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연 대표회장 최경구 목사, “전광훈 이단 아냐”
최 목사, “예정연 회원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
예정연 회원 중 한 명, 8·15 광화문 집회 연락책 맡기도

지난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채택되고, 지난달 29일 서울동남노회에서도 김수원 목사 측과 명성교회 측의 합의안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계속해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채택되고, 지난달 29일 서울동남노회에서도 김수원 목사 측과 명성교회 측의 합의안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계속해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명성교회 세습에 힘을 싣던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이하, 예정연)가 전광훈 씨 옹호에 나섰다.

예정연 대표회장 최경구 목사는 지난달 31일과 9월 2일, 6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이 만든 <예장통합뉴스>에 전 씨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전 씨가 이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전광훈 목사는 과연 이단인가'라는 글을 시작으로 몇 편의 글에서 "전 씨는 이단이 아니며, 전 씨를 이단으로 지정한다면 이는 정치적인 이유로 지정된 것이기에 장차 이단 제조기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전광훈은 이단·이단옹호자 아니라는 최경구 

전 씨가 이단이 아니라는 최 목사
전 씨가 이단이 아니라는 최 목사(출처 예장통합뉴스)

최 목사는 전 씨의 발언이 좀 과한 부분이 있지만, 이단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이단은 7대 교리를 부정한다든지 기존 교회의 가르침인 구원론에 대해 다르게 전파하여 기존 교회나 성도들에게 신앙적인 혼란을 준다면 모를까 정치적인 이유로 이단 정죄는 무리일 것 같다”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최 목사는 2019년 8월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비롯한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에서 전 씨를 이단옹호자라고 발표한 것 역시 정치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여론에 휩쓸려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변승우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 씨는 이단도, 이단 옹호자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전광훈 목사의 애국 운동 방법은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의 애국과 신앙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자신이 쓴 글들은 개인 의견이지만, 개인 의견이 아니"라고 말하며 대부분의 예정연 회원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예정연에는 전 씨를 지지하며 소위 ‘애국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많이 있다. 

최 목사는 지난 25일 ‘전광훈 목사를 죽일려는 목사들’(죽이려는 목사들을 잘못 쓴 것)이란 제목의 영상을 <예장통합뉴스>에 올리며 전 씨 옹호에 시동을 걸었다. 최 목사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전 씨 관련 글을 많이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와 함께 예정연 대표직을 맡은 정홍규 목사 역시 <예장통합뉴스>에 ‘이단 소리 함부로 하면 않 된다고 생각합니다’(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를 잘못 쓴 것)라는 글을 올려 전광훈 옹호에 힘을 실었다. 정 목사는 “세상에는 이단성이 0.1%도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라며 “하나님의 교회와 목자를 두고, 이단 사이비와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정죄하고, 싸움 걸고, 재판하고, 저주하며, 복음의 문을 가로막던 수년간의 추한 모습에서 회개하고,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연 회원인 남삼욱 목사는 지난 8·15 광화문 집회 때 연락책을 맡기도 했다. 남 목사는 집회에 참석한 건 개인의 자격이며, 예정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예정연 소속 회원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남상욱 목사는 평화나무와 전화통화에서 “전광훈 목사는 이단이 아니며, 전광훈을 이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변승우 씨까지 옹호하며, “변승우가 무슨 이단이냐, 이단으로 정죄된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소리쳤다. 

 

8·15광화문집회 연락책을 맡은 남삼욱 목사
8·15광화문집회 연락책을 맡은 남삼욱 목사

 

예정연은 어떤 단체?

최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예정연은 지난 2018년 12월 20일 창립됐다. 이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신학생과 교수들, 언론을 규탄하며, “불법의 세력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지속적 활동을 위해 결성됐다”고 주장한다. 최 목사는 “예정연의 설립 목적은 교단의 정체성과 교회를 바로잡는데 있다”며 “명성교회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창립 직후부터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신학생과 교수들을 꾸준히 비판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정당하며 이를 반대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명성교회 담임으로 가고 싶어 학생들을 선동한다”며 추측성 발언을 쏟아냈다.

2019년 5월 30일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임성빈 총장을 만나 항의하기 위해 학교에 간 이들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자 학생들을 향해 “너 나중에 봐”, “청빙 어려울 것” 등 협박성 발언을 하며 압력을 행사했다.

또 장로회신학대학교 임성빈 총장을 동성애로 몰아 인준 부결을 받아낸 것 역시 이들의 업적이다. 최 목사는 학생들이나 교수들이 세습반대 성명을 낸 건 임 총장 탓이라며, 임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많은 글을 썼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인준 부결이란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최 목사는 지난해 평화나무에 연락해 "전광훈 목사는 나라를 살리는 사람이고, 최경구 목사는 한국교회 살리기 하는 사람”이라며, 친명성측 인사를 대표해 자신을 방송에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평화나무 취재진이 '목사님께서 명성교회를 대표하는 분이냐'고 묻자, "대표한다. 내가 (명성교회를) 대표한다. 명성교회 모든 정보를 받아 주는게, 우리 교단과 명성교회 살리는데 내가 대표회장이다. 몰랐나"라고 말했다. 이에 평화나무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명성교회 대표는 내가 아니지. (나는) 한국교회를 살리는 대표회장"이라며 에둘렀다. 

친명성 인사를 자처하며 명성교회 세습을 정당화하는데 앞장 선 인물들이 전광훈 옹호에도 앞장서자, 일각에서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의중에도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올린 유튜브 영상
지난 25일 올린 유튜브 영상(출처 예장통합뉴스)

 

명성교회 A 장로는 "최경구 목사 개인 의견일 뿐 (전광훈 지지에 대해) 자신들과 대화하거나 거론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평화나무가 '명성교회는 전광훈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 목사에게 물어보라"며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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