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가학 훈련과 재정 의혹 등으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담임목사)에 대한 경찰 수사와 노회의 치리가 모두 지연되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평화나무에는 자신이 겪은 피해를 호소하며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는 청년부터 “청춘을 보상받고 싶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자식을 선교사로 보낸 셈 치고 살았다”는 가족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양노회가 지난달 14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지 3개월여 만에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노회에 제출했지만, 이후 상황은 또 감감무소식이다. 평화나무는 지난 6일 노회 진상조사위원장인 강재식 목사를 그가 시무하는 광현교회에서 만나 진행 상황에 대해 직접 청취했다. 

다음은 강재식 평양노회 진상조사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강재식 목사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노회에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보고서는 노회에 올렸고, 노회장(황석산 목사)이 (진행을) 멈추지 못하게 하려고 임시노회 청원서까지 같이 올렸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속에서 못 모이고 있어서 내가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온 얘기가 수도권을 제외하고, 공주인가에 남서울 중앙교회 수양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거기로 해보겠다고 해서 움직이고 있다. 

-진상조사 보고서는 보여줄 수 있나? 

노회장이 아직 안 된다고 한다. 그 (임시노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말로는 해줘도 문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강 목사는 지난 8월 1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사위원들이 최종 사인을 하면 공개해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초안을 김명진 목사에게 먼저 보여준 이유를 따져 묻자, 강 목사는 “김명진 목사에게 문제점을 인지시켜 주면서 변명이나 이유를 써보라는 의미로 준 것”이라며 “그러나 이후 보고서는 더 강화돼 작성됐다.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해명하면서 추후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했던 것. 그러나 이날 만남에서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구두로 전달받을 수밖에 없었다.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핵심내용은, 나는 처음에는 고린도후서6장 훈련 때문에 사고 터진 것 위주로 살펴봤다. 그리고 (교회를) 나간 친구들을 만났는데 거기서는 많은 걸 얻지 못했다. 이후 (교회에 잔류한) 10부장, 30부장, 50부장을 만나면서 느낌이 이상했고, 부목사들을 시켜서 김명진 목사의 설교를 체크했다. 그러면서 보니 고린도후서 6장 (훈련)은 빙산의 일각이고, 그런 훈련이 파생할 수밖에 없었던 신학적 문제가 있었다. 그런 훈련들이 왜 생겼나 보니까 UBF라는 선교단체와 네비게이토 선교회에서 하는 훈련이 포함된 모임이었다. 그래서 내용을 추적해보니 이걸 이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굉장히 위험성이 있는 게 뭐냐 하면, 가장 기본적인 구원론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나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 예수님을 영접하면 구원을 얻는다. 이게 핵심적인 것인데, 반쪽 구원이라는 말이 있다. 교리에서 쓰는 건 아니고, ‘예수만 믿고 삶이 형편없으면 반쪽 구원이야. 부끄러운 구원이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빛과진리교회는 이런 것들을 타 교회 청년들을 빼 오는 주요 무기로 삼았고, 빛과진리교회를 떠나면 애굽으로 내려가는 것 같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구원론에 있어서 심지어 설교 중에 70%구원을 언급하는데, 그런 구원은 없다. 

크게 보면 죄 자백이라는 것도 문제다. 기독교 신앙에서는 죄 자백은 하나님 앞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리더 앞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교회 쪽에서는 상담하면서 이뤄지는 부분이라고 하면서 핑계를 대지만, 근거 자료를 보면 상담하는 데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강재식 목사는 지금껏 평화나무에 수차례 김명진 목사의 신학적 문제가 크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도 가학 훈련은 빙산의 일각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왜 이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을까. 관련해서 더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목사님께서 수차례 김명진 목사의 이단성이 심각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단으로 지정하려면 교단 이단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모든 내용을 검증해서 이단이다, 아니다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것을 한 교회나 조사위원회에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하면, 9월에 (이단대책위원회 위원이) 바뀌지 않나. 끝날 때가 돼서 그렇다. 끝날 때가 돼서 ‘이걸 너희가 살펴볼래?’ 그랬더니 자기네는 터치 안 하겠다고 했다. 로비받고 그런 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원래대로 하면 총회 때 올라오는 수임안건만 하게 돼 있다. 수임안건 외에도 중간에 이단성 있는 인물에 대한 조사건이 올라오면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그런 상황이 됐다. 

