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단체, “집회 금지는 위헌, 정부가 반정권 성향의 집회만 금지한다” 주장
법학 교수 “공공복리를 위해선 제한 가능, 반헌법적이라고 보기 힘들어”
서울시,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해 집회 금지 조치, 집회금지는 동일한 기준 적용”

해산 권유에도 구호 외치는 참가자 (출처 연합뉴스)
해산 권유에도 구호 외치는 개천절 집회 참가자 (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내린 집회 제한 명령에, 일부 극우 단체가 “집회 금지 명령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8월 21일부터 1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동,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에 일부 극우 단체는 "이 명령은 위헌이며, 반정부 성향의 집회만을 금지조치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20일 서울시가 발표한 집회금지 명령(출처 서울시)
지난 8월 20일 서울시가 발표한 집회금지 명령 (출처=서울시 홈페이지)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집회를 신고했다가 금지 통보를 받았다. 이에 최 총장은 “집회를 막는 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집회결사의 자유는 허가나 검열을 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 싸움은 집회의 자유를 지켜내느냐, 못 지켜내느냐의 싸움”이라며 여기에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의 생명줄이 걸려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헌법 21조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지 집회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집회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자유국민운동’이란 극우 단체 역시 “코로나를 핑계로 우리 헌법 21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며 “방역을 핑계로 정권의 치부를 가리고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반헌법적 형태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반정부 성향의 집회만 금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스타운>의 손 모 씨는 지난 5일 ‘개천절 집회, 민노총은 허가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파 집회를 그렇게 탄압했던 이 정권과 서울시가 개천절에 집회를 허용한 곳이 있다. 바로 민노총이다”라며, 친정부 성향의 민노총은 집회를 허가해 주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개천절 민노총은 집회를 허가해줬다고 주장하는
개천절에 민노총은 집회를 허가해줬다고 주장하는 글 (출처=뉴스타운)

 

집회 금지 명령은 위헌?

극우 단체가 주장하는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또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집회를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만 본다면 집회 금지는 위헌처럼 보인다.

그러나 헌법 제37조 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집회를 제한한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서울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를 근거로 1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했다. 서울시의 조치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서울시는 모든 집회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10인 미만의 집회는 허가했기에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에도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헌법 제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제1항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제1항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2호,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및 제12호의2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2.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역시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면 헌법 제37조에 근거해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를 아예 막으면 위헌이겠지만 당국도 일정 수 미만의 집회를 막지 않는 등 통로를 열어뒀으니 현 상황을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반정부 성향의 집회만 제한?

일부 극우단체는 문재인 정권이 반정부 성향의 집회만 금지조치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10인 미만 집회라도 극우 단체 집회만 거부한다“며 정부가 친정부 성향의 집회만 허가해 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5일만 보더라도 법원은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는 허용했지만, ‘8‧15민족자주대회추진위원회’(이하, 8‧15추진위) 집회는 불허했다. 8‧15추진위는 남북관계 위기 극복과 한반도 평화‧주권 실현을 위해 결성된 단체로, 진보 성향의 단체로 분류되는 ‘8‧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흥사단’ 등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개천절 집회금지 (출처 YTN)
개천절 집회금지 단체 (출처=YTN)

또 개천절 집회 금지조치 절반이 민주노총 관련 집회다. 신고된 집회 1344건 중 185건이 금지됐는데, 그중 111건이 민주노총 관련 집회였다. 개천절에 열린 집회는 10명 미만의 집회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10인 미만이라도 집회 금지 장소이거나 인원 확대가 우려되는 경우에만 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YTN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 종로구, 중구는 장소를 불문하고 집회를 금지했고, 영등포구와 서초구 등은 사람이 모일 우려가 있는 일부 장소만 집회를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정부가 임의로 집회를 차별 허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시 역시 “집회 단체의 성격이나 성향을 따지지 않고 기존에 금지조치 고시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선 동일한 기준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우 단체들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꾸준히 집회를 이어왔다.

종로 구민 중 한 명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넘게 극우 단체에 시달려왔다며, “3년 전부터 계속 집회를 했었는데, 이제와서 막는게 어떻게 탄압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감염병 때문에 집회를 막는데 앞으로 집회를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도 “매주 대통령에서 저주와 욕설을 쏟아붓고, 경찰관 멱살잡이해도 집회를 단 한 번도 금지한 적이 없다. 만일 집회를 막고 싶었다면 3년 전부터 막았지, 지금까지 내버려 뒀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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