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들‧목사들 “전광훈 이단으로 규정해야”
8개 교단, “안건 상정된 것 없어 다루기 힘들 듯”
박형택 소장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이단성 못 본 척 외면”

보석 조건위반으로 재수감된 전광훈 씨
보석 조건위반으로 재수감된 전광훈 씨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지난 7일 보석 조건위반으로 재수감된 전광훈 씨의 이단 논의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극우의 아이콘인 전 씨는 약 15년 전부터 이단성이 농후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2005년 소위 ‘빤스’ 발언을 비롯해 2019년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모독 발언까지 수많은 망언을 남겼음에도 아직 이단으로 지정된 바 없다.

그가 남긴 망언 중 이단성 짙은 발언 몇 가지를 살펴보자.

“최초의 성경은 모세가 썼다고요. 모세. 몇 권 썼어요? 다섯 권. 그걸 모세오경이라 그래.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신명기, 민수기. 다섯 권이죠. 나머지 성경은 성경이라고 안 해요. 그건 해설집이라고요. 해설집.” - 2019년 6월 18일

“지금 대한민국은 누구 중심으로 돌아가냐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 나에게 기름 부음이 임했기 때문이다” - 2019년 10월 22일

“나는 하나님의 보좌를 딱 잡고 산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 2019년 10월 22일

“내가 셋째 하늘에 작년에 갔다 왔다. 그 많은 내용은 내가 앞으로 진행하면서 조금씩 말씀드리겠다.” - 2019년 10월 27일

“개인 신상이라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데 황교안 대표님은 너무 소극적으로 대한다. 소극적으로. 아직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하나님이 보여주셨다. 황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이것은 바로 주님의 음성이다.” - 2019년 11월 2일

나는 국회의원 안 한다. 대통령은 더더욱 안 한다. 나는 메시아 나라의 왕이다, 메시아 나라. 땅의 것들은 시시해 보인다. 줘도 안 한다. 그러나 지도자를 키우는 일은 하겠다. - 2019년 11월 10일

송영선 박사님도요 내가 설교하는거 듣고요 저거는 사람이 아니래요. 날 보고. 날 보고요, 성령의 본체라 그래, 성령의 본체. 여러분도 그렇게 될지어다. - 2019년 11월 26일

전 씨의 언행을 두고 교계 각 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를 비롯한 개신교계 5개 청년단체는 지난 4일 '기독청년 호소문'을 통해 전광훈 같은 극우 개신교 세력과 결별할 것을 호소했다.

한국 기독교 이단 상담 연구소의 박형택 목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 씨를 비판하는 글을 개재했다. △전 씨의 성경과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왜곡된 사상 △위험한 직통 계시 △위험한 성경해석과 성경 짜깁기 △친이단적 행보 △비정상적인 교회관 △신성모독적인 망언과 태도 △자기 우상화 문제를 근거로 들며, 전 씨의 말과 행보를 보면 이단적인 사상에서 나온 말이며 행동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 방인성 목사도 지난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광훈 씨가 그동안 행동했던 그 말과 내용을 볼 때 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며 목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 협의회’ 역시 지난해 8월 전광훈 씨를 이단 옹호자로 결의해 줄 것을 교단에 요청했다. 올해 2월에도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 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을 통해 전광훈 씨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

그러나 주요 교단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과 통합, 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한 9개 교단에 문의한 결과, 예장합동과 통합, 고신을 제외한 나머지 교단은 전광훈 씨에 관한 안건이 올라온 게 없다고 전했다.

세간에서 논란을 일으켰더라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안건이 상정돼야만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단 관계자 중 한 명은 “우리 교단도 아닌데 굳이 다뤄야 하냐”며 무관심한 태도까지 보였다.

예장통합도 전 씨 문제를 제105기로 이첩해 연구한 뒤 제106회기 총회에서 결론 낼 예정이다. 총회장이 전광훈 씨를 추방해야 한다고 성명까지 냈던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이미 5월에 부서 보고가 끝났다며 현장에서 전 씨 관련 안건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장합동과 고신은 지난 총회에서 전광훈 관련 안건을 상정하고 올해 보고서를 올렸지만, 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이에 박형택 목사는 "정치적인 문제가 섞여 있어 이단 문제가 가려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치적인 논리에서 이해하려 하니 정치적으로 전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단성을 못 본 척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 각 교단 총회가 8개 교단 이단 대책위원장 협의회의 요청도 총대들끼리의 불협화음을 염려해 각하시킨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 교단이 전 씨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그 사상을 조사해 이단으로 규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너알아TV 이영한 PD는 지난 5일에 올린 영상에서 예장통합 이단 대책위원회 측에서 전 씨를 이단이 아닌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장통합 이단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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