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외쳤던 전태일 정신 여전히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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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외쳤던 전태일 정신 여전히 유효”
  • 김준수 기자
  • 승인 2020.10.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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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0주기’ 맞아 주경야독 릴레이 진행하는 호모북커스 대표 김성수 목사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주경야독 릴레이 독자 찾기를 진행 중인 호모북커스 대표 김성수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전태일 평전을 포함한 십여 권의 선정도서를 통해 전태일 정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진=평화나무)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주경야독 릴레이 독자 찾기를 진행 중인 호모북커스 대표 김성수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전태일 평전을 포함한 십여 권의 선정도서를 통해 전태일 정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다가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전태일에게 당대의 노동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게 만든 번민을 안겨준 건 한 권의 책이었다. 그에게는 근로기준법이 그러했다.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는 “전태일의 근로기준법 연구는 어두침침한 작업장에서, 털털거리며 달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그의 집 골방에서, 틈만 있으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며 “새까맣게 손때가 묻은 근로기준법 책의 닳아진 책장을 넘겼다. 그것은 연구가 아니라 실로 사투였다”고 기술했다.

‘독학자’의 한 사람으로 전태일을 소개한 김대성 문학평론가도 <진격의 독학자>에서 “그가 허락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노동자라는 사실에 대한 기억은 그리 선명하지 못하다”며 “전태일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사회에 알리고 호소하는 데 전력했던 ‘투사’이기 이전에 당대의 사회가 은폐하고 있던 구조를 노동 현장에서 예민하게 탐침하며 노동자의 언어로 구체화해갔던 유례없는 ‘독학자’였다”고 평가했다.

2010년부터 독서운동을 펼쳐왔던 호모북커스(대표 김성수 목사)가 10월 1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진행 중인 ‘전태일50주기 주경야독(晝耕夜讀) 30일 릴레이 독자 찾기’도 “암울한 시대를 관통하며 온몸으로 다른 세상을 실현하고자 ‘절박하게 읽었던 독자’ 전태일”을 기억하기 위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전태일 평전>을 포함한 십여 권의 선정도서를 통해 전태일 정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김성수 목사는 5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노동 현실을 바라보며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매일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는 상황들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다”며 “전태일 선생님께서 그렇게 절박하게 근로기준법 책을 읽으시면서 깨달음을 얻으셨던 것처럼 우리도 동일하게 우리 시대의 노동 현실에 대해서 눈을 뜨는 책 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권리를 요구한 전태일의 외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김 목사는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에 선정된 도서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노동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책들이 많다.

제2의 전태일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인터뷰를 담은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대한민국 노동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한승태 작가의 <인간의 조건>,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 산재공화국의 불명예를 다룬 르포 <노동자 쓰러지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대표되는 노년세대의 날 것 그대로의 노동 이야기가 담긴 <임계장 이야기> 등이다.

김 목사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작업을 하다 숨진 김용균처럼 비정규직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50년이 지나 2020년이 됐는데도 이런 현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이나 안전보다 이윤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전태일 선생님의 삶을 우리가 다시 읽고 기억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지금도 절실하고 유효하다”고 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호모북커스가 선정한 도서들. (사진=평화나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호모북커스가 선정한 도서들. (사진=평화나무)

 

‘앎’과 ‘현장’의 조화 추구하는 호모북커스

고르고 골라낸 양서들로 빼곡한 서가 곳곳에는 지난 10년 동안 호모북커스가 걸어왔던 연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매년 <전태일 평전> 읽기와 함께 세월호참사, 구의역, 5.18광주민주화항쟁, 기후 위기 등 현장과 단절되지 않은 책 읽기를 추구하고 있다.

김 목사는 “첫 시작은 교회 내에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세워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신앙과 삶을 통합적으로, 다리 놓기를 할 수 있는 읽기를 추구하면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고 호모북커스를 소개했다.

읽기에 주목한 이유로는 김 목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영역,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 많기 때문이었다. 매달 양서를 선정하고, 책 관련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장으로 연결되는 읽기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현실을 인식하는 앎을 같이 해나가자는 의미다.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게 아니다. 함께 알아가고 읽어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호모북커스가 앎과 현장이 유리되지 않는 경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김 목사는 “책을 읽는다고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충분히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자신의 읽기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도 갖춰야 한다”며 “사실 지금과 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다는 일 자체가 큰 결심이 따른다. 호모북커스에서의 경험이 현장과 호흡하는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계기만 되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로와 충무로를 거쳐 올해 8월 인왕산과 이웃한 서촌에 자리를 잡게 된 호모북커스는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한옥공유서재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목사는 “한옥에서 쉼과 회복을 누리면서 좀 더 집중된 환경에서 책읽기가 가능해졌다. 책이 고프고 쉼이 고프신 분들이 언제든지 이곳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다 소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호모북커스를 통해 큐레이션된 책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시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역할도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전태일 평전>을 호모북커스의 제1호 필독서로 소개한 김성수 목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전태일의 삶을 알리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했다.

김 목사는 “사람이 사람답게 노동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현실은 이제라도 바꿔나가야 한다”며 “나는 괜찮더라도 내 옆에 있는 노동자 중에서 누군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우리가 그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전태일 열사의 50주기인 11월 13일까지 진행되는 주경야독 릴레이 독자 찾기 참가 신청은 호모북커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능하다.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전태일 정신. 호모북커스는 전태일의 삶을 돌아보고 오늘날의 노동 현실애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대에 나설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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