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목회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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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 목회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
  • 김준수 기자
  • 승인 2020.08.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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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 이유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인터뷰
지난 12일 평화나무와 인터뷰 중인 이동환 목사.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회부된 이 목사의 첫 재판은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평화나무)
지난 12일 평화나무와 인터뷰 중인 이동환 목사.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회부된 이 목사의 첫 재판은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어느 날 믿기 힘든 소식을 듣게 됐다. 목회자가 축복을 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됐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것이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로 몰려 목회자의 자격까지 따져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다.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지난해 제2회 인천 퀴어 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에 나선 이유는 대단한 결심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갈릴리의 가난한 민중들, 고아, 과부와 함께했던 예수님의 삶과 정신을 따르려고 하다 보니 성소수자 축복식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지난 12일 평화나무 기자와 만난 이 목사는 “예수님은 늘 약한 이들의 편에 서신 삶을 살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 그대로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받게 됐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목사로서 가야할 곳에 갔고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직임을 따라 해야 될 일을 했다”며 “당시 축복식 할 때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엄청 굳어있다. 만약 과거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네가 목사로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을 했으니 너무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웃는 얼굴로 마음을 다해 축복을 해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사역하는 교회에서 성소수자 교인이 있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는 20명 안팎에 작은 교회이기도 해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규모가 있는 교회라면, 성소수자 교인이 없을 수가 없다. 강단에 서는 설교자라면 이분들에 대한 공부와 배려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처벌’에 집중하기보다 법의 취지인 ‘평등’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우리가 대체적으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관념적으로는 알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다 배우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각 영역에서 수많은 차별이 벌어지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고 누구나 존엄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론 이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차별 없는 사회가 갑자기 이뤄지지는 않을 거다.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이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여기기보다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목사가 재판에 회부됐다는 소식은 감리회나 교계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주목받는 사건이 됐다.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명목으로 목회자 자격 박탈 여부를 논의하는 최초의 재판이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꾸려지긴 했지만 감리회 내부의 상황은 과연 환대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암담해 보이기만 하다.

지난 6월 24일 대책위 기자회견 직후 ‘동성애를 반대하는 감리교인’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됐다. 성명서에는 감리교 동성애대책연대, 감리교 바르게세우기연대,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 충청연회 남선교회,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모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에는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소속 연회인 경기연회에서 재판까지 받게 만든 단체도 있었다.

감리회 동성애대책위원회(이하 동대위)는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을 N번방 사건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동대위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동환 목사가 목사 가운을 입고 인천 퀴어 축제에 참가하여 동성애자들을 위해 축도한 행위를 반(反)기독교적 행태로 규정한다”며 “이것은 목사 가운을 입고 n번방이나 음란물 제작 촬영현장으로 달려가 축도한 행위에 준한다. 이와 같은 범죄행위를 멈추고 회개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감리교 평신도 동성애대책위원회’라는 단체는 지난달 7일 감리회 본부 앞에서 감리교회바로세우기젊은목회자연대, 감리교회바로세우기청년연대, 감리교회바로세우기청장년연대, 남선교회충청연회연합회, 기독교대한감리회원로목사회 등의 단체와 함께 ‘이동환 목사 OUT 촉구’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감리교 바르게 세우기 청년연대는 지난달 29일 ‘감리교회 거룩과 엄정 재판 위한 청년 BLUE 기도회’를 열고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소신이라면, 굳이 교단에서 기득권을 누리려 하지 말고 스스로 조용히 교단을 나가 주시는 것이 정직한 일”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 목사는 느리지만 변화는 시작됐다고 담담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또 자신이 속해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여전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부당한 압력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감리회를 사랑하고, 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감리회를 떠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감리회 내부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신학적 논의가 시작되는 마중물이 되길 희망했다.

이 목사는 “2015년에 감리회 동성애 조항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가면을 쓰고 반대시위를 했다. 얼굴을 드러내고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성명서를 내주고 있다. 또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변화가 느릴 수는 있지만, 저는 여전히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목사의 첫 재판은 감리회 경기연회 본부에서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부당한 재판에 회부된 이후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고 있을 것 같다. 과거 성소수자 축복식을 앞둔 목사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지 궁금하다.

만약 재판에 없었다면 그냥 평범하게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목회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을 거다. 제일 큰 변화라고 한다면 공식적으로 목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거다. 감리교 법상 ‘동성애 처벌법’으로 재판에 회부되면 그 순간 직임이 정지된다. 원래 말이 적은 편인데, 말을 많이 해야 되는 상황도 많다. 또 생전 겪어보지 못한 그 수많은 적대감들 앞에 서야 한다는 것도 큰 변화인 것 같다.

