연대)에 참석하면서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하기로 선언한 바 있다.

?

당시 청와대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은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호를 위해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관통하는 포용성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좋은 정책은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에 대한 김 이사장의 언급은 강연 중에 들을 수 없었다.

김 이사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한국의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할 정치 시스템 중에 하나로 지적했다. 독일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대연정을 하게 되면 70~80% 정도의 민의를 반영하고, 소연정이라 할지라도 소수당의 정책이나 목소리를 존중하는 전통이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

김 이사장은 어느 당이 여당이 되든 간에 지지율은 35% 정도인데, 국회의원 의석은 55% 정도 차지해왔다. 이건 불합리하지 않나대통령 선거도 그렇다. 51% 득표한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나머지 49%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상대방이 실수하면 용납하지 못하고, 끌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41%를 득표했는데, 120%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니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것이라며 과반수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전의 보수 정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여론에 떠밀리지 않는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품격 있는 정치를 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지만, 국가의 먼 장래를 보면서 패배하더라도 멋지게 패배하고 그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은 지난 110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창립예배를 드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상임집행위원장 김춘규 장로(한국찬송가공회 전 이사장)를 필두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에서 대표회장, 총회장, 이사장을 지낸 교계 원로들이 대거 참여했다.

황식2.jpg

?

상임의장에는 박위근 목사(예장통합 전 총회장), 김선규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 전용재 감독(기감 전 감독회장), 유만석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원팔연 목사(기성 전 총회장), 김요셉 목사(한교연 초대 대표회장),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엄기호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 윤희구 목사(예장고신 전 총회장), 엄신형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 황인찬 목사(예장개혁 전 총회장), 정서영 목사(한교연 전 대표회장), 고시영 목사(세기총 전 대표회장) 등이 있다. 장로 상임의장에는 5선 국회의원이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지낸 황우여 장로, 전용태 장로(세계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등이 있다.

?

시민사회협력위원장, 기획위원장, 해외특별위원장, 언론대책위원장, 인권위원장, 정책위원장, 법률지원단, 역사문제위원장, 환경분과위원장, 문화예술위원장, 대외협력위원장, 사회복지위원장, 학원대책위원장 등의 각 분야별 특별위원장도 두고 있다.

?

창립목적은 현 시국의 혼란과 기독교적 가치관이 무너져 자칫 교회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상황을 극복하며 이러한 목소리를 담아 기독교 유권자들의 의견을 정치권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면서도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하지만 창립 취지를 살펴보면, 정치에 참여하는 활동을 하지 않고서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우리 대한민국은 누란의 위기에 있다남북문제를 중심으로 진보와 보수 세력의 대립 저성장에서 오는 경제 문제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 증대 보편적 사회 복지 혜택의 오·남용으로 인한 국고의 낭비 사회적·제도적으로 동성애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등 기독교의 도덕·윤리적 교훈이 무너질 위기 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이를 위해 기독교적 가치를 준수하는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여, 그들로 하여금 상호 관용·협력과 권력 사용의 절제를 근간으로, 한국정치의 민주화, 선진화가 이뤄지도록 뒷받침하며, 이를 위하여 기독교인들이 투표를 통해, 정치인들을 바르게 선택하는 일을 돕고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은 바람직한 한국의 정치인상 제1포럼이 열린 15일에도 반복됐다.

?

오늘 우리의 현실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축사를 시작한 박위근 목사(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 상임의장)저희는 정치를 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가 아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하고 뜻을 모으는 것을 주님께서 기뻐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

박 목사은 차별금지법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우리 선조들이 피 흘리며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기초가 무너져가는 현실을 보고 있다며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을 창립한 이유도 하나님께서 역사와 시간의 주인이심을 믿을 뿐만 아니라 이 믿음으로 우리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일들을 정치계와 사회 각계각층에 일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뜻을 함께 모으고 일어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유권자연합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오늘 포럼을 개최한 취지처럼 시민들을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유권자들로 키우는 일 역시 정치적인 활동임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접 선거를 치르거나 국회의원이 아니라고 해서 정치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일까.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