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수, “학생들, 원칙에서 벗어난 걸 ‘은혜’로 여겨”
학교 측, 업무 방해한 교수들 처벌 원치 않아... 검찰, “기소유예”

예장통합 산하 부산장신대학교 (출처 부산장신대학교 홈페이지)
예장통합 산하 부산장신대학교 (출처 부산장신대학교 홈페이지)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부산장신대 교수들이 특정 학생의 출석부를 조작해 성적을 준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뒤늦게 기소유예를,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에게 '경고'를 주는 정도로 일단락됐다. 

 

출석부 조작 사건

사건의 발단은 2015년 2학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 씨는 학기 도중 환도뼈를 다쳤다. 거동이 불편했던 A 씨는 조교에게 연락해 보았으나, 4주간 수업을 빠지면 학점 이수가 어려우니 휴학하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A 씨는 결국 휠체어를 타고 수업에 참여해야만 했다.

한편, 같은 시기에 신학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B 씨는 한 달간 수업에 불참했음에도 성적을 취득했다. B 씨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이유로 교수 a, b, c, d, e 다섯 명에게 결석을 눈감아 달라고 부탁했고, 그 중 세 명의 교수는 출석부를 조작하면서까지 B 씨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당시 학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은 학교의 이중성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후 동기들과 함께 B 씨 학칙 위반 서명 운동을 벌였다. 약 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서명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L 씨에게까지 올라왔다.

학생들은 학부 출신이면서 교수들과 친분이 있던 L 씨가 이 사건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명을 전달했다. 학생들의 서명서를 받은 L 씨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국민신문고에 올리고, 교육부에 문의하며 해결에 힘썼다.

그러자 L 씨와 친분이 있던 한 학생이 "B 씨의 부탁을 받았다"며, “B 씨에 대한 서명 운동을 계속 추진한다면 학교를 전복시키는 세력으로 간주, 교수‧직원‧원우회가 소요죄로 징계위원회에 회부 퇴학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L 씨는 두려움에 진상규명 활동을 중단하지만, 한 번 시작된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자퇴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에도 학생들을 이용하려는 교수들과 자신을 둘러싼 악성 소문들로 인해 L 씨는 2017년 다시 한번 싸우기 위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C 씨와 D 씨의 출석 조작도 발견됐다. 2014년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C 씨는 9주 이상 결석해 학점 이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f 교수를 찾아가 성적을 요구했고, 교수는 학생의 부탁을 받고 출석부를 조작해 학점을 주었다. D 씨는 g 교수의 수업을 신청만 해놓고 수업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성적을 이수했다. D 씨는 당시 어떤 훈련에 참석해야 해서 수업에 늦었을 뿐이지 빠진 적은 몇 번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그가 수업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부산장신대학교 학칙

제8장 시험과 성적

제39조(출석) 한 학기간 실제 수업시간의 5분의 1을 초과하여 결석한 자는 그 교과목의 학점을 취득할 수 없다. 단, 졸업 직전학기에 재학하고 있는 졸업예정자로서 총장이 인정하는 조기취업자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제43조(성적정정 및 취소) 취득한 성적이 부정행위 또는 과오로 판명되었을 때에는 이를 정정 또는 취소한다.

 

대학원 통합학칙

제4장 휴학‧복학‧퇴학‧제적<개정 2018년 8월 20일>

제22조(휴학)

①3주 이상 학업이 불가능한 학생은 정해진 기간 내에 휴학원을 제출해야 한다.

제3장 수업연한·이수학점·학점 및 수료

제13조(수업, 재학 연한, 출석 인정) <개정 2018.08.20.>

⑦ 다음의 사유로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석으로 처리하지 아니한다. 다만, 사유발생 7일 이내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유고결석계를 제출하여야 한다.

1. 총장이 인정하는 학교행사(해당기간)

2. 징병검사 등 병사사항(해당기간)

3. 교육실습, 실습여행( 해당기간)

4. 정부기관의 요청에 의한 특별행사(해당기간)

5. 중병으로 인한 입원 및 이와 동등한 질병 (2주 이내)

6. 총회 및 노회고시 응시(해당기간)

7. 가족(조부모, 부모, 외조부모, 장인, 장모, 시부모, 형제, 자매. 처, 자식) 사망 및 본인 결혼 (5일)

8. 가족의 질병 혹은 입원으로 인하여 간병이 불가피하다고 대학원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5일)

부산장신대학교 학칙이나 대학원 통합학칙에 따르면, 수업의 1/5 이상 빠지거나 3주 이상 학업이 불가능한 사람은 휴학원을 제출해야 하며, 취득한 성적이 잘못으로 판명되었을 때는 이를 정정 또는 취소한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성적을 취소하지 않았다. 또 교수들의 출석 조작이 분명한데도 학교는 딴청을 피웠다.

2017년 4월, L 씨가 부산장신대 이사회와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자, 학교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했다. 그러나 조사는 더디게 진행됐고, 조사위원회 내부에서도 덮자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교육부 민원 역시 행정상의 착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L 씨는 2017년 김해중부경찰서에 출석 조작 사건을 신고한다.

