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105회 총회에서 임성빈 총장 인준 부결, 학생들 외압 의혹 제기
학생대표기구 총회 인준 부결에 반대 “부당한 외압에 적극 대응할 것”
장신대 직원평의회, “정치적으로 학교 뒤흔드는 것 용인될 수 없어”

 

제105회 총회에서 장신대 임성빈 총장 인준이 부결됐다.
제105회 총회에서 장신대 임성빈 총장 인준이 부결됐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신정호) 105회 총회에서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 임성빈 총장 인준이 부결됐다.

2016년 장신대 총장으로 선출된 임성빈 총장의 연임은 확실시됐다. 장신대 이사회는 지난 8월 임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총장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재선거를 했음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그만큼 임 총장을 지지했다. 지난 6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장 모의 투표'에서도 약 80%의 지지를 얻을 만큼 임 총장을 향한 학생들의 신뢰도 높았다. 임 총장의 입지는 탄탄해 보였다.

그러나 총회는 임 총장의 연임 인준을 거부했다. 통상 신학대학교 총장 인준은 박수로 넘어가는 게 관례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유례없이 선거를 실시했다. 서울동남노회 남삼욱 목사는 “총장 인준 문제는 헌법 시행 규정 부칙 5조에 따라 인사의 경우엔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야 한다. 총장 승인 건만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고 회의를 마치자”고 요청했고, 신정호 총회장은 총회연금재단 사무국장 임명 때와는 다르게 “인사 문제이기에 법대로 투표하도록 하겠다”고 결정했다.

결국, 임 총장을 비롯해 호남신학대학교 최홍진 총장과 한일장신대학교 채은하 총장 인준 투표가 진행됐고, 그 결과 최홍진 총장과 최은하 총장은 인준 가결, 임 총장은 1341표 중 찬성 637표, 반대 704표로 인준이 부결됐다.

 

학생대표기구, 인준 부결에 의혹 재기

신학대 총장 인준 부결이란 초유의 사태에 장신대 학생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총학생회와 신대원 학우회를 비롯한 학생대표기구는 지난 22일 총장 인준 부결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같은 인사 문제인 총회연금유지재단 이사는 박수로 인준하고 신학대학교 총장 인준은 표결로 진행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이번 총장 인준 과정에 대한 무언의 의도가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세력의 힘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학생대표기구가 발표한 성명
학생대표기구가 발표한 입장문

신대원 오영근 학우회장은 “이번 일에 명성교회 세습 찬성 측의 압력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세습을 찬성하는 세력이 만든 친 동성애 프레임이 적용돼 이렇게(인준 부결) 됐다”고 주장했다.

 

명성교회 세습 찬성 세력과 동성애

장신대는 명성교회 세습에 앞장서서 저항했다. 학생들은 ‘명성교회세습반대를위한신학생연대’로, 교수들은 ‘명성교회세습을반대하는장신대교수모임’을 만들어 명성교회 세습 반대 최전선에서 싸워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습 찬성하는 세력들에게 장신대는 눈엣가시였다.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세력은 지난 2018년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이하 예정연)라는 단체를 결성해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벌이는 학생들과 교수들을 징계하라”고 임 총장을 압박하는가 하면 2019년 5월 30일에는 학교로 찾아가 총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학생들을 향해 “전도사로 청빙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임 총장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동성애 옹호자”라는 프레임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공격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학생들 중 일부가 2018년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소수자 혐오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을 근거로 세습 반대 학생들을 동성애 옹호자로 몰아갔다. 또 임 총장이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소문을 퍼뜨렸다.

2018년 7월 20일 임 총장 서신 일부
2018년 7월 20일 임 총장 서신 일부

임 총장은 2018년 7월 20일 서신을 통해 “장신대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왜곡된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작위적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소문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서울북노회는 “임 총장이 학내 안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인권 운동을 ‘방임’해 왔고, 그 결과 장신대가 동성애 인권 운동의 장으로 방치됐다”며 임 총장 인준 부결 헌의안을 올리기까지 했다.

학생들은 이번 총장 인준 부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총장 인준 부결을 반대하고 학교에 대한 부당한 외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직원들 입장문
직원평의회 입장문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 역시 ‘제105회 교단총회 총장 인준 부결에 대한 장로회신학대학교 직원평의회 입장’을 발표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직원평의회 회원들은 23일 “교단법에 따라 선출된 총장이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동안의 총장 인준 방식은 선출된 신학대학교 총장에 대해 총회가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박수로 인준한 것이 관례였다”며 “총회의 결정은 119년 된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총회 직영신학대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까지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으로 학교를 뒤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강력히 말했다.

 

한편, 장신대 학생들은 2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총장 인준 부결 반대 침묵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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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부 모임 전 장신대 학생들 침묵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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