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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전두환 축복기도회' 사죄를 요구합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도청 사수대로서 끝까지 저항하던 한신대 신학과 학생 류동운, 헌혈 운동과 화약고 사수 등을 담당한 상무대교회 전도사 문용동,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서울 한복판에서 유인물을 뿌린 감리교청년회전국연합회 농촌선교위원장 김의기 등 의로운 그리스도인의 생을 건 의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의 학살 주범 전두환 축복기도회도 있었습니다.

198086일 오전 7.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조향록 목사(초동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대표기도를 통해 "이 나라의 정사를 담당하는 모든 지도자들에게 지혜를 주고 이 중대시기에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마음과 뜻을 합해 이 나라를 지켜나가도록 도와달라"면서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과 명예를 버리고 이 나라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주빈'이 전두환임을 감안한다면 이 기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렵지 않게 분별할 수 있습니다.

정진경 목사(신촌성결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좀 더 노골적입니다. 기도 순서에서 "일찍이 군부에 헌신하여 훌륭한 지휘자로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도록 한데 감사한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국보위상임위원장으로서 사회악 제거에 앞장설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에게 하는 것입니다. 당일 전두환은 하나님의 현현이었나 봅니다.

아울러 한경직 목사(영락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우리 모두 자신을 깨끗이 하는 행동을 하는데서 이 비상시국을 잘 처리해 나갈 수 있으며, 이때야말로 우리 민족이 새로워져서 세계 모든 사람이 흠모하는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도록 축복해달라"고 했습니다. 민망합니다. 학살당한 사람들의 피가 땅에 번지는 마당에 빨간 양탄자로 덮어 '전두환 장군의 갈 길'을 예비한 꼴입니다.

정부 체계에 없는 '옥상옥 권력'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 국헌을 문란케 하고 역사를 배반하는 이 기도회는 당일 KBSMBC를 통해 전 국민에게 녹화 방영됐습니다. 그런데 종교 행사에 국한하면 안 됩니다. 그달 16일 최규하 대통령 하야, 21일 전군지휘관회의 전두환 대통령 후보 추대, 27일 통일주체국민회의 체육관 선거, 91일 전두환 대통령 취임의 흐름으로 볼 때 전두환 권력 창출의 신호탄 성격이 농후합니다.

'전두환 축복기도회'의 핵심 얼굴들은 대부분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참회의 흔적을 남기지조차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광주 영령을 두 번 죽인 이 기도회는 역사적 불의요, 범죄임을 고백하고 참회해야 합니다. 독일 히틀러 집권 시대에 나치즘에 협력한 것을 두고 독일교회는 194510'슈투트가르트 죄책'19478'다름슈타트 선언'을 통해 사죄했습니다. 과거를 청산하면서 독일교회는 사회적 발언권을 얻게 됐습니다. 독일교회를 부러워하며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한국교회, 5.18 채무를 털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전두환 축복기도회'가 학살자 옹호의 상징이 아닌 회개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을 때입니다. 해당 목사를 믿음의 선배로 여기는 출신 교회의 입장표명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책임 있는 교회연합기관의 논평 또는 성명을 기대합니다. 그 이전까지 평화나무는 매 5월이면 '전두환 축복기도회'를 복기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5월 광주의 참상을 망각하거나 간과할 자격이 없습니다.

                                      2019516

                                    사단법인 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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