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은 베리칩이며 666이다" 황당 주장
코로나 백신은 아직 개발 중, 치료제도 없어
주류교단, "베리칩과 666은 전혀 상관 없다" 일축

인천 한 교회의 목사가 코로나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인천 한 교회의 목사가 코로나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평화나무 신비롬기자]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백신은 베리칩’이라는 황당한 가짜뉴스가 개신교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인천의 A 교회의 목사 역시 평소에 "코로나바이러스를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설교해 왔다.

이 목사는 지난 7월 29일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성애자를 건드려서 발생했고, 사이비나 이단에서 나왔다며 심판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QR코드를 이용하면 중국으로 모든 정보가 넘어간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정신과 육체까지 조종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신교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지방에 사는 한 제보자는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가짜뉴스를 접했다고 한다. 자신을 교회 성도라고 소개한 택시기사는 지금이 마지막 때라며, (요한) 계시록에 베리칩이 나오는데 그게 코로나 백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코로나 치료를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온라인에서 더욱더 쉽게 접할 수 있다.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시작된 곳은 어디일까?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전단에 따르면, 영국을 지목하고 있다. 

영국 대형통신사 사업부 책임자가 코로나19는 거짓이며 5G 전자파의 공격이라고 폭로했다가 살해당했으며, 중국 우한에서 5G를 최초 도입해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것.

영국 BBC는 지난 4월 5일 기사에서 가짜뉴스로 인해 영국 버밍엄·리버풀·멜링 지역 기지국에 5G 관련 방화사건이 잇달아 발생했고, 통신업무 종사자들 역시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5G가 코로나를 퍼트린다는 가짜뉴스는 시간이 지나며 코로나 백신이 베리칩이며, 이 백신을 맞으면 정신과 육체를 조종당한다는 데까지 발전했다. 개신교발 가짜뉴스는 여기에 베리칩이 666이라는 주장까지 더해 절대 치료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더했다. 세부 내용은 좀 다를지라도 크게 이 도식을 벗어나진 않는다.

코로나 백신 관련 가짜뉴스 전단지
코로나 백신 관련 가짜뉴스 전단지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가짜뉴스를 한 번 살펴보자.

 

5G와 전자파

5G 즉, 5 Generation은 5세대를 의미한다. 각 세대는 기술적 혁신으로 구분되며,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기술이 나올 때마다 한 세대씩 나아간다. 우리가 사용하는 무선통신은 전자파 스펙트럼에서 특정 주파수를 이용해, 기지국과 기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휴대폰을 비롯해 TV나 라디오의 작동법도 이와 같다. 5G는 그 이름답게 더 높은 주파수를 사용해 기존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전달한다.

전자파라는 이름 때문에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핸드폰 사용이 주는 건강상 악영향은 없다”고 발표했다. DNA를 분해하고 세포 손상을 일으킬 충분한 에너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매일 쐬고 있는 가시광선이나 전자파가 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 백신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계발 중이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올해 말까지 혈장 치료제를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 중증 환자에게는 ‘렘데시비르’라는 치료제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능을 완전히 입증된 건 아니다. 어차피 회복될 사람의 회복 기간만 줄여주는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또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베리칩이 될 가능성은 없다. 

 

베리칩과 666

베리칩은 Verification(확인)과 Chip(칩)의 합성어로, 마이크로칩(Microchi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칩은 체내 이식이 가능하며, 신분을 증명하거나 결제 수단, 위치정보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2004년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등록에 베리칩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부 개신교인들은 왜 베리칩이 666이라고 주장할까?

요한계시록 13장에는 사람의 오른손이나 이마에 찍는 낙인이 등장한다. 낙인이 없는 사람은 물건을 사지도 팔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그 표식이 바로 짐승의 표식인 666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QR코드나 바코드가 짐승의 표식 또는 짐승의 표식으로 가는 길을 예비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류교단에서는 이런 해석을 배격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기독교장로회 등은 베리칩과 666을 연관 지어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배격하기로 결의했다.

“베리칩을 ‘요한계시록 13장의 짐승의 표’로 간주하고, 그것을 받는 자는 구원에서 끊어진다는 주장은 해당 본문에 대한 오해와 광신 이데올로기, 그리고 주관적인 상상력에 지배를 받은 억지스러운 해석의 결과이다” 제98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당시 총회장 안명환) 총회 결의

주요 교단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기존 성도들은 아직도 베리칩이 666이라는 음모론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몸에 베리칩이 심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도들은 방역을 피해 도망치기도 한다.

한국 기독교 이단 상담 연구소 박형택 소장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다”고 단언했다. 성도와 목사들이 잘 모르니까 이런 주장이 계속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교단 차원에서 일일이 공지하면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며 “목사들이 공부를 해 성도들이 진실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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