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전광훈 씨가 2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전광훈 씨가 2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정병진 시민기자]

전광훈 씨가 지난 2월 4일 열린 광주 조찬기도회에서 김승규 장로(전 국정원장/현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가 자신에게 “요즘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해 잔소리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광훈 씨는 “(김승규 장로가) 어제도 전화해 중국 폐렴이 왜 생겼고, 그 바이러스 종류가 뭔지 삼 십 분 동안 설명했다”고 말하였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그 설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전광훈 씨의 그동안 잘못된 인식과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지 주목된다. 

전광훈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내걸고 거리에 나와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광훈 씨는 지난해 수차례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사실상 자신이 만든 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할 예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평화나무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으로 보였으나 결국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았다. 또 그간 전광훈 씨와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함께 활동해 온 흔적은 여럿 남아 있다. 

하지만 전광훈 씨가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매일 같이 통화할 정도 가까이 지낸 정황은 광주 조찬기도회에서 행한 전 씨의 발언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그는 광주 무등파크호텔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초청 광주 지도자 대회’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을 연설하였다. 전 씨는 이날 연설 초반 30분 남짓을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성장 배경과 활동 이력을 이야기하는데 온통 쏟아부었다. 

(사진=연합뉴스)

전 씨는 “저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사람을 안 만났으면 오늘날의 전광훈 목사는 없다고 하는 세 사람이 있다”며 그들은 “김준곤 목사, 박세직 장로, 김승규 장로”라 하였다. 그중에서도 김준곤 목사를 첫 번째로 꼽았다. 전광훈 씨는 “호남 출신 김준곤 목사를 안 만났으면 나는 이런 애국운동을 할 힘도 없고, 철학도 없고 내용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준곤 목사와 박세직 장로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호남 출신 위대한 지도자 김승규 장로만 남았다”며 김승규 씨를 추어올렸다. 

전광훈 씨는 김준곤 목사가 “사망하기 2년 전까지 자신을 일주일이면 한 차례씩 불렀고 그분에게 한반도에 이루어진 이념사를 2년간 배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분은 성경 다음으로 김준곤을 공부하라, 김준곤을 공부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는 말을 청중에게 복창하게 했다. 전 씨는 “김준곤을 공부한 뒤에는 김승규를 공부하라, 김승규는 보통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라 운을 뗐다. 

그러더니 “김승규 장로님은 요즘도 하루에 한 번씩 전화 와서 나한테 얼마나 잔소리하는지 모른다”며 “‘전광훈 목사님 나라 망했는데 도대체 뭐하시느냐’고 나보고 난리”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도 전화하셔서 중국의 뭐, 질병 폐렴 있지 않나, 폐렴이 왜 생겼고 그 바이러스 종류가 뭔가 그 30분 전화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봄 한 간증 집회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의 인터넷상 명예훼손 하는 말을 삭제하는 일을 맡아 그를 알게 됐다”고 둘의 인연을 소개했다. 반면 전광훈 씨는 “김준곤 목사의 소개로” 김승규 장로를 만나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긴 하지만, 그들이 가깝게 지낸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김승규 장로는 간증에서 “(전광훈 목사가 무슨 설교를 하는지 알아보고자) 휴가 기간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집중해서 들었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성령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한 말들을 많이 해서”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후부터 성령에 관해 1년 동안 아주 열심히 공부했다. 조용기 목사, 윤석전 목사, 변승우 목사, 박보영 목사 등 하여간 성령세례 받은 사람 (설교는), 다 들어봤다”고 했다. 이어 “여기 사랑제일교회도 와봤는데 성도들이 대단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광훈 씨의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를 김승규 장로에게 직접 확인해 보고자 18일 연락했다. 그는 ‘평화나무임’임을 밝히자, “저는 말할 게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문자로 질의했으나, 응답은 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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