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사로 초청받았을 뿐"이란 주장 설득력 떨어져

<br>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가&nbsp;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열린  '문재인 파면 8.15 예비대회'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 <br>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가 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열린 '문재인 파면 8.15 예비대회'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서울시가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의 8.15 집회 개입 정황이 담긴 증거를 입수했다. 서울시는 22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교인 명부와 방문자 명단,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 관련 계획과 회의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확보된 집회 계획과 회의록은 교회와 집회의 연관성과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적 비난 여론이 들끓자, “(나는) 광화문 집회 연사로 초청받아 5분여간 무대 연설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은 평화나무가 앞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와 증거물만 확인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화나무도 이미 전 씨가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단서가 될 증거물을 여럿 확보한 상태다. 

 

"8.15 집회 나를 빼고 못 한다"는 전광훈 
“목사님은 조직과 총동원만 해 주고, 돈만 넘겨달라 요청받았다” 
“재판 중에 있어서 대회장으로 김경재 총재 세웠다” 

3일 너알아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는 전 씨가 8.15집회의 중심에 본인이 있다는 설명을 한 내용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전 씨는 이날 영상을 통해 "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에 있어서 대회장을 못 한다"며 "오늘 모시고 온 김경재 총재에게 부탁했더니 1분도 안 돼 바로 해주겠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함께 기독자유통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 씨를 돕기도 했다. 

이하 너알아TV를 통해 공개된 전광훈 씨 발언. 

“8.15 대회에 대해서 댓글 공격하는 놈들이 있는데 첫 번째가 뭐냐. ’왜 또 전광훈이냐. 전광훈 빼고 하자’ 그래요. 내가 그랬어. 좋아, 그럼 나 빠질 테니 니들이 해 그랬더니 하루 지난 뒤에 (불만을 표하던 사람들이) 그랬어. ‘목사님이 빠지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래. (웃음)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목사님은 조직과 총동원만 해 주고, 돈만 넘겨주고 그날 목사님은 오지 말라’는 거예요. 내가 그것도 받아들였어. ‘그래? 알았어. 전체 성도들 다 동원해주고 돈도 넘겨주고 난 안 갈게’ 그랬더니 또 전화가 왔어. ‘오기는 오되 연단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라’ 그래. (웃음) 별놈의 개XX들이 다 있어. 좋다 이거야. 전광훈 목사가 할 수 없이 해야 한다 이거야. 그런데 대회장을 세워야 한단 말이야. 나는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내가 법적인 대회장을 못 한단 말이야. 재판중에 있어서. 대회장을 해달라고 부탁해도 해 줄 놈이 없어요. 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런데 제가 오늘 모시고 온 김경재 총재님한테 전화를 드렸더니 1분도 안 걸려. 바로 해주겠다 그거야. 대회장 해주겠다 이거야. (박수) 그래서 김경재 총재를 세웠더니 그걸 가지고 인터넷에 댓글로 뭐라고 하느냐. 왜 김경재냐 이거야. 김경재해서 우린 안간다 이거야. 오지 말아라 이 개XX들아, 하나님이 김경재 총재를 주님이 예비해주셨어. 나는 정치인들에게 사기를 당했어. 이명박한테 당했지, 박근혜한테 당했지, 황교안한테 당했지, 근데 지금 이 마당에서도요 누구 하나 대회장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야” 

또 지난 14일 조선일보 32면에 게재된 광고 전단지 '8.15는 문재인 탄핵의 날'은 8.15 집회의 중심에 전광훈 씨가 존재한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전망이다. 광고 전단지에는 15일 집회 참석을 위한 지역별 버스를 인솔할 담당자와 휴대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하단에는 ‘총재 김경재ㆍ고문 국민혁명의장 전광훈 목사’ 이름이 맨 앞에 적혀 있다. 예금주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이다. 1997년 설립된 대국본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전광훈 씨가 총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국본은 전 씨가 운영하는 청교도영성훈련원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대국본 김 모 대표는 지난 11일 열린 전광훈 씨 3차 공판 당시에도 증인으로 참석해 전광훈 씨를 위해 울먹이기까지 했다.