- 노회의 구상은 무엇인가?

임시 노회를 열고 결국은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나지 않겠나. 김명진 목사가 말을 안 듣고 탈퇴하거나 교단을 떠난다면 제명 또는 면직할 것이고 노회말을 듣겠다고 하면 임시당회장을 파견할 것이다. 

-목사에 대해서는 계속 기회를 주려고 하는 느낌인데?

그렇다. 나도 목사로서 목사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목사처럼 불쌍한 사람이 없다. 

평양노회는 2010년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전 목사 사건 당시 노회장이자 재판국장 역시 강재식 목사였다. 

강 목사는 수차례 당시 선배 목사들에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본인이 재판국을 만들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피해자들이 직접 나타나지 않아 “재판할 수 없는 사건으로 결론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교단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전병욱 목사 사건 당시엔 피해자들이 목사님 앞에 안 나타났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피해자가 한두명도 아니고 수십명을 만나셨다. 그런데 교단에서는 교회에서 피해를입고 나간 교인들에겐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노회에서도 분별을 해야 하는데, 피해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맞는지부터 고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교회에서도 다니다가 떠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교회에선 이탈, 여기선 탈출이라고 그러던데 이탈한 사람에 대해서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 무슨 피해를 봤느냐라고 할 때, 영혼의 상처도 받았고 물질의 상처도 받았고, 이런 면에서는 피해자라고 내가 말한 거다. ‘이탈’, ‘피해’ 이런 면으로 조사위원회에서 이야기를 했던 거다. 

강재식 목사는 피해 제보자들의 옆에 성결교단 목사가 있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피해 제보자들의 대표는 교회에서 직접 피해를 당한 교인이 맡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 피해자 중에서 대표를 세우면 뭐가 달라지나?

그러면 그 대표를 만나서 노회에서 피해에 대해서 치료를 하거나 그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다. 

-이미 피해자들을 다 만나셨느데, 그게 지금은 (성결교 목사 때문에) 불가능한 것인가? 오히려 합동 교단 목사님 중 왜 피해자와 함께하는 분이 안 계신지 묻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했고,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벌써 치유에 대해서는...

-아니, 그게 코로나랑 무슨 상관인가. 

임시노회를 해야 하지 않나. 노회를 통해서 어떤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총회도 마찬가지다. 총회에 헌의안이 올라가야 한다. 

-피해자 심리지원은 저희가 부족하나마 진심을 다해 하고 있다. 그런데 합동교단 평양노회 내에서는 오히려 저희 단체를 정치적인 단체니 피해자들에게 평화나무와 함께하는 건 잘못된 거라는 목소리가 있지 않나. 

있다. 

-지금도 그런가? 혹시 목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옳고 그름의 문제를 외치면 '좌파'니, '정치단체'니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보이는데?

나는 평화나무를 아직까지 잘 모른다. 잘 모른다는 건, 이거다 저거다 결론을 안 내렸다는 얘기다. (평화나무를) 정치적인 단체란 얘기 해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 평화나무에 대해서 아느냐고 해서 나는 아직 잘 모른다고 했더니만 친구들은 나한테 좌파라고 한다. 나는 좌파 아니라, 중도 우파인데, 내가 민주당 사람들을 많이 알고 이쪽 사람들을 많이 아니까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평화나무는 주의깊게 보고 있다.

