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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은 18일 자유발언 토론회를 빙자해 5·18 역사를 왜곡하고 그 정신을 폄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민족사중앙연구회(상임대표회장 이광원)는 이날 봉천역 사무실에서 광주5.18은 민주화인가, 아니면 무장 반란인가를 주제로 자유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5·18민주화 운동을 무장반란 내지는 폭동으로 폄훼했고, 북한개입설을 사실인양 떠들었다. 참석 인원은 7명에 불과했다. 본래 2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토론회는 적은 참석률이 저조한 탓인지 3시를 넘어서나 본격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사진촬영 또는 녹취는 제지당했다

이광원?회장의 제지로 촬영을 시도하던 참석자들이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은 후에야 자유토론회가 시작됐다. 토론회는 참석자 한 명씩 앞에 나와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발언자가 말을 머뭇거릴 때면 “(이 자리는) 스트레스 푸는 자리라며 “(5·18에 대해) 느낀 점은 다 말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5·18은 반란·폭동이라는 참석자들... 토론의 장 아닌, 막말성토대회

“5·18 중동 IS수준

민주화가 뭐라고 목숨과 바꾸겠나?”

북한특수군 내려왔다

전두환이 잘 한 일

이대로 가다간 일본에 다시 먹힌다. 그러나 중국에 먹히는 것보다 낫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도 전라도 사람 소행

자신을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86년생 청년으로 소개한 참석자는 “5·18에 대해 민주화운동이라는 명칭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발언을 시작했다

이 참석자는 어떤 폭행사건이든 서로 때렸다면 쌍방폭행으로 본다시민군이 전남도청과 광주시청을 무력으로 점거한 것에서부터 민주화운동이라고 주장할만한 정당성은 사라졌다고 본다. 자신들의 잘못은 쏙 빼놓고 시민이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고만 주장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참석자는 또 오늘(18)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대통령이 역사의식이 있고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당시 사망한 사람들을 거론하며 감정에만 치우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그는 “165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전두환 정권이 무자비하게 먼저 죽이지 않았다. (정부군이 광주 시민들을 향해) ‘빨갱이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시민군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학생들은 시위) 나가면 개죽음 당한하며 만류한 부모들의 말도 듣지 않았다민주와가 뭐라고 목숨까지 바쳐가며 극단적으로 시위를 하느냐. 어떤 세력에 의해 세뇌당하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심이 드는 세력은 있지만 그 세력은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저희(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특수성이 강한 나라다. 사상·이념적으로 갈린 나라이기 때문에 분명 그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전두환 군사정권에서는 전라도 지역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얘기했었고 그래서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았던 무고한 시민 희생자들에게는 사과를 해야겠지만 국가의 공공기관을 무장 점령한 세력에 대해 (발포명령?내린?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참석자는 “(나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 5·18에 대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 확실한 자의식을 통해 5·18에 대한 인식을 확립할 수 있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5·18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역사일 뿐이며 5·18을 중동 IS수준으로 본다는 말도 거침없이 했다

80년에 군 복무 중이었다는 또 다른 참석자는 당시 광주에 사태가 발생해 밥 먹으로 갈 때도 무장하고 식사를 해야 했다고 회상한 후 지난해 10월 은퇴한 회사에서 아웃소싱을 맡기던 협력업체 직원 중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다 남한에 온 탈북자가 있었다. 그 탈북자가 북한 특수군이 내려왔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북한 특수군이) 군인 숙소에서 군복을 빼어 입은 후 교도소를 털고 잔인하게 민간인을 살해했다. 이후 분노한 시민들에게 무기고를 털어 무기를 나눠준 것이라며 “(탈북자가 말하기를) 사회 불만 세력을 전투에 이용하는 것이 북한 전투 수칙에 나와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단독 소행이 아니라 남한 내 정치세력과 내통해 공조했을 것이라며 탈북자의 결정적인 말이 당시 (북한에서) 추가 병력을 파병하려 준비했는데 전두환이 강하게 나와서 무산됐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전복될 수 있는 일을 막았다고 주장하더라.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광원 회장이 그렇다면 518을 무장반란으로 보느냐, 무장 폭동으로 보느냐고 묻자 그는 내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나라 걱정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참석자는 세월호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도 거침없이 설파했다. 그는 세월호를 개조 허가해 준 것이 노무현 정권이다. 개조를 허가해 준 원인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 7시만 조사하느니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간다정치 쇼만 하다 끝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개조 허가는 노무현 정권이 아닌 이명박 정권(2008-2013)에서 이뤄진 일이다. 청해진해운은 지난 201210월 세월호를 일본 마루에이페리사로부터 127억 원을 들여 수입한 뒤 51억 원을 들여 개조했다

80년 당시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었다는 또 다른 참석자 역시 “5·18은 순수한 민주화 운동이 아니며 공산화 일보직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앞선 주장을 거들었다