 

검찰은 기소유예, 학교는 교수 감싸기 

김해중부경찰서는 교수 다섯 명에 대해 피의자들이 학칙 위반을 명백히 인식했고, 출석부를 조작하는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학생들은 고의성이 없고, 위계‧위력으로 볼 사실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교수 중 두 명도 출석부를 조작하거나 다른 위계 등의 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판단에도 학교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자 사건은 결국 검찰로 넘어가게 됐고, 2019년 4월 창원지방검찰은 고발된 열 명 중 다섯 명의 교수에게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다. 학생 세 명은 범죄가 인정되지 않았고, 교수 두 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 판결에 대해 검찰은 “대학 총장의 업무를 방해했지만,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고, 부산장신대학교 측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아 정상을 참작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판결에도 학교가 움직이지 않자 답답함을 느낀 제보자는 2020년 8월 다시 한번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 그제야 학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교는 9월 11일 신문고의 답변을 통해 “해당 건에 대해 대학은 기소유예 교원들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며 “해당 학생에 대하여 학점 취소를 할 예정이며, 학칙 등 관련 규정에 의한 최종 취소 결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으로 추후 최종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전해왔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달된 부산장신대 답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달된 부산장신대 답변

학생들의 학점과 졸업장은 취소될 예정이지만, 교수들은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장신대 재직 중인 E 교수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구두로 끝내는 건 절차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출석부 조작의 주인공인 B 씨는 “출석 조작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알았지만, ‘교수 재량’으로 가능하다고 들어서 그냥 넘어갔다”며 당시 일을 회상했다. 또 본인은 고소나 고발을 입에 올려본 일이 없다며 협박을 부인했다. B 씨는 지금이라도 어그러진 일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스스로 목사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D 씨 역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서 사과했다. 교수가 D 씨와의 친분 때문에 도와준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대답했지만, 교수에게 부탁을 많이 하긴 했다고 고백했다. 모든 일에 대해 안타깝다며 심경을 밝혔다.

C 학생 역시 잘못을 반성하고 출석 조작 확인서를 작성해 L 씨에게 주는 등 출석 조작 확인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학칙보다 교수-학생간 친분 우선하는 분위기 

그렇다면 왜 교수는 특정 학생을 감싸주었을까? 제보자는 학칙보다는 교수와 학생 간 개인 친분이 우선하는 학내 분위기를 꼬집었다. 

B 씨의 경우, B 씨는 김해시 대형교회 중 하나인 J 교회의 교육전도사였다. 그리고 B 씨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의 협동 목사 중 한 명이 B 씨의 출석을 조작해 준 교수다.

당시 부산장신대에 재학 중이던 제보자는 “J 교회 담임 목사인 H 목사가 장로회신학대학교 이사를 맡을 만큼 교단 내 영향력이 큰 사람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 사람의 교회 사역자인데 교수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교회 협동 목사로 있던 교수가 왜 출석을 조작해 줬을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부경열방전도대학’의 대표인 D 씨는 확인된 자료만 보더라도 g 교수와의 관계를 알 수 있다. D 씨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부경열방전도컨퍼런스’에는 g 교수가 강사로 이름을 올렸다. 또 D 씨가 g 교수의 수업 폐강을 막기 위해 다른 학생들에게 수업을 권유하는가 하면 둘이서 자주 함께 식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D 씨와 g 교수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D 씨가 주관한 컨퍼런스
D 씨가 주관한 컨퍼런스에 올라가 있는 g 교수의 얼굴 

제보자는 학교 역시 학생과 교수의 관계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특히 B 씨는 간호 관련 일을 한 적이 없었는데도 보건 근로 장학생으로 뽑혀 3년 내내 일했다고 한다. 보통 1년이 지나면 사람도 새로 뽑기 위해 공고도 나고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다. 졸업생 중 한 명은 “학교 직원 중 B 씨와 같은 교회에 출석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힘이 아니었을까”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B 씨는 출석 조작 사건이 검찰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서야 처방전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학교에 서류를 제출한 적이 없는 것이다. L 씨가 학교 측에 따지자 교수들은 “그 정성이 갸륵해 자신들이 인정해 주었다”고 말했다.

L 씨와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이 외에도 학생과 교수 간의 유착 사건이 많이 있다며, “부산장신대 학생들은 교수들과의 유착 관계를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C 씨와 D 씨의 출석 조작을 알게 된 것도 본인들이 이야기하고 다녀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E 교수 역시 유착 관계에 대해 신학교 특성상 현금을 주고받는 건 포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학생들 사이에 ‘교수한테 밥 잘 사주고 친하면 잘 봐준다’ 이런 소문이 떠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또 “부산장신대는 원칙대로 하는 것보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걸 ‘은혜’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이 사건도 같은 선상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출석 조작이나 그 교수를 감싸는 건 다른 학교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출석부 조작 이유를 묻기 위해 기소유예를 받은 교수들에게 연락했지만 다들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연락이 닿은 b 교수는 다음 날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결국 바쁘다며 전화를 피했다. 다른 교수도 자세한 건 사무처에 물어보라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학교 역시 유착 의혹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학교의 봐주기 의혹과 학생과 교수의 학칙 위반 인지를 비롯한 관련 사항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신문고 민원 답변에 대해서도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보고가 올라간 게 아니라 처분이 확실하지 않다고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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