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목사 직위 박탈해도 목회적 신념 빼앗아 갈 수 없어”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와 공동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성소수자축복으로재판받는 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제공)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와 공동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성소수자축복으로재판받는 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제공)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에게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정직 2년과 재판 비용 일체 부담을 선고했다. 2년은 정직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형량이다.

이동환 목사의 선고 공판은 15일 용인 온누리큰빛교회에서 진행됐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위원장 홍성국 목사)는 “피고인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 31일 인천 퀴어 축제에 초청받아 참여한 후 성의를 착용하여 동성애자 축복식을 집례함으로써 동성애에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선고했다.

재판위원회는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자들과 동성애자를 지지하는 행사’인 ‘퀴어 동성애 축제’에서 공개적으로 축복식을 집례한 점 ▲축제 포스터에 소속을 영광제일교회가 아닌 감리교퀴어함께로 표기한 점 ▲영광제일교회가 무지개 교회 중에 하나로 소개된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 스스로 찬성, 동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함에 다름이 없다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동환 목사와 공동변호인단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목사는 입장문에서 “징계의 경중을 떠나 유죄판결이 나왔다는 것에 저는 이 비참함과 암담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다”며 “지난 공판 최후진술에서 저는 재판위원들에게 계속해서 우리 감리회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오늘 판결 앞에 저는 우리 감리회가 너무나 창피하다”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목사는 “저는 이 판결에 불복한다. 계속해서 이 땅의 소수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축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것”이라며 “지금 이 땅에 예수님께서 오셨다면, 바리새인들의 온갖 정죄와 비난을 뒤로 하고 찾아가셨을 퀴어 문화 축제에 또 다시 가서 축복식을 집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에게 형벌을 내리고 목사의 직위를 박탈하고 교단 밖으로 쫓아낼 수 있을지언정, 하나님을 향한 나의 신앙과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 주신 사랑과 성령께서 깨닫게 해 주신 목회적 신념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감리회 소속 목회자들에게도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신앙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목사는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나의 교우들을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 부디 목소리를 내 주시고, 행동해 달라”며 “비록 더디더라도 분명 천동설이 우스워지고 흑인 노예제가 폐지되고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게 되었듯, 우리는 조금 더 하나님나라에 가까운, 평등하고 안전한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소수자축복으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와 이동환 목사 재판 공동변호인단도 입장문을 내고 이동환 목사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감리회는 한국 최초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자기 교단 목사를 기소했다”며 “2번의 심리와 법리 논쟁을 통해, 이 기소가 얼마나 졸속이었는지 드러났고 그 과정 속에서 이 재판이 성경과 교리에 근거한 재판이 아니라 오랜 통념과 그릇된 정치적 편견에 기댄 것인지도 확인하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판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매우 진중한 과제가 놓여 있음을 목도했다. 교회 안에 많은 편견과 혐오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치고 상처 입고 있다. 오늘 이후로 한국교회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도한다”며 우리에게 혐오와 편견을 거절할 권리가, 더 축복하고 더 이해하며 넓고 깊고 차별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교회를 세워 나가는 일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