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엔 "방역 실패".. 개천절엔 "과잉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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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엔 "방역 실패".. 개천절엔 "과잉 대응"
  • 신비롬 기자
  • 승인 2020.10.0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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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사와 언론들, "개천절 경찰차벽, 명박산성 떠오르게 해"
김창룡 경찰청장, "감염 위험 최소화하기 위해 차벽 설치 결정"
與, "개천절 차벽은 방역을 위한 것, 명박산성과 달라"
개천절 집회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버스만든 차벽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2020.10.3 (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개천절인 3일 보수단체의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을 두고 갑논을박이 벌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집회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차량의 검문은 물론 보행자 통행 금지가 이뤄졌고, 일부 지하철 역은 무정차 통과했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추석 방역 및 개천절 집회 대비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개천절에 예정된 불법집회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가능한 조치를 다 할 것이며, 현장에서는 최대한의 경찰력과 장비를 동원해 철저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경찰차벽 역시 방역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보수 인사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하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8월 열린 광복절 집회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극우단체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포스터  (출처=SNS)

 

그때 그때 다른 평가, 어쨌든 '정부 탓' 

야권 인사들과 언론들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 확산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코로나19 2차 확산은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야당 인사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정부 방역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야당 의원들은 "광복절 코로나 2차 확산은 정부의 방역 실패 탓이며 정부가 자신들의 실패를 정치로 쟁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언론은 이를 받아 대서특필한 것. 

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방역 본부에서 발표한 방역 준칙을 정부 스스로가 허물어버린 결과 결국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다시 번창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확진자수 추이만 보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방역의 경계를 느슨하게 했다며 "방역의 경계를 푸는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복절 코로나 확산이 정부 탓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인사들
광복절 코로나 확산이 정부 탓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인사들

그러나 정부의 방역이 느슨하다고 지적하던 이들이 이번 개천절 방역 조치에 대해선 과잉 방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야권 인사들과 소위 일부 지식인층에서는 이번 경찰의 조치에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며 질타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에서 “2020년 하늘이 열린 오늘, 경찰 버스 차벽으로 꽉 막힌 광화문에서는 오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불심검문이 온종일 벌어졌다”며 “경찰 버스 차벽으로 가로막힌 독재의 그림자가 섬뜩하게 드리웠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목수정 작가는 개인 SNS에 “명박산성보다 한층 더 거대해지고 치밀해진 개천절의 재인산성”이라는 글을 올리며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 때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받은 언론들은 “경찰버스를 동원한 차벽 설치는 반헌법적이며, 과거 MB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집중포화를 가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조은산’이라는 블로거가 쓴 글까지 인용해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

개천절 버스차벽을 향한 비판
개천절 방역차벽을 향한 언론 보도 

 

개천절 경찰차벽과 명박산성은 같다?

개천절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차벽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번 차벽이 과거 MB정권의 '명박산성'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번 개천절 방역 조치와 명박산성이 같을까?

명박산성은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구조물로, 지난 2008년 6월 10일에 등장했다. 세종대로 한복판에 세워진 명박산성은 100만 촛불 대행진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란 책에서 "명박산성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며, "명박산성 덕분에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MB정권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강제로 진압하고 연행한 바 있기에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지난 2008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시민사회나 사회운동에 대해서 유신체제나 5공 체제 때의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명박산성은 다음날 철거됐지만, 불통과 독단 등의 부정적인 상징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명박산성은 시민들의 행진을 저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찰 차벽은 방역을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다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접촉, 시위대와 일반 시민의 접촉을 최소화할 방법으로 철제 폴리스라인 설치와 경찰차벽 설치를 결정하고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조치가 너무 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금지 통고된 집회가 실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이나 법 집행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다”며 “지난 8‧15 집회 때도 감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확인했고 집회를 관리했던 경찰관들도 8명이나 감염돼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번 차벽 역시 방역의 연장선임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YTN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이미 광화문 집회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지 않냐”며 이번 방역 조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개천절 집회가 이뤄져서 다시 지난번처럼 수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2.5단계, 3단계로 격상되면 대체 뭐라고 할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명박산성은 국민을 막은 것이고 문리장성은 바이러스를 막은 것이다. 2차 팬데믹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극우 단체가 광화문 진입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의해 저지됐는가 하면, 1인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함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길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마스크를 벗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는 직접적인 판단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차벽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따라 실행할 수 있는 조치다. 차벽이 위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2항과 비교해봐야 한다. 헌법 제37조 2항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하거나 얻어낸 법익이 침해된 법익보다 더 적을 때 위헌이 성립한다.

이번 개천절 차벽의 경우 감염병 예방이라는 큰 법익이 있기에 위법하다 볼 수 없다. 김 경찰청장 역시 “경찰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정한 요건을 갖추면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편, 오는 9일 서울 지역에서 1096건의 집회가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102건에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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