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정부’가 코로나 19를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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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정부’가 코로나 19를 퍼뜨렸다?
  • 정병진 기자
  • 승인 2020.09.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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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계에 파고드는 ‘코로나 19’ 관련 음모론
(출처=유튜브 채널 ‘스피카스튜디오’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최근 유튜브 채널 ‘스피카스튜디오’가 코로나19는 “(그림자 정부의) 세계 인구 감축 계획에 의한 생화학 무기”라거나 DARPA가 개발 중인 ‘하이드로겔 센서’는 “신세계 질서 구축을 위한 전 세계인에 대한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을 잇달아 제기하는 중이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인들 중에 그 내용을 신뢰하여 영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19가 전국에 재확산하던 중 충남도는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종교시설 집합 금지 행정 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 충남의 A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정부 결국 통제사회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반발하는 글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소규모로 모이는 작은 교회까지 일률적으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독교를 말살하려는 그림자 정부의 정책의 하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혹 문재인 정부가 미국 국방성 산하 다르파 연구소가 만들고 있는 삽입형 다르파 하이드로겔(DARPA HYDROGEL)을 자국민들에게 투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하이드로겔(DARPA HYDROGEL)을 맞은 자는 모든 것을 감시당하고 개와 돼지처럼 주는 밥이나 먹고 살아야 한다”는 고 주장했다. 

(출처=A목사 페이스북 )

하지만 터무니없어 보이는 ‘다르파 하이드로겔 센서’ 관련 음모론은 현재 보수 개신교인들의 각종 인터넷 카페나 카카오 스토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그 진원지를 따라가 보면 유튜브 채널 스피카스튜디오의 ‘[베리칩의 진화] 다르파 하이드로겔’ 영상이 나온다. 

채널 운영자는 자신을 슈(Sue)라 밝히는 한국계 미국 교민이다. 그는 자신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혼자서 미국에 건너가 정착한 이민 1세대이며 현직 간호사이자 장로교 교인이고, 트럼프 지지자이며 세계 정치와 역사, 음모론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한다. 

슈는 해당 영상에서 “DARPA는 인터넷 전신인 아파넷(ARPANET)을 통제, 검열, 감시를 용이하게 하고자 만든 곳”이라 소개한다. 이어 최근 DARPA의 “펜데믹을 통한 백신 개발과 함께 몸 안에 삽입하여 접종자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 센서의 개발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수많은 전문가는 이것(하이드로겔 센서)이 백신과 함께 의무적으로 사람들 몸에 삽입될 것이라 추측한다”며 “그렇게 되면 내 몸의 신호를 무선 넷을 통해 중앙 컴퓨터에 보냄으로써 365일 정부 당국에게서 감시를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즉 “하이드로겔 센서가 널리 보급되어 이것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회가 올 수 있다”는 거다. 

또 슈는 “이번 팬데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문화가 탄생”하였고 “특정 종교시설의 소모임 또한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말해주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언제든지 국가가 개입해 시민의 행동 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라며, 마치 코로나19 사태가 국가에 의한 통제사회를 위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되었음을 암시한다. 

그는 코로나 19 펜데믹 사태의 주요 기획자로 빌게이츠를 의심한다. 그 근거로 빌게이츠는 2015년 TED에 출연해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을 예견하며 백신 개발을 독려하는 강연”을 하였고, “2018년 ‘세균 테러로 1년 내 3천 만 명이 숨질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고 환기시킨다. 이어 “코로나 19 발생 석 달 전인 2019년 10월 18일 세계 정상들이 모여 팬데믹 모의 훈련인 EVENT 201을 시행하였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EVENT 201은 매년 200건의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흐름에 대응하고자 존 홉킨스 보건 안전센터와 세계경제포럼, 빌게이츠 재단이 협력해 뉴욕에서 개최한 모의 훈련이고, 슈의 주장과 달리 그 자리에 세계 정상들이 모인 자리는 아니다. 이 모의 훈련에서도 원인균을 ‘코로나바이러스’로 설정하였고 비말에 의한 호흡기로 전염, 공기 전파 가능 등 코로나 19에 의한 펜데믹 현상과 일부 유사한 면이 있다. 

