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임시당회장 파송 건으로 회의장서 고성과 몸싸움 벌여
임시당회장 건 헌의위원회에서 다루기로 결정
친명성으로 꾸려진 동남노회 신임 임원회

지난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채택되고, 지난달 29일 서울동남노회에서도 김수원 목사 측과 명성교회 측의 합의안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계속해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채택되고, 지난달 29일 서울동남노회에서도 김수원 목사 측과 명성교회 측의 합의안이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계속해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가을 정기 노회가 혼란 속에서 결국 명성교회에 유리한 방향으로 끝이 났다.

김수원 전 노회장은 노회가 열리기 몇 주 전 기자회견을 열어 ‘명성교회 측이 헌법뿐만 아니라 수습안까지 어겼다’고 지적한 만큼, 이번 노회에서 불법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렸으나, 결국 불발됐다.

지난 27일 새노래 명성교회에서 열린 서울동남노회 정기 노회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시작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고성이 오갔다.

회의 진행을 위해 발언에 나선 ‘미래를사는교회’ 정경범 장로는 “의장이 진행하는 대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노회원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이후 몸싸움이 벌어졌고,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난장판이 된 서울동남노회 회의장(제공=정상규)
난장판이 된 서울동남노회 회의장(제공=교회개혁평신도연합 정상규 대표)

 

‘임시당회장 파송은 수습안 2항 어긴 것’ vs ‘수습위원회의 취지를 봐야’

간신히 수습된 노회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헌의위원회 서기 이재룡 목사는 “104회 총회에서 결의한 수습안에 따르면 임시당회장은 11월 3일경에 파송해야 한다. 신 임원회가 구성된 후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도록 총회에서 결정했는데, 구임원이 수습안을 따르지 않고 2019년 10월 4일 제9차 임원회에서 명성교회 임시당회장으로 유경종 목사를 파송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부장이자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파송 당시 노회장이던 최관섭 목사는 “유 목사 파송은 시행규칙에 의거한 것이고, 신학생들의 수업 계속 허락 청원 등의 문제로 임시당회장을 파송했다”고 해명하면서 오히려 김 전 노회장이 수습안 6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노회장도 합의서를 100% 지킨 다음 문제를 제기하라”며 항의했다.

명성교회 이종순 장로는 “(수습위원회가)11월 3일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11월 3일경이라고 말했다”며 “수습전권위원회의 기본 뜻은 명성교회가 빨리 임시당회장 체제로 가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또 총회 이후 노회 임원들을 통해 ‘목사청빙이나 임시당회장 파송 승인은 비록 노회 소집공고가 나 있더라도, 임원회에서 결의할 수 있다는 총회의 유권해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빨리 임시당회장 체제로 가기 위해 승인을 받았다고 임시당회장 파송 과정을 설명했다. 이 장로는 “그때(11월 3일)까지 하라는 소리였지, 우리가 더 빨리했다고 그걸로 수습안 위반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총회에서 (임시당회장 파견을)‘구임원회에 해라’, ‘신임원회에 하라’ 이런 조항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회장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아멘’ 외쳤다.

김 전 노회장은 “청원은 대리 당회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법적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해 임시당회장을 파송할 날짜를 정한 것이다. 파송의 권한은 노회의 책임이다. 노회의 권한을 왜 명성에서 시비 거느냐”고 일갈했으나, 명성교회 측은 “법적 시비가 생기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회의 진행이나 하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파송 문제를 두고 부서에서 다룰지, 본회의에서 다룰지 표결에 들어갔고, 187대 30이라는 차이로 헌의위원회와 정치부에서 논의하기로 결정됐다.

그밖에 축복교회 박신현 장로는 세습을 금지하는 헌법 28조 6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준다. 그런데 누구는 혈육의 대물림이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면 되겠나. 우리 노회가 28조 6항을 완전히 폐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난 9월 목회자 1050명이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를 요청했는데, 이 중에 차별금지법에 찬성한 사람이 있는 거로 안다”며 “임원회에서 차별금지법에 찬성한 목회자를 찾아내 당회에 통보하든지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친명성 인사로 채워진 신임 임원회

노회가 끝난 후 김수원 목사는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의가 혼란스러웠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임원들을 명성 관련자로 다 채워놓고, 그로 인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법을 위배한 게 사라지진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김 목사의 말처럼 이번 신임 노회는 친명성 인사들로 채워졌다. 갈릴리교회의 손왕재 목사가 노회장으로 취임했고, 부노회장에는 남부성광교회 김용석 목사와 명성교회 이강오 장로가 선출됐다. 명성교회 소속인 이강오 장로는 물론이고 손왕재 목사와 김용석 목사 역시 친명성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은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에 이름을 올려 명성교회 세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김용석 목사는 2017년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취임식 때 한 순서를 맡아 참여하기까지 했다. 

새롭게 구성된 신임 임원회(제공=교회개혁평신도연합 정상규 대표)
새롭게 구성된 신임 임원회(제공=교회개혁평신도연합 정상규 대표)

김 목사는 끝으로 회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혼란에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진행하는 나 역시 숨통이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지켜보는 분들 역시 그럴 것이다”고 말하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견고한 믿음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절망은 또 다른 불신앙”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말했다.

한편, 김하나 목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명성교회에 복귀할 예정이다. 명성교회 임시당회장인 유경종 목사는 한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하나 목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복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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