이날 발언자 중에는 선교사도 있었다. 자신을 일본 선교사라고 소개한 참석자는 나는 이승만 대통령 바로 알기 운동을 하고 있다“5·18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 사건 뒤에는 반드시 북한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지몽매한 국민이 역사 공부를 안 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의 경제 식민지가 된 다음, 다시 먹힌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먹혀서 중국 공산당 치하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일본에 먹히는 것이 낫다고 발언하자, 청중석에서 너무 갔다며 자제시키는 바람에 발언이 중단되고 말았다

종각역 소재 역사지킴이역사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참석자는 역사관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관이 바뀔 수 없다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만 보다보면 우파 내에서도 나뉘는 것 같다. 우파 에서서도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이 갈라지듯 말이다. 그럴 것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에 대해 공부하고 근·현대사에 대한 균형이 잡히면 각자 주장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같은 맥락에서 5·18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우파 결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광원 회장은 “5·18은 민주화운동도 아니고 계획적인 불순세력의 의해 이뤄진 일이라며 무기고를 탈취한 이들과 광주교도소를 누가 공격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5·18에 대해 그저 동교동계(김대중)와 상도동계(김영삼)의 화합하려는 의지 정도로 풀이 했고 상관하지 않았다그러나 (박근혜) 탄핵 사건이 터지면서 화가 나 나서게 됐다. 5·18에 대해서 국민 토론을 하자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법률적으로 대한민국은 독재한 사실이 전혀 없다이승만 대통령 위시해 모든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 사사오입 (개헌)도 다수결의 원칙이지 독재가 아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에게 독재라고 하는데 그것도 독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 회장은 광주518특별법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혜택 받는 자가 사라지면 시비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난데없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까지 소환해 농민과 광주 시민을 모두를 폄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서울서 난동 피우는 사람은 전라도 광주 사람이다.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에도 똑 같은 것을 느꼈다낙원상가에서 학술회의 마치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시골사람들이 와서 전철 표를 집단 구매하고는 대기하러 앉아 있다가 똑 같이 이동하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그걸 보고 이거 5·18사건처럼 백남기 농민 사건은 전라도 사람들이 주도한 것이며, (전라도민들이) 백남기 농민을 죽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자신의 컴퓨터가 외부 세력의 의해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내가 강성으로 이런 일을 하다보니까 (외부에서) 내 컴퓨터에 마음대로 들어온다. 그래서 (저장된 내용을) 삭제한다. 2013년도에 발표한 것도 날아갔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시작 전에도 참석자들 사이에서 문제성 발언이 오갔다. 자신을 선교사라고 소개한 참석자가 현장에서 판매를 허락받고 박정희 혁명’, ‘거대한 음모, 세월호 침몰’,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비판 내용이 담긴임을 위한 행진곡등의 책을 펼쳐 놓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작사가) 황석영이 김일성을 만나고 받아온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임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적인 이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책(비판 내용이 담긴)을 안 읽어서 국민이 무식해서 잘못알고 있다.” “북한의 전략이다. 주사파 애들이 대학생 아이들의 사춘기 순수한 감정을 파고든 것이다라는 둥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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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사중앙연구회 이광원은 누구

토론회 장소는 카카오톡을 통해 유포된 사전 공지에는 한민족사중앙연구회 강당으로 명시하고 있었으나, 실제 자유토론회가 열린 곳은 한민족사중앙연구회가 ()국사광복(바로알기)중앙회와 함께 쓰고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서는 ()국사광복(바로알기)중앙회가 발간한 역사 만화 책자 고장난 우리역사’, ‘반도식민사관에 대한 내용이 실린 브로슈어 등이 비치돼 있었다.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천황의 명을 받고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 조선사 35권을 편찬했으며 현재 학교현장의 역사 교과서들이 당시 역사책을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6뿌리찾기연구회모임을 시작으로 발전한 한민족사연구회단군에 대한 기록을 신화 수준이 아닌, 역사적 실체로 봐야 한다’,‘한반도에 청동기 이전에 철기 문명이 존재했다는 등 기존 사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주말마다 역사 정규교육과 초청강좌가 열렸으며 정수기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이 회장은 나는 환단고기가 역사냐, 아니냐를 밝혀달라는 사람이며, 지금은 정수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년까지 삽시다란 슬로건을 내건 정수기 광고 전단지에서는 ‘2009년 오타 시게오 교수 연구팀은 뉴로사이언스 레터스에 수소수가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는 문구 등으로 정수기를 홍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 뒤쪽에는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에 대한 특별사면 서명대도 설치돼 있었다. 참석자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자신을 연구회 회장이라고 소개한 이광원 씨는 박근혜 씨 특별사면 서명지에 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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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 탄핵파면결정 취소소송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의 소송에 대해 법원은 지난해 330일 무변론 각하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해 유포한 박근혜 씨 특별사면 서명 요청메시지에는 '한민족사중앙연구회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위시해 기업인들 집행유예 선고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앞서 2017년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린 헌법 재판관 8명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유포했다가 문제가 됐던 전력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가짜뉴스를 작성하고 유포해 내란 선동 했다는 이유로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행동본부 등 시민단체로부터 검찰고발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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