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불법세습의 신속한 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명성교회 불법세습의 신속한 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김수원 목사(서울동남노회 노회장)가 21일 “우리 총회는 법치를 잃은 총회”라며 “법의 공정성도 상실하고 법의 객관성도 무너졌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개탄했다. 

사상 첫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105회 총회는 교단 안팎의 실망감과 상처를 깊이 남긴 모습이다. 이날 총회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와 전국 거점 37곳에서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임원선거와 공천위원회와 헌의위원회 보고, 신학교 총장 인준 투표만 하고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사실상 총대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명성교회 세습건은 다뤄지지도 않았다. 명성교회 세습 길을 열어 준, 지난 104회기 총회 수습전권위원회 결의를 철회해 달라는 12개 노회의 헌의안은 끝내 묵살된 것. 

결국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여부는 정치부를 거쳐 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 노회장으로서 교단에 명시된 세습금지법을 지키려다, 갖은 고초를 당해야 했던 김수원 목사는 “오늘 총회는 지방 노회들의 의견이 전혀 전달 안 되는 구조”였다며 “애초에 화상으로 총회를 진행하려 할 때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모든 것을 완비해야 하는데, 총대들에게 발언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의규칙 23조 2항에 따르면 총회에서 구성을 허락한 위원회의 보고사항은 다른 곳으로 넘길 수가 없다”며 “임원회로도 넘길 수 없고, 총회석상에서 보고하고 거기서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도 법규 자체를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법이요’를 외쳐도 그냥 넘어가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우리 총회가 이런 총회였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든다”며 “그간 가졌던 자긍심은 땅에 떨어졌고, 우리 교단이 잘못해 온 관행들이 누적되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나 싶은 마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총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교단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다. 유례없이 짧은 시간 동안 총회가 치러지면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는 헌의안은 흐지부지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중한 것. 

방인성 목사(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는 "이렇게 가면 내년에는 세습금지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헌의안이 올라올 것"이라며 "너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편 올해 통합총회에서는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담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장신대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인권 운동을 방임해 왔다는 이유를 들며, 임성빈 총장 인준을 부결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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