사실 지금의 상황을 후회하고 있지 않다. 절대 그렇지 않다. 목사로서 가야할 곳에 갔고,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직임을 그냥 다 한 것뿐이다. 그때 축복식 할 때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무척 굳어있는 모습이다. 이미 축복식 올라가기 전부터 조짐이나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저를 쫓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축복식에 올라갔다. 굳이 조언을 하자면 ‘네가 목사로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을 했으니 너무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마음을 다해서 축복식에 임해라’고 말하고 싶다.

Q.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목회자로서 지켜본 성소수자들의 삶은 어땠나?

교회 성도님이 커밍아웃을 해주시면서 그때부터 조금씩 공부하면서 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 안의 편견이 깨져가니깐 주변에 계신 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굳이 성도님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일단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무척 어려운 상황에 있으신 분들이다. 자신을 드러내면 부정적인 반응이 오기가 쉬우니깐 드러내지 못한다. 마음으로 가장 의지할만한 사람들인 가족들에게 드러내기도 어렵다. 나를 나로서 드러낼 수 없다는 부분이나 늘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누군가는 누구나 하나둘씩은 감추고 사는 게 있지 않나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단순시 그런 영역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감춰야 되는 것이고, 이걸 드러내게 되면 잘못된 사람 취급받는 사회의 시선 속에서 편견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 것이 그분들의 고달픔이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자신을 특정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지 않나? 교회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사회를 무너뜨리고 기강을 무너뜨린다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살아야 되나 하는 상처들도 많으신 것 같다.

Q. 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사회였다면, 목사님이 겪게 된 부당한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교계 현실에 비추어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말씀해주신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사실 현재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어떤 종교집단이 동성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는 것이나 그 집단이 관련 내부 규정을 가지고 저 같은 교역자를 치리하는 것까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는 별개로 이 부분은 교계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신학적 논의를 해나가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이미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의 88%가 동의하는 만큼 사회적 인식은 진전됐다고 생각한다. 아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피부로 느꼈다고 생각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 행정 네 가지 영역에서 성, 인종, 국적, 장애, 출산, 가족형태, 성적지향, 종교 등의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규정하는 법이다. 우리가 대체적으로는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관념적으로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배우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각 영역에서 수많은 차별행위들이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다 배우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고 누구나 존엄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법은 최소한으로 규제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차별 없는 사회가 갑자기 되지는 않을 거다. 기독교인들이 알아야 할 건 차별금지법이 처벌하기 위해서 만드는 법이라고 보기보다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제정하는 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Q. 무조건 반대하고, 가짜뉴스로 왜곡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차별금지법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신학적 논의가 감리회 내부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교계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뜨거운 이슈다. 저희 감리회를 놓고 봤을 때는 어떤 위치에 있고 교권을 잡고 계신 분들의 입장이 부정적이긴 하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해야 된다는 게 대부분이긴 하다. 요즘에는 ‘차별금지법 반대’ 배너 만들어서 각 교회에 보내고 있다. 아마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소수자나 동성애에 관한 문제일 거다. 제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을 부정적으로 보시고 잘못했다고 보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상황이긴 하다. 제게도 변화가 가능하겠냐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솔직히 교회는 변화가 느릴 것 같긴 하다. 교회는 어떤 면에서 무척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부분들이 있다. 보수적이거나 전통적이지 않았다면 2,000년 동안 이어오질 못했을 거다. 신념을 지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현 시대에 사회문화를 반영하고, 반응하는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제 사안과 관련해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교권을 잡으신 분들의 목소리가 대표로 들리기 때문에 그게 기독교 전체의 입장으로 보이기도 하고,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외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보고 계신 분들도 많다. 서명에 참여주신 분들도 많고, 교단법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신 분들도 개인적으로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고 계신다. 그런 걸 보면 그래도 조금씩 교회 안에서도 변화의 조짐들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 88% 정도가 찬성하고 있다고 하면 교회가 아무리 보수적이고 차별금지법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적어도 교인들의 4~50%는 찬성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주최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도 자캐오 신부님이 국회의원들에게 ‘쫄지 마세요’ 라고 말씀하신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커서 그렇지, 소위 마녀사냥당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차마 같이 목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함께 마음을 모으고 계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교회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깐 지금도 교회에 남아있는 것 같다.

Q.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 투쟁이나 최근 성소수자 축복식까지 늘 현장에 계신 것 같다. 한국교회의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말씀해주신다면.