강재식 목사는 청소년 시절, 길자연 당시 전도사의 전도를 받고 목사까지 됐다고 했다. 빛과진리교회 사건과는 별개지만, 최근 코로나19 2차 팬데믹의 주범으로 꼽히며 국민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한 데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성령의 본체’, ‘하나님 나라의 왕’ 등 문제  발언을 수시로 한 전광훈 씨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예장합동 이단대책위원회에도 전광훈의 이단성 조사와 관련한 보고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자연 목사님은 왜 전광훈을 지지해 준 것인가?

이해를 못 하겠다. 

-그거야말로 본인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맞아서 그런 것 아니었나. 

나랑 상의하는 게 있고 안 하는 게 있는데 한기총에 대해서는 하도 저걸(싫어) 하니까 나랑 절대로 얘길 안 한다. 지난번에 기독당 고문인가를 맡았던 것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 

-전광훈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은?

전광훈은 목사가 아니고 정치꾼이다. 목사란 이름 떼고 정치를 해야지. 사랑제일교회는 교회가 아니고 정치단체다. 그런데 나는 어디 나가서 ‘정광훈은 목사가 아니다’. ‘저 사람은 정치인이다’라는 얘기를 안 하겠다는 거다. 왜 안 하냐. 나는 목사로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목사가 됐을 때는 목사로서의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일뿐이다. 

평화나무는 지난 8월 13일 통화에서 “기자의 상식과 목사의 상식이 다르다. 목사는 교회를 살리는 방향을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던 발언이 내포한 의미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당시 조사보고서 초안을 김명진 목사에게 먼저 보여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강 목사가 했던 발언 내용이다. 

-지난번에 저에게 ’기자의 상식과 목사의 상식은 다르다. 교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목사님이 생각하는 교회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교회는 글자 그대로 복음이다. 주님을 위한 것이 교회이기 때문에, 성도를 위한 것도 있지만 주님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도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 교회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교회 공동체가 되는 것이지 않나. 그러니까 저는 거기서 피해를 본 분들이 잘 서고, 이분들이 하나님을 완전히 떠나지 않도록 돕고 거기에서 아직도 피해자인 줄도 모르는 분들을 모르는 분들을 케어하고. 교회의 건물과 세를 모두 잃어버리더라도 그분들을 살리는 것이 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다. 똑 같다. 

-그런데 그때는 왜 기자의 상식과 목사의 상식은 다르다고 했나

그건 같다. 이렇게 답을 하겠다. 빛과진리교회가 주님의 교회라고 생각했지만 내 교회라고 생각을 안 하니까 내가 관심을 못 갖고 있었구나라는 반성이 든다. 빛과진리교회 조사위원장을 맡으면서 피해자의 입장, 교회의 입장이아니라 조사위원장으로서 정확하게 처리 해야지라는 입장이 강력했다. 오히려 빛과진리교회 측에서 강재식 목사만 아니면 임시 당회장으로 다 받겠다고 해서 그러면 내가 가겠다고 한 상황이다. 

-아예 교인들을 지역 교회로 보내고 흩을 생각은 없나? 

그것도 내 의견 중 하나였다. 고쳐지지 못한다면 흩어야 한다. 그런데 고쳐 보면 좋겠다. 그리고 남을 사람들은 남아서 고쳐 보고 떠난다는 사람은 좋은 교회로 안내하면 좋겠다. 그래서 목사의 시각과 기자의 시각이 다르다는 건, 종합적인 시각을 말한 것이다. 장로교와 감리교를 말할 때 여기 하나의 물건이 있을 때 장로교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고, 감리교는 사람의 시각으로 본다. 

-저는 하나님의 관심이 사람에게 있고, 두 개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장단점이 있다. 칼빈주의자들은 한 번 구원받으면 영원히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감리교는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라.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구원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는 목사가 생각하는 관점이 있고, 기자는 기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맞다. 또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표현은 목사에 대한 이해도를 가져달라는 것이다. 


강재식 목사는 빛과진리교회 사태를 제대로 종결짓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조사처리위원회가 아닌, 조사위원회로 구성된 탓에 본인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예장합동 평양노회가 피해 교인들을 보듬고, 상식 수준에서 요구되는 치리를 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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