하나 그 시나리오는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와는 그 전개 양상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이 모의 훈련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 급성폐증후군(CAPS 캡스)은 과일박쥐에서 돼지로 옮아가고 변이를 일으켜 남미의 한 농부를 감염시킨다. 이후 해외 여행을 통해 세계 300개 주요 도시로 번져 18개월 동안 6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캡스는 세계 전체 인구의 80~90%가 감염될 때까지 세계적 대유행이 진행되다가 차츰 풍토병으로 변한다.

세계는 이미 사스(SARS, 2003), 신종 플루(2009), 메르스(MERS, 2012) 사태 같은 전염병의 유행을 경험한 바 있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바이러스 전염병의 펜데믹 현상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EVENT 201’ 같은 모의 훈련이 비록 코로나 19 발생 석 달 전(정확히는 44일 전)에 있었다고 해서 코로나 19를 누군가 기획한 거라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슈는 “CAPS의 증상과 전염율이 한 치의 오차 없이 covid 19와 일치한다”는 거짓 정보로 최근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를 빌게이츠가 기획한 것처럼 묘사한다. 그는 빌게이츠 아내 멜린다가 “covid 19 백신이 출시되면 그 접종 1순위를 전세계 의료인 6천 만 명, 2순위를 흑인, 그 다음은 유색인종, 그 다음은 지병이 있는 환자, 마지막은 노인이라 했다”며 이 같은 “백신 투여 우선순위는 인구감축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USA 투데이의 팩트체크에 의하면 멜린다는 “의료인들이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한 뒤 ‘반드시’ 흑인이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그는 지난 6월초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반인종주의 시위가 어떻게 건강 형평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기자가 ‘의료인이 백신 접종을 한 뒤 누가 백신을 필요로 하는지’ 묻자, “미국에서는 흑인, 그 다음은 솔직히 말해서 많은 다른 유색인종이 될 것”이라 대답하였다. 그런데 슈는 멜린다의 대답 맥락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 내용마저 왜곡해 마치 멜린다가 세계 인구감축을 위한 순위를 언급한 것처럼 말한다. 

이는 슈가 유튜브 영상으로 퍼뜨린 가짜뉴스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그는 “WCC(세계교회협의회)는 로마 바티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프리메이슨의 하부조직”이라는 거짓 선동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WCC는 로마 바티칸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단체이거나 프리메이슨 하부조직이 전혀 아니다. 온 세상에 흩어진 교회의 일치 운동을 위한 기독교의 세계적 대표 협의 기구(전 세계 110개국 349개 회원교단)이다. 가톨릭은 WCC 회원조차 아니며 단지 WCC 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할 뿐이다. 

슈의 음모론과 거짓 선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전 세계에 퍼지는 전염병과 전쟁,’ ‘중국의 공산화,’ ‘한국 전쟁,’ ‘미국 대규모 시위,’ ‘동성애나 페미니즘 문제’ ‘차별 금지법’ ‘켐트레일,’ ‘미세먼지’ 등에 대해도 그 배후에 ‘그림자 정부’가 있다고 주장한다. 곧 일루미나티 같은 비밀 조직이 “국가와 세계질서를 해체하고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를 세우려”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슈에 따르면 그들 목표는 “세계 인구를 5억명으로 줄인 다음, 우생학에 의한 우성인자들의 사람들만 살리고 열등한 민족들은 다 멸종시키고 그들만의 사회주의 철권통치로 세계 단일정부를 건립하는 일”이다. 바로 이 목표를 실현하고자 일루미나티는 세계 각 나라 배후에서 암약한다는 거다. 스피카스튜디오 영상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주요 현상이나 사건 대부분이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에 의한 그림자 정부의 소행으로 수렴된다. 한마디로 기승전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그림자 정부다. 

안타깝게도 판타지 소설 같은 슈의 음모론은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스튜디오 스피카는 현재 구독자가 벌써 23만에 달하며 하이드로겔 센서나 동성애 관련 영상들은 보수 개신교 네티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히 슈의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관련 영상은 가짜 정보를 퍼뜨린다는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는지 구글이 영상을 삭제한 상태이다. 유튜브에 떠도는 이 같은 각종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에 속지 않도록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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