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고신 이대위 “전광훈 이단성 있어” 결론…10월 초 채택 여부 결정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신정호 목사)이 지난 21일 도림교회에서 제105회 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신정호 목사)이 지난 21일 도림교회에서 제105회 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가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나마 전광훈 씨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일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예장통합과 합신은 전광훈 씨의 이단성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1년 뒤에 결론을 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광훈 씨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보고된 예장합동과 고신은 각각 임원회와 정책총회에서 보고서 채택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된다.

예장합동(총회장 소강석 목사)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는 지난 21일 제105회 총회에 “전광훈 목사의 말과 신학에 이단성이 있고, 이단 옹호자이므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대위는 보고서에서 전광훈 씨의 “하나님 꼼짝 마. 나한테 죽어” 발언을 비롯해 한기총 대표회장 재직 시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한 변승우 씨(사랑하는교회)를 한기총에 가입시킨 점에서 이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위는 “전광훈 씨를 비롯하여 한기총이 이단들에 대한 이단 해체를 철회하지 않으면 정통 기독교 교단들은 이들을 이단 옹호 인물, 이단 옹호 기관으로 정죄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이들의 경솔한 이단 해제로 성도들이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며 “이외에도 전광훈 씨는 자신을 성령의 본체라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성경은 모세5경만이 성경이고 나머지는 그 해설서라고도 하는 등 성령론과 성경관의 이단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대위는 예장합동 소속의 교회와 교인들에게 전광훈 씨와 한기총에 대한 교류 및 참여 자제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의 말과 신학에 이단성이 있고, 이단 옹호자이므로 예의주시할 뿐 아니라 엄중 경고하여 재발을 방지키로 하고,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모든 집회에 교류 및 참여 자제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하다”며 “한기총 또한 이단옹호기관으로서 교류 및 참여 자제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장고신 이대위 “전광훈, 이단성 있는 이단 옹호자”

예장고신(총회장 박영호 목사) 이단대책위원회도 “전광훈 목사를 이단성이 있는 이단 옹호자로 규정한다”며 “이단 관련자와 단체들을 무차별 해제하고 회원으로 받아들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이단 옹호 단체로 규정해야 한다”고 1년간의 연구결과를 내놨다. 최종 채택 여부는 10월 6일로 예정된 정책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대위는 전 씨의 발언 중에 “나에게 기름부음 임했고, 나는 보좌를 꽉 잡고 산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2019년 10월 8일)”, “성령의 충동을 받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망한다(2020년 4월 19일)”, “모세오경만 성경이고 그 나머지는 성경해설서다(2020년 4월 8일)”, “지구상의 250개 나라가 지금도 짐승으로 되어 있더라. 중국은 용, 북한은 킹콩, 대한민국은 빛으로 되어 있더라”, “날 보고 성령의 본체라 그래…(2020년 2월 3일)” 등이 목회자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 씨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대위는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동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므로 본 보고는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보를 일체 다루지 않고 다만 그의 신앙과 신학적 사실만 다뤘다”며 “한 예로 주요교단 총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하고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전광훈 목사 개인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은 분명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대위는 “주요 교단 총회가 결의하고 이단 및 불건전 단체로 규정해서 참여 금지한 세력들을 일방적으로 해제 및 영입한 사실을 간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연합을 방해하고 해체하는 일에 앞장선 면이 있다. 단순한 정치나 행정의 부족과 실수가 아닌 진리 문제에서 이탈한 것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으로 볼 수 없다. 이단옹호단체로 규정함이 가한 줄 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장통합·합신, 전광훈 이단성 1년 연구

한국교회 주요 교단 중에서 교세와 규모를 따졌을 때 예장합동과 더불어 1, 2위를 다투는 예장통합 총회에서는 아예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총회에서 전광훈 씨의 이단성에 대한 논의를 한차례 미뤘었지만 올해에도 다음 총회로 떠넘기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21일 도림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한 예장통합(총회장 신정호 목사)은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명성교회 수습안을 비롯한 주요 안건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도 하지 않고 마무리했다. 각종 헌의안과 주요 안건은 정치부, 규칙부 등 해당 부서를 거쳐 임원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2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에서 열린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임원 선출 외에는 주요 사업 계획이나 안건 토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임 총회장 신정호 목사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게 하겠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공정하게 시시비비를 연구해 결과를 발표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예장합신(총회장 박병화 목사)도 전광훈 씨와 한기총에 대한 이단 및 이단옹호단체 규정 청원 건을 신학위원회에 맡겨 1년 동안 연구하기로 했다.

전광훈 씨에 대한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켜보자니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실망스러움만 가득하다. 아직 총회 개최 전이거나 주요 안건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는 교단들 있다고 하지만 23일 기준으로 전광훈 씨에 대한 이단성 결의 여부를 떠나 유감 표명을 발표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전광훈 씨가 한국교회의 암묵적인 지지와 방조 속에 자칭 ‘선지자’로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