14일 조선일보 32면에 게재된 '815 문재인 탄핵의 날' 광고와 해당 내용이 담긴 유인물 
(출처 :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 

 

 

너알아TV 통해 "동화면세점 앞 집결" 공지

 

15일 너알아TV를 통해 동아면세점 앞으로 모이라는 공지가 전광훈 씨의 지지자들에게 송출됐다. (출처: 너알아TV 유튜브)


서울행정법원에는 광복절 집회 금지 관련 집행정지 신청이 총 10건 접수됐다. 법원은 이 중 8건을 기각하고 2건을 인용했다. 허가된 집회는 보수단체 일파만파와 주권회복운동본부였다. 애초에 이승만광장(광화문광장을 마음대로 바꿔 부르고 있다)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선전해 왔으나, 일파만파의 집회 신청이 허가되자,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집회 장소를 동아면세점(동화면세점) 앞으로 공지하는 안내 영상을 15일 송출했다. 아울러 전 씨는 이날 자가격리하라는 보건당국의 지침까지 무시해가며 연단에 올랐다. 

전 씨는 이날 연단에서 "문재인의 범죄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모였다"며 "(문재인이) 나를 감옥에 가뒀다. 인류 역사상 사기극인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외쳤다. 또 "그들의 목적지는 연방제 통일"이라며 "이것은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북한에 나라를 갖다 바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또 앞서 전 씨는 "8월 15일 우주를 엎어버리는 집회를 하자"고 자신의 추종자들을 끊임없이 선동해 왔다. 

이뿐 아니라, 너알아TV에는 전국에서 집결할 버스노선 안내 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강원·경기·경남’, ‘대구’, ‘경북’ 등 5편에 나뉘어 버스 인솔 책임자와 휴대전화, 버스 출발 장소가 공지됐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문자메시지 통해 공지 "동화면세점 앞 집결"

평화나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국본은 15일 오전 9시경 ‘문재인 하야 천만인 서명운동’에 등록한 사람들에게 ‘8.15 집회 합헌이라는 법원 결정’이라는 제목의 문제 메시지를 통해 집회를 안내했다. 
(▶http://www.1000mansign.com/)

대국본에서 전송한 문자메시지에 링크된 사이트로 접속해 보면, “오늘 8/15 국민대회에 대하여 서울시가 집회 금지를 명령하였으나 어제 밤 10시에 법원이 서울시의 집회 전면금지는 무효라고 밝히며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 허용 결정을 하였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공지문에는 “자가격리 대상자들과 증상이 있는 분들은 집회 참여 자제를 부탁드린다”면서도 “우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문재인주사파 바이러스를 꼭 퇴치하여 자유통일을 이루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열어가자”고 적혀 있다. 하단에는 동아(동화)면세점(광화문역 6번출구) 앞에 집결하라고 장소를 공지하기도 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보내온 문자메시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보내온 문자메시지 링크 주소를 클릭하면 8.15국민대회를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이 공지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전광훈 집회서 사용한 과거 현수막 문구와 동일 

15일 동화면세점 앞 8.15 집회에서 사용한 무대 현수막은 전광훈 씨가 지난해 광화문에서 반정부 집회를 이끌 때 사용했던 현수막과 같은 디자인이다. 또 올해 8.15 집회에서 사용한 현수막에도 전 씨가 줄곧 인용해 온 독일 신학자 본회퍼의 ’미친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15일 전 씨 측에서 배포한 8.15국민대회 유인물과 올해 8.15국민대회 유인물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유인물에는 모두 동일하게 전 씨가 줄곧 외쳐온 ’미친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와 '문재인 하야 7가지 이유'가 적혀 있다. 예금주는 모두 전광훈 씨가 총재를 맡고 있는 대국본이다. 

(왼쪽) 2019년 11월 9일 전광훈 씨 주도로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 (오른쪽) 2020년 8월 15일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왼쪽) 2019년 8월 15일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 전단지 / (오른쪽) 2020년 8월 15일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 전단지 

 

전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급사위험'이라고 읍소해 "이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4월 20일 풀려났다. 그러나 전 씨는 15일 연단에 올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대통령에 대한 막말도 되풀이했다. 또 이날 법원이 허가한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는 애초 집회 참가 예상인원인 100명을 훌쩍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모여 불법 집회 논란이 일고 있다. 평화나무는 전광훈 씨가 보석허가 조건을 위반했다고 보고, 보석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의견서를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4부에 제출했다. 평화나무는 앞서 지난 6월 5일에도 전 씨의 보석 조건 취소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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