무엇보다 교단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식이 무척 안타깝다. 왜냐하면 저희 감리회 법만 해도 동성애에 대해서 찬성 혹은 동조할 때 정직, 면직, 출교시킨다고 한다. 마약, 도박과 함께 말이다. 성소수자도 동성애를 포함해 여러 부류가 있는데, 동성애만 아니면 괜찮다는 것인지, 찬성과 동조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무척 고민 없이 만든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것에 찬성 동조한다고 처벌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정도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서 얼마나 고민하지 않으면 N번방에 비유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한다면, 혐오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놓고 욕하지 않고, 점잖게 말씀한다고 해도 혐오의 발로에서 나온 말은 사람을 죽이게 된다.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저도 제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 성소수자 성도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도 못했다. 영광제일교회는 20명 안팎에 자그마한 교회인데도 성소수자 성도 분이 계셨다. 분명히 100명, 200명, 1000명 넘는 교회라면 성소수자 성도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들이 성소수자 성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설교를 할 때에도 굉장히 많이 준비하고 공부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대화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의견이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조금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경청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나의 의견과는 다르기 때문에, 성경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정죄하는 것 같은 태도를 흔히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교회는 수없이 오류를 범해왔다. 성경을 근거로 천동설이나 중세의 마녀사냥, 십자군, 노예제를 옹호했던 과오가 있었다. 50년, 100년 후에도 기독교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좀 더 관용적이고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청하지 못하는 태도, 나만 옳다는 태도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조금만이라도 대화의 장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예수님의 삶이나 성경의 정신을 살펴봐도 한국교회의 혐오와 배제는 지나친 면이 있는 것 같다.

예수님의 삶을 보면 늘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섰던 것 같다. 갈릴리 가난한 민중들, 천대받던 장애인, 과부, 어린이. 예수님은 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축복하시고, 함께 먹고, 마시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 그대로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예수님이 하셨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낯선 이들, 조금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사실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두려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예수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늘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 죄를 사하시고 구원하시는 예수님이심을 잊지 말아야겠지만, 예수님이 이 땅에서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셨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사실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분들이 많이 인용하는 구절 중에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내용이 있다. 소돔과 고모라가 심판을 당한 이유는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에 낯선 곳을 찾아온 이방인들을 환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환대하고 관용의 마음을 베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예수님이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셨을 때 지리적 개념의 땅 끝일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식이나 사랑의 땅 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땅 끝에 있는 벽을 무너뜨리면서 우리의 인식이나 사랑의 지평을 확장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땅 끝까지 나아가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Q.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9명과 감리회 소속 목회자, 교인 등 43명으로 구성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재판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이미 공공연하게 ‘이동환 아웃’이라는 말이 이미 나오고 있다. 심사위원회에서도 면직 의견으로 기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교나 면직시켜라거나 이동환 내보내야 감리교회가 산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감리회나 한국교회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판례가 없다보니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재판 결과가 중요하긴 하다. 판결을 받았을 때에 감리회 내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후퇴하지는 않을지 그런 부분도 걱정되고, 제 결과도 하나의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한다면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이미 많은 성과들이 있다. 감리회에서 2015년에 동성애 관련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가면을 쓰고 반대시위를 했다. 얼굴을 드러내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제 사건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140명이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성명서를 내주고, 3040대 목회자들과 제 동기들도 이름을 걸고 목소리를 내주고 있다. 전체 목회자 수에 비해서 많다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멈추지 않고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름을 걸고 하지는 못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도 많다.

저는 재판 과정에 충실하면서 당당하고 겸손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재판 결과도 결과지만 이번 재판을 통해서 성소수자 성도가 있거나 교회로 찾아온다면 어떻게 목회할 것인가, 신학적인 논의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이런 논의들이 조금씩이라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런 논의가 시작되는 마중물로 사용된다면 저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현장으로 이끌어주신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일단 성도님들이 상처받으실까봐 가장 걱정된다. 성도님들도 담임목사가 어느 날 갑자기 욕도 많이 먹고 있고, 사탄의 하수인이라느니 그런 소리도 듣고 있으니 걱정을 많이 해주고 계신다. 또 걱정되는 것은 성소수자 성도분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고, 행여나 본인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실까봐 그런 부분들이 제일 염려된다.

만약 목사에서 면직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저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신학교에 입학했고, 지금까지 이 길을 쭉 가고 있다. 다른 일이나 직업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속해있는 감리회가 무척 자랑스럽고 사랑한다.

감리회 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떠나라는 분들도 있다. 감리회를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라거나 왜 여기 버티고 있어서 분란을 만드는지 책망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감리회를 사랑하고 목사의 직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면 되는 건가? 국가의 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깐 이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 않나? 보통 잘못된 게 있으면 바꾸려고 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나? 저도 마찬가지다. 감리회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소위 ‘동성애 처벌법’은 허점이나 문제가 너무 많은 법이고, 국가보안법처럼 사용될 여지가 많은 법이기 때문에 이런 법을 제정하려면 안전한 공론의 장에서 최소한의 신학적인 토의와 목회적인 연구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힘들어서 떠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제가 있는 곳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그들을 축복해야 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함께해야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감리회 목회자로서 해나가고 싶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연대, 현장에서 실천해왔던 일들의 연장선상에 있고, 미약하게나마 제가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큼은 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 참석자들이 이동환 목사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지난 6일 열린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 날을 위한 기도회’ 참석자들이 이동환 목사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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