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학생들 절반이 대면 수업 요구”
"대면·비대면 수업 동시 진행, 원하는 방식 선택하면 돼"
한동대 동문 “원한다고 다 해주면 누가 예방에 참여하나?” 비판
감염병이라는 재앙 앞에선 확산을 막는 게 우선

한동대학교 전경(출처 한동대학교 홈페이지)
한동대학교 전경(출처 한동대학교 홈페이지)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소재 한동대학교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대면 수업을 병행하면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동대는 지난 31일 개강과 동시에 대면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표출되는 모습이다. 특히 학교 커뮤니티에는 이번 기숙사 입주자 가운데 광화문 집회 참석자도 포함돼있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한동대 재직 중인 교수들 사이에서도 대면 수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교수는 "기독교 학교 특성상 광화문 집회 참석자도 분명 있을 텐데 2주나 3주 만이라도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모든 학생이 대면 수업에 참석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비대면 수업을 원하는 학생의 경우엔 종강 때까지 비대면으로 참여해도 괜찮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대면 수업의 경우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보건 수칙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의 강의는 100%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자치기구와 조율을 통해 대면·비대면 수업 병행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 절반이 대면 수업을 원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2차례 걸쳐 설문 조사를 진행, 학생 중 절반 가까이가 대면 수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3월 16일에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재학생 2820명이 참여, 48%가 대면 수업에 찬성, 47.2%가 비대면 수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한동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당시에는 상황이 심각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해 학기를 마쳤지만, 2학기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처음부터 대면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면·비대면 수업 병행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면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수업에 참석하고, 비대면을 원하는 학생들도 차질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어려움에 부닥치게 하고자 대면 수업을 한 게 아니다"라며 “확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또 "대면이라고 위험하고 비대면이라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전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며, 상황이 심각해져 단계가 격상된다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숙사 역시 철저한 방역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겠다고 했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 및 교회 방문한 학생이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감염 위험성이 있는 학생 경우엔 2주 자가격리 후 생활관에 입주할 수 있고, 생활관 전 구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필수화했다. 코로나 예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규칙과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또 1학기 때도 기숙사비를 돌려준 사례가 있기에 이번에도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환불 조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동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학생들이 원했다고는 하지만 감염병이라는 재앙 앞에선 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 아니냐는 것. 한 명의 감염이 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대면 수업을 진행하면 앞으로 누가 자신의 자유까지 억누르며 예방에 동참하겠느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광화문 집회 참석자나 일부 교회는 다른 단체나 기관과 비교하며 방역을 거부하거나 동참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대가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면 다른 곳 역시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 

한동대 재직 중인 한 교수는 1학기 대면 수업 병행 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모이기를 자제하고 참아내는 것이 올바른 지침이 아니냐"고 성토한 바 있다. 또 "학생과 교수, 지역 보건 안전을 담보로 이런 도박을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확진자가 하나라도 발생할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동대를 졸업한 A 씨 역시 다른 사람들 역시 하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다 참으면서 방역에 동참하는데 학교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한동대가 기독교 학교로 유명한데 제발 사랑제일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재학생들 역시 학교의 대처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같은 학교의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수업을 하면 비대면의 의미가 사라진다", "2주 만이라도 비대면을 하자"는 주장의 글들이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병행 수업이 도박이라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가 2주인데 그 2주 동안 기숙사나 학교에 퍼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확진자들 30%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들인데 한동대라고 감염자가 없다는 보장이 있냐는 것이다. 또 내부 기시판에는 "이러다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이미 기숙사 비용을 모두 낸 상황에서 포항에 머물며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는 글도 올라왔다. 

한동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
한동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

한편, 포항시는 ‘실내 50인 미만’이면 괜찮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한동대에서 진행하는 대면 수업이 큰 문제 없다는 취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 코로나19의 연대"라고 강조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중임에도 대면 수업을 결정한 만큼 한동대는 더욱 방역에 힘써야 할 것이다. 철저한 방역과 거리 두기로 부디 